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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역풍… 무주택 30대, 까마득해진 청약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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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이지만 분양가 상한제는 저랑 상관없는 얘기처럼 들리네요."

결혼 3년 차인 직장인 김모(35)씨 부부는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직장과 가까운 서울 서대문구 공인중개사무소들을 돌아다니고 있다. 종로구의 17평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씨 부부는 지금까지 청약에 네 번 도전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김씨는 "부모님이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싼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으니 기다리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30점도 안 되는 내 가점으로는 당첨 가능성이 더 희박해질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정부는 지난 12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민간 택지에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방침을 밝히며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청약 가점이 높고 현금 여력이 있는 일부 중·장년층들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을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청약 가점이 낮은 30~40대 무주택자들은 상한제 때문에 '로또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져 당첨 확률이 떨어지게 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 막혀 최근 막 지은 신축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결국 집주인들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30대는 상한제의 수혜자 아닌 피해자"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30대 무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30대 가족이 살 만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모두 청약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청약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당첨 가점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주택 기간(만점 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보유 기간(17점)을 토대로 산정하는 청약 가점제에서 젊은 층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공공택지여서 분양가 상한제가 이미 적용 중인 위례신도시에서 올 들어 분양한 아파트 세 곳의 당첨 가점은 84점 만점에 51~82점이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은 50점이었다. 가점이 50점을 넘으려면 자녀 1명과 배우자를 둔 30대 가장도 청약통장을 14년 이상 보유해야 하고, 무주택 기간이 9년 이상이어야 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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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상한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30대 초·중반 흙수저 맞벌이 부부'라는 제목의 글에는 30대의 박탈감이 드러난다. 글쓴이는 "특별 공급은 소득 기준에 막히고, 분양가 상한제로 가점 커트라인이 높아져 청약은 쳐다볼 수도 없는데, 기존 아파트를 사자니 대출 규제로 돈이 모자란다"며 "외벌이 금수저나 분양가 상한제로 '로또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은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지만, 흙수저 맞벌이는 마냥 집값 떨어지기만 기다려야 하나"라고 말했다.

'반사이익'에 집값 뛰는 신축아파트

신축 아파트 주인들이 분양가 상한제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도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희소가치가 높아질 신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처음으로 언급된 지난달 초부터 서울에서 준공 5년 이내 아파트값은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대치동, 서초구 방배동 등에서는 입주 5년 이내 신축 아파트가 최근 한두 달 사이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금리 인하 영향으로 전세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로또 분양을 기다리며 기존 집은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청약 대기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최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와 자율형 사립고 폐지, 재건축 이주 수요 영향 등으로 전세값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보다 0.04% 올랐다. 특히 연말까지 반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 3300여가구가 잇따라 이주에 나서는 서초구는 전세 가격이 0.19% 뛰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중장기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위축되면 기존 아파트값이 뛸 수밖에 없다"며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집값과 전세값을 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이송원 기자(lss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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