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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요시위 1400회… 일본, 피해자 인권 회복 더는 외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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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400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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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할머니의 첫 피해 증언 이후 시작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4일로 1,400회를 맞았다. 28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와 세계 최장 시위 기록을 경신한 이 집회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향한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해국 일본은 그동안 책임을 인정했다 부정하는 행태를 반복했지만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 침해의 대명사로 국제사회에 공명을 넓혀 왔다. 2012년 10개국이 연대해 8월 14일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로 정했고, 이날 해당국 34개 도시에서 연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수요시위와 기림의 날 행사의 의미는 각별하다. 강제징용 등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고조됐기 때문이다. 유엔은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보상이 불충분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해 왔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 역시 과거 국가 간 협정을 통해 매듭지었다 해도 개인청구권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국제적 흐름이 커져 가는 현실을 일본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메시지에서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평화와 여성 인권에 대한 메시지로서 국제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의미다.

아베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퇴행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외교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징용 갈등을 힘에 의지해 수출 규제로 해결해 보려는 행태에서는 무력을 바탕으로 대외 침략을 일삼던 시기 일본이 연상된다.

다만 역대 일본 정부가 한결같이 지금 같았던 것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일본군 개입을 인정한 1993년 자민당 정권의 고노 담화나 이후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1995년 사회당 연립정부의 무라야마 담화, 2010년 민주당 정부의 간 나오토 담화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 시민사회도 계속해서 “진정한 과거사 반성”을 외치고 있다.

수요시위 시작 무렵 240명이던 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이제 20명에 불과하다. 더 늦기 전에 지난 정권의 졸속 합의와는 다른 형태로 한일 정부가 피해자 인권 회복에 바탕해 해법을 도출해 내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