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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직원 중심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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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회사원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연차 제대로 쓰기다. 최근 많은 회사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연차 사용을 독려한하고 있다. 회사원으로선 아무래도 연차를 남김없이 쓰는 게 자칫 ‘놀기 좋아한다’라는 이미지를 줄까 싶어 조심스럽다. 아울러 갑작스런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하루이틀치 연차는 남겨두려고 한다.

평소 직원들의 자유롭고 충분한 휴식을 강조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직원들의 이러한 고민을 전해 듣고 ‘연차가불제도’를 도입할 것을 검토하도록 인사 부서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차를 모두 소진하되 비상상황시 다음 연도 것을 미리 당겨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직원 중심 경영으로 유명한 그의 경영마인드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을 맡다가 2017년부터 지주 회장직만 수행하고 있다. 2014년 308조원이던 KB금융의 총자산은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보)과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로 지난해 479조6000억원까지 늘었다. 2017년 3조3119억원, 2018년 3조689억원으로 2년 연속 당기순이익 ‘3조 클럽’에 가입했다.

KB금융의 승승장구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한다. 소탈하고 직원을 아끼는 ‘탈권위 소통’이 성공의 밑바탕이라는 분석이 많다. 윤 회장은 권위를 내려놓았지만 역설적으로 역대 KB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윤 회장은 최근 검토를 지시한 ‘연차 가불 제도’ 외에도 휴가 관련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직원이 자유롭고 충분히 휴가를 사용하도록 징검다리 휴일과 전·후일을 묶어 ‘휴가 꾸러미’를 쓰도록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징검다리 휴일을 편하게 장기 휴가로 쓰도록 제도화해 버렸다. KB손해보험에선 지난해부터 유급으로 한달 간 장기휴가를 주는 파격적인 ‘자기계발 휴가’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금융권 최초다.

윤 회장은 직원과 ‘소통’을 중요시한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국민은행을 포함한 12개 계열사를 직접 찾아 직원들과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지난 4∼6월 휴게공간, 카페 등 자유롭고 편안한 장소에서 총 12차례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 직원 600여명이 참석했다.

타운홀 미팅의 주인공은 회장이 아니라 직원들이다. 직원들이 회장과 쌍방향 소통하면서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가 이뤄져 참석하지 못한 직원도 실시간 채팅으로 참여 가능하다.

한 미팅에서 콜센터 근무직원이 유튜브 채팅창을 통해 상담업무와 관련한 고민을 올린 적 있다. 그러자 윤 회장은 “비대면 채널이 확대될수록 콜센터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단순 작업은 챗봇이나 보이스봇 등 AI·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근무환경 개선과 인식 제고 노력도 병행하여 콜센터의 위상과 역량을 강화하겠다” 고 답변했다.

1955년생으로 예순을 넘겼으나 윤 회장은 수행비서 없이 백팩을 메고 출퇴근한다. 대다수 금융권 CEO가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출퇴근하는 것과 다르다. 백팩 패션은 직원들에게 친근함을 준다. 윤 회장은 백팩에 각종 자료를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검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격식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는 그의 평소 지론을 잘 나타내주는 단면이다.

몸에 밴 겸손은 윤 회장 리더십의 밑천이다. 그는 회장 집무실에 보고를 들어온 임직원이 나갈 때 항상 문 앞까지 나가 웃으며 악수를 청하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나간다. 하루에도 많게는 수십번 보고가 있는데도 여전히 엘리베이터 배웅을 실행하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경영전략 키워드를 ‘RISE 2019’로 정하고 ‘국민의 평생 금융 파트너’로서 고객 가치 극대화와 차별적 경쟁 우위 확보라는 목표를 세웠다. 회장이 앞장 서 직원을 존경하는 마음가짐으로 행동하고 있으니 목표 달성이 꿈만은 아니라는 얘기가 직원들 사이에서 절로 나오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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