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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LG 수호신 고우석에게, '끝판대장'의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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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55㎞ 돌직구로 무장… 22세이브 거두며 단독 3위

딴딴한 몸에 역동적인 투구폼. 우완에서 뻗어 나오는 묵직한 패스트볼. LG 고우석(21)이 검정 줄무늬 대신 파란색 유니폼을 입는다면 많은 사람이 그를 '끝판 대장' 오승환(37·삼성)으로 착각할 것이다.

고우석의 2019년 성적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는 15일까지 49경기에 출전해 8승2패,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하고 있다. 팀 마무리 투수로 뛰기 시작한 지난 4월 중순부터 22세이브를 거두며 이 부문 리그 단독 3위를 달린다. 두 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역전은 허용하지 않아 패전 책임은 없다. 말 그대로 '철벽 마무리'다.

고우석의 주 무기는 최고 시속 155㎞에 달하는 '돌직구(패스트볼)'. 타자들이 패스트볼(76%)과 슬라이더(21%)를 주로 던지는 볼 배합을 알면서도 공략하지 못하는 건 직구 위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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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공의 지저분한 움직임이 마운드에서도 보여요. 하지만 공이 힘을 발휘하려면 적절한 타이밍과 코스가 중요하죠. 그걸 결정하는 건 포수 형들(이성우·유강남)의 노력입니다." 그는 자신의 패스트볼에 70점(100점 만점)을 줬다.

서울 충암고를 졸업한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원래 좋은 직구를 갖고 있었지만 '영점 조준'이 된 건 최근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변화구를 장착하려던 고우석은 최일언 투수 코치의 연락을 받았다. "코치님이 '넌 젊으니 직구 하나만으로 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코치님을 믿고 따르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고우석은 양궁 선수가 과녁에 활을 쏘듯 숫자가 적힌 피칭 네트에 투구하며 제구력을 길렀다. 예컨대 숫자 '5'를 맞히려고 공을 던지면 설령 '4' '6'에 맞더라도 시선은 계속 '5'를 향하는 식이다. 고우석은 "목표물에만 집중하고 투구하니 처음엔 빗나가던 공이 원하는 지점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지난해 1이닝당 0.55개였던 볼넷은 올해 0.46개로 줄었다.

롤모델은 역시 오승환이다. 키 178㎝ 오승환이 강력한 패스트볼을 뿌리는 것처럼 고우석(180㎝)도 크지 않은 체구로 강속구를 던진다. 일부 팬은 그를 '고승환'이라고 부른다. 고우석은 "작년 애리조나 스프링 캠프 때 선배를 만났는데 어린 선수 못지않게 강훈련을 소화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투구폼, 기술보다는 야구에 대한 자세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오승환보다 나은 점 하나를 꼽아 달라고 하자 한참을 생각한 그는 "나이가 어린 것"이라며 웃었다. 한국 무대로 돌아온 '우상'과 대결한다면 어떨까. "이겨야죠. 그라운드에선 무조건 이기고 봐야죠."

LG 팬들은 이 젊은 '수호신'의 등장에 그 어느 때보다 반색한다. LG는 좋은 성적으로 '가을 야구'에 나설 때마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했다.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1994년 김용수,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2002년 이상훈이 그랬다. 2013~2014시즌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한 봉중근은 당시 팀을 2년 연속 포스트 시즌으로 이끌었다. 고우석의 활약에 힘입어 현재 4위(60승1무49패)를 달리는 LG는 가을 야구 진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고우석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한 타자, 한 타자만을 보겠다"고 말했다. 목표는 좀 더 거창했다. "가능한 한 많이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거요. 그리고 은퇴할 때까지 LG의 마무리 투수로 뛰고 싶습니다."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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