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체들은 목 좋은 곳의 부동산을 매입해 점포를 운영해 왔다. 고객이 몰리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기업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국내 유통업체를 향해 "유통이 아닌 부동산업을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부동산 값 상승세가 꺾이고,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수익성 낮은 매장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런 매장을 매각하거나 유휴 공간을 적극 활용하면서 '오프라인 공간'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매장 팔아서 자금 조달
지난 2분기 창사 26년 만에 분기 적자를 처음 기록한 이마트가 전국 매장 158곳(트레이더스 포함) 중 10곳 안팎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한 후 재임차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를 통해 약 1조원을 조달해 부채를 낮추고 이자 비용 등을 줄일 계획이다. 또 지난 1년 새 반 토막 난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자사주 90만주(현 시세 약 950억원)를 오는 11월 13일까지 장내 매수하기로 했다. 자사주 매입과 대규모 매장 매각 추진은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매장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매각 후 재임차'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창사 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자금 조달을 위해 10개 안팎의 매장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한 후 재임차하기로 했다. /이마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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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매장 매각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을 깔고 앉아 있어 봐야, 보유세 같은 세금만 더 내고 수익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매각을 통해 목돈을 만들어 부채를 갚고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자체 소유 매장 비율은 외국에 비해 높다. 외국 유통업체들은 일반적으로 50%이지만, 이마트는 약 85%, 홈플러스·롯데마트는 약 60%나 된다.
롯데쇼핑이 투자금 확보를 위해 부동산 펀드(리츠)로 만들기로 결정한 롯데백화점 구리점. /롯데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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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은 지난달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구리점,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점, 롯데마트 청주점 등 총 10개 점포를 리츠(부동산 투자 펀드)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이 리츠를 증시에 상장해 약 1조5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총 140개 매장 중 51개 매장을 리츠회사에 매각하고 지난 3월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철회했다.
홈플러스가 지난 7월 말 일산점 무빙워크 바로 앞 유휴 공간에서 시작한 개인 창고 서비스. /홈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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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의 부채 비율은 2016년 이후 3년간 80%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1분기 말 109%까지 올라갔다. 이마트 관계자는 "예정대로 1조원을 유치하면 부채 비율이 5%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매장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는 최고 자산이자 무기"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극대화 위해 자투리 공간도 활용
유통업체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고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매장 안팎 자투리 공간도 적극 사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 말 일산점에서 개인 창고 서비스인 '더 스토리지'를 시작했다. 무빙워크 인근 약 160㎡(약 48평) 공간에 개인 물품 보관함 총 53개를 만들었다. 평소 고객들이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으로 지금까지 비어 있던 곳이다. 홈플러스는 크기에 따라 1년에 4만4000~12만원을 받고 보관함을 빌려준다. 고객 반응이 좋아 이 서비스를 다른 점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보관 서비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CU는 40여개 매장의 주차 공간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쏘카에 대여해주고 있다. /BGF리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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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률 하락에 시달리는 편의점도 공간 활용에 적극적이다. 현재 국내 편의점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2%에 불과하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40여 매장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쏘카에 픽업 공간을 대여해 주고 있다. BGF리테일은 매장 앞에 주차 공간이 확보되는 매장을 중심으로 '차량 공유 픽업'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모객 효과까지 감안하면 효과적 매장 활용법"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작년 말부터 서울 도심과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무인 물품 보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성훈 기자(in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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