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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안 국립박물관까지 점령한 '민노총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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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노조연대, 국립미술관 등 8곳에 현수막 80여개… 문체부 압박

지난 13일 서울시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석조 계단에는 현수막 6개가 걸려 있었다. 가로 3m, 세로 60㎝ 크기의 대형 현수막에는 '문재인 정부는 공약을 이행하라' '비정규직 급여를 정규직 80%까지 올려라' '명절상여금 120% 지급하라' 등의 주장이 선명했다. 현수막은 충북 보은군 법주사 팔상전을 본떠 지은 예스러운 건물을 뒤덮어 시민들의 관람을 방해했다. 관람객 김모(23)씨는 "시민들은 못 올라가는 계단 꼭대기까지 현수막이 붙어 있어 보기에 안 좋다"며 "외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 국립박물관이 현수막 전시장이 돼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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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석조계단에 내걸린 현수막 6개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 외국인이 민노총이 내건 현수막으로 난잡해진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민노총 문화체육관광부 교섭노조연대가 단체교섭 대상인 문체부를 압박하기 위해 현수막에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준수하고 처우 개선 즉각 시행하라!' '문재인 정부는 공약을 이행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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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의 현수막이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을 점령했다. 민노총 문화체육관광부 교섭노조연대(이하 교섭노조연대)는 최근 문체부 소속 기관 건물 18곳 중 8곳에 현수막 80여개를 내걸었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박물관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관람까지 방해해 노조 이기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민속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현수막 전시장'이 됐다. '문체부 공무직노동자 파업투쟁 승리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 '문체부는 공무직 호봉제 실시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 8개가 미술관 입구 마당, 종친부 마당 난간에 달렸다. 이곳에서 약 500m 떨어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정문에도 현수막 2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캠퍼스에도 민노총의 현수막이 나붙었다. '비정규직 차별 즉각 철폐하라'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준수하고 처우개선 즉각 시행하라' 등을 적은 현수막 10개가 학교본부, 연극·영상원 등 곳곳에 걸렸다. 본지 확인 결과, 동일한 주장을 담은 현수막이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국립국악원,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중구 국립중앙극장 등 주요 문화예술 기관 건물에도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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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걸려 있는 민노총 현수막.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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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은 최근 문체부와 단체교섭이 잇따라 결렬된 교섭노조연대가 문체부를 압박하기 위해 걸었다.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공공연대노조, 전국대학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 4개 노조가 연합한 교섭노조연대는 작년부터 문체부 소속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임금 및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에서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됐다. 전환 과정에서 문체부가 이들의 근속·경력을 인정하지 않아 근로 조건이 악화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5월 파업에 돌입한 교섭노조연대는 지난 6~7월 문체부 소속 기관들을 돌아다니며 요구 사항을 적은 현수막을 설치했다.

문체부는 단체교섭 타결 전에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14일 "일부 기관은 현수막을 철거했으나 노조가 바로 다시 붙였다"며 "노조가 반발하면 협상이 더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자발적인 철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체부 김진곤 대변인은 "민노총 현수막은 시설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주지 않는 한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본지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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