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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WiFi카페] '물 들어온다 노젓자' 다운된 배달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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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복날 맞춰 실시한 할인 마케팅, 과도한 트래픽으로 서비스 부담↑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트래픽 예측 힘들지만 '책임감 있는' 마케팅 전제돼야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인생의 명언 중 하나입니다. 무언가 좋은 시기를 맞으면 그때를 최대한 누리라는 얘기입니다. 기업 입장이라면 자신들의 선행이 널리 퍼진다거나, 대중적으로 회자될 때, 혹은 제품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날 때가 되겠죠. 이 때를 잘 활용하면 최대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인터넷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외식업도요. 수요가 막 물밀듯이 들어오면, 기업주 입장에서는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감당하기 힘든 이상으로 손님이 방문한다면 되레 안 좋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손님들이 악성고객으로 돌변할 수 있으니까요.

비근한 예로 최근 배달앱들의 ‘물 들어올 때 노젓자’ 마케팅을 들 수 있습니다. 초복이던 지난 7월 12일 배달앱 ‘요기요’는 서비스 장애를 겪었습니다. 서비스 자체가 멈춘 것입니다. 한꺼번에 많은 방문자가 몰리다보니, 서버가 감당을 못하고 ‘퍼져’버린 것입니다.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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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맞이 5000원 할인 쿠폰 이벤트를 알리는 배달의민족 광고 이미지


왜 그랬을까요. 이날 요기요는 여러 할인 이벤트를 했습니다. 예컨대 ‘오늘 5시 이후 주문하면 치킨값 5000원 할인’이란 식입니다. 여름 치킨 성수기면서 초복인 그날, 치킨 쿠폰 마케팅으로 보다 많은 방문자를 받아보자는 의도였습니다.

주최 측도 예상 못한 인터넷인파(트래픽이라고 합시다)에 안 하니만 못한 이벤트가 됐습니다. 경쟁 서비스였던 배달의민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자신들은 잘 넘어갔으니까요.

말복이던 지난 11일, 이번엔 배달의민족이 서비스 장애에 빠졌습니다. 앱 내 결제가 안되는 등 일부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이 안되었던 것입니다. 이를 담은 기사에는 수 천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불편을 겪은 소비자들이 성토하는 댓글이었던 것입니다.

배달의민족도 할인 이벤트를 하다가, 몰려드는 트래픽을 감당 못했던 것입니다. 초복과 중복을 잘 넘겼고,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던 때에 예기치 못한 말복 트래픽 폭탄을 맞은 것이죠.

치킨 성수기인데다, 초복과 중복, 말복이라는 시기를 마케팅적으로 잘 활용해보려고 했는데, 트래픽 예측을 제대로 못한 것이죠. ‘물 들어올 때 노 젓다가 노 부러지고 자칫 배까지 가라앉을 뻔’한 경우였던 것입니다.

사실 인터넷 사업에서 트래픽 예측은 간단하면서도 어렵습니다. 간단하다는 얘기는 대부분의 인터넷 트래픽은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어렵다는 것은 예기치 못한 변수에 트래픽이 널뛰는데, 그걸 미리 감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죠.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월드컵 개막 때 일입니다. 월드컵 전 경기를 중계하게 된 아프리카TV는 야심만만하게 대표 BJ 감스트를 내세워 마케팅합니다. 온라인에서는 유일하게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한다는 그런 점을 앞세운 것이죠. 그야말로 ‘물 들어오니 열심히 노젓자’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감스트의 첫날 개막전 중계는 허망하게 끝납니다. 한꺼번에 많은 시청자들이 몰리면서 ‘방송이 폭파’된 것입니다. 월드컵 특수를 누리려던 아프리카TV는 울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싼 돈 들여 중계권을 사왔는데 말이죠. 그 다음에 잘 만회를 했지만, 개막전 방폭 사건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도 트래픽 폭증을 종종 겪곤 합니다. 최근 일로는 스마일게이트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야심작 ‘로스트아크’를 들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오픈하자마자 엄청난 대기열(게임 접속을 위해 기다리는 행렬) 일으킵니다. 1~2시간은 기본이었습니다. 간만에 나온 온라인 대작이라는 소문에 사용자들이 몰렸는데, 회사 측은 이에 대한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한 것이죠. 지금에서야 서버 증설과 통합을 통해 대기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지만, 일부 사용자들의 빈축을 사긴 했습니다.

사실 트래픽 폭증에 따른 서버 다운 문제는 기술이 발전해도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방문자들이 사이트에 들어와 하는 여러가지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그만큼 서버 내 자원을 써야 합니다. 이 자원은 전기, 개발자들의 인건비,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갑니다. 10명이 방문하는데 1000명 분의 서버를 구축해 놓는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낭비겠죠.

이데일리

아마존웹서비스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들이 나오면서 이런 비용의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기 건물(자기 서버)에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임대(클라우드 서버)로 들어가 일정 부분 비용을 지불하고 편의를 제공받는 것이죠. 혹 트래픽이 폭증하면 그에 맞춰 비용을 더 주고 클라우드 내 쓸 수 있는 자원을 늘리면 됩니다.

이런 클라우드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도 언제든 서비스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 수천·수만개의 서비스가 불능이 되는 것이겠죠.

결국은 서비스에서도 겸손함이 전제돼야할 것 같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혹은 자기 능력을 과신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끼치는 일을 피해야겠죠. 기업 입장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마케팅을 해야 하고요. 대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스타트업이나 중견 벤처 기업도 자신들의 마케팅에 대한 책임 의식은 분명 뒤따라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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