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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TALK] 아이언맨보다 스파이더맨?…작고 가벼운 ‘로봇 수트’ 연구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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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라고 하면 영화 속 아이언맨처럼 단단한 금속 소재,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작동 프로그램 등을 갖춘 거대 기계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최근 웨어러블 로봇 연구는 인간의 근력 향상을 돕는 옷처럼 입는 형태가 대세다.

옷의 형태로 만들어진 로봇은 금속성 기계보다 가벼울 뿐더러 사람의 의지에 따라 쉽게 움직인다. 때문에 화재나 지진 등 사고·재난 상황에서부터 건설 현장·택배 등 일상적인 신체 노동까지 활용 범위가 넓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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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로봇 ‘엑소수트(Exosuit, 그림a). 착용 후 하반신 운동 범위(b)와 엑소수트 착용에 따른 신체 부위별 무게 부담과 에너지 대사량(c). /사이언스 제공



최근 코너 월시(Conor Walsh)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교신 저자)와 이기욱 중앙대학교 교수(제1저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하반신 보행 능력을 높여 걷기와 달리기 행동을 모두 돕는 웨어러블 로봇 ‘엑소수트(Exosuit)’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엑소수트는 일반 직물과 금속성 와이어를 이용해 만들어졌으며 조끼 형태 상의와 허벅지에 착용하는 벨트, 와이어의 길이를 조절하는 구동기,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로 구성됐다. 전체 무게는 5kg 정도다. 최대 8~10km 거리 보행을 도울 수 있다.

실제 연구팀이 일반인 9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엑소수트를 입으면 같은 거리를 걷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엑소수트 착용 후 감소한 에너지 사용량은 걷기가 9.3%, 달리기가 4.0%다.

엑소수트의 핵심은 ‘관성 측정기(IMU)’라는 센서다. IMU는 엑소수트 착용자의 양 허벅지 앞쪽과 배 부위에 부착돼 관절의 각도나 가속도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현재 보행 상태를 확인하고 와이어의 길이를 조절해 다리 근육의 수축-이완을 돕는다.

국내 정부출연연구소에서도 옷처럼 가볍고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연구 중이다. 박철훈 한국기계연구원 박사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은 옷감형 유연 구동기를 팔 근육 부위 옷 안에 심어 물건을 들어 올릴때 힘이 덜 들게 한다.

와이어 대신 직경 0.5㎜ 이하 형상기억합금 스프링 다발을 사용했으며 여기에 배터리와 제어기를 달았다. 세로 폭이 170mm로 작고 무게는 20g에 불과하다. 전체 옷과 어깨 고정끈, 잠금 풀림장치 등 부속 자재를 다 더한 무게는 1kg이다.

구동기와 와이어가 면직 형태로 퍼져 있기 때문에 옷에 걸리지 않고 실제 옷과 함께 장시간 장착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아직까지 장착부위가 양쪽 팔의 이두박근에 한정돼 있어서 들어올리는 행동에만 적용된다.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위한 소재 연구도 한창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손원경 연구원·최창순 선임연구원팀이 개발한 고탄성 전기섬유는 실처럼 짜서 작은 직물을 만들 수 있다.

손 연구팀은 의료용 소재인 스판덱스 섬유를 탄소나노튜브로 감싼 뒤 DNA의 구조와 닮은 이중 나선 모양의 코일을 만들었다. 이 섬유 코일은 최대 16배까지 늘어나는 탄성을 가지면서 전기 전도도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옷 크기로 대면적화하려면 기계와의 호환성 등을 해결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케이블이나 로봇팔, 인공근육 등에 재료로 쓰이면 기기의 효율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 유연 구동기를 만든 박철훈 책임연구원은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은 택배, 물류 같이 신체 일부분을 반복 사용하는 분야에 적용하면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좋은 대안"이라며 "앞으로 가격과 편안함 등에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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