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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슴으로 읽는 동시] 짝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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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 예쁜 미선이가 전학 갔어요.

나는 홀로 남아 빈 의자와 짝꿍 하게 되었어요.

1학기가 다 지나도 내 짝꿍은 빈 의자뿐.

선생님 짝꿍 주세요.

ㅡ이경덕(1953~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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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짝꿍 주세요.' 어린 시절로 돌려보내는 이 한 구절. 빙긋, 웃음을 내보낸다. 사르르, 즐거움을 풀어낸다. 동심이 만든 맑은 웃음과 즐거움. 무더위를 지그시 눌러주는 청량제다.

초등학교 짝꿍은 친구 중의 친구였다. 부모 이상 가까운 이웃이었다. 책상은 조그만 공동 영토. 한가운데에 금을 그어놓고 넘어오지 못하게 토닥거리기도 한 애증 서린 사이였다. 도시락도 나눠 먹고, 학용품도 빌려 쓰고, 청소도 대신 해주었다. 문제 풀이도 도와주고, 숙제도 같이 한 짝꿍. 누구보다 옆자리를 오래 했다. 1년 등교일 여덟 달 1000여 시간을 옆에 앉아 주었으니. 누구와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겠는가. 소곤소곤 비밀스러운 말도 정다웠다. 1학기를 빈 의자와 짝꿍을 한 어린이는 얼마나 허전했을까. 어린 뒤안길의 내 짝꿍은 누구였더라? 아련하다.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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