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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사노맹 전력’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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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은 민주공화국이란 국가체제를 지키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률행위와 관련된 사무를 총괄하는 책임을 진다. 형식적이지만 사형집행명령권 등 국민의 생명권까지 박탈할 수 있는 권한과 권력을 주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법무부 장관은 투철한 국가관을 바탕으로 공평무사하게 법을 집행하는 인물이어야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연루됐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은 논쟁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조 후보자는 “1991년 저의 활동이 2019년 소환됐다”며 “(당시 사건을)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고 어제 밝혔다. 야당과 보수층은 “조 후보자가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공세를 피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적처럼 “국가 전복을 꿈꾸던 사람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해도 되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노맹 산하 기구인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의 강령연구실장으로 참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조 후보자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이 기구는 노동자 계급 주도의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정치적 단체이자 이적단체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군사정권에 맞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쏟은 민주주의의 열정’이란 낭만적 수사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선 안 된다는 의미다.

반국가 단체였던 사노맹을 위해 이적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던 사람이 분명한 입장표명 없이 슬그머니 법무장관이 될 경우 우리의 법치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과거의 행위를 들쑤셔내 흠집을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국가 경영을 위해 짚을 건 짚고 가야 맞다. 이 정부 들어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기강해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반국가단체 등에 가입해 국가 정체성과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시국사범들이 줄줄이 정부 요직에 오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그의 공안검사 경력을 문제삼아 “법 집행의 형평성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런 논리라면 조 후보자 역시 향후 법무장관으로서 공평무사하게 법치를 이끌어 나간다고 보장할 수 없다. 조 후보자와 민주당은 사노맹 사건을 둘러싼 논쟁을 소모적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국가의 근본 토대인 법치와 민주를 확고히 한다는 의미에서 사노맹 사건에 대해선 명백히 사과하는 모습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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