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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배틀그라운드] 한국돈 18조 들어간 평택 미군기지…미군 60%는 부대 밖에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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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한국인가 미국인가"

평택 미군기지 '험프리스' 둘러보기

신용카드 결제하면 '해외승인'

18조 원 투입, 땅 높이 3m 올려

부대 안에 ‘활주로’·‘골프장’

BTS '굿즈' 인기…한류 열풍

‘영원한 동맹’ 한·미동맹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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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병은 부대에 입점한 치킨ㆍ타코ㆍ피자 등 외식 매장에서 각자 원하는 음식을 구매한 뒤 둘러 앉아 자유롭게 식사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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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진 힘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드러난다. 미군은 많은 병력을 해외 군사기지에 주둔하며 세계 경찰 역할을 자처한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기지가 있는 지역도 다양하다.

평택 미군 기지(USAG, US Army Garrison)는 해외 주둔 미군 기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명칭부터 다르다. 일반적인 기지에 사용하는 ‘캠프’보다 더 큰 규모인 ‘개리슨’으로 불린다. 미군과 가족 등 4만 5천 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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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계획을 확인하며 출격을 준비하는 아파치 공격헬기 조종사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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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부 이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모든 부대 이전은 오는 2021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새로 들어선 아파트에는 포장 이사 차량이 줄지어 들어와 이삿짐을 풀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한국 속 작은 미국 도시’ 험프리스(Humphreys) 기지를 다녀왔다. ( * 중앙일보 홈페이지·유튜브에서 동영상 볼 수 있습니다.)



‘여의도 5.5배, 판교 신도시 1.6배 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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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내 숙소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사령부 이전은 끝났지만 전체 부대 이전은 오는 2021년에 완료될 예정이다. 박용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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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프리스는 동북아 최대 규모 군 부대로 면적은 여의도 5.5배ㆍ판교 신도시 1.6배 수준이다. 기지 안에 활주로ㆍ기동훈련장도 갖추고 있고 열차는 평택역으로 연결돼 있다. 주요 장비를 휴전선 지역과 부산항 등 전국 곳곳으로 보낼 수도 있다.

활주로 옆에는 골프장도 마련됐다. 18홀 정규 코스 골프장에는 클럽하우스도 있어 여느 골프장 못지않다. 다만, 일반 골프장보다 다소 완만한 지형이다. PGA 프로골퍼 출신 지배인이 상주하며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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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옆에는 18홀 정규 골프장과 클럽하우스도 마련돼 있다. 일반 골프장보다 다소 완만한 지형이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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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시설을 보더라도 미국 작은 도시 수준과 다름없다. 미국인 학교(초·중·고)ㆍ영화관ㆍ미식축구장·교회가 모두 모여있다. 위성 사진을 보면 야구장과 소프트볼 경기장은 8개나 발견된다. 미국 우편국이 설치한 우체통도 곳곳에 서 있다. 편지를 넣으면 미국으로 배달된다. 커피를 사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니 '해외승인' 메시지가 휴대폰으로 날아왔다. 한국인지 미국인지 헛갈리는 순간이다.

평택기지 험프리스는 처음부터 큰 부대는 아니었다. 해방 전까지는 일본군이 쓰던 비행장 부지다. 미군은 한국전쟁 기간에 자리 잡았다. 이때부터 ‘K-6’ 기지로 불렸는데 최근 10년 사이에 151만 평에서 430만 평으로 확장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미 2사단 등 미군기지를 통폐합하면서 주한미군 병력 70%가 주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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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초ㆍ중ㆍ고교가 모두 들어서 있고 야구장을 비롯한 각종 시설도 완비돼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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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은 한ㆍ미 양국 합의에 따라 2004년 시작됐다. 기지 조성은 2007년 착공한 뒤 2017년 미 8군사령부 이전을 시작으로 지난해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까지 용산에서 옮겨왔다. 이제 이전을 거의 완료한 상태다.



‘현금은 달러만 받아, 우체통 편지는 미국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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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병이 아파치 공격헬기를 거품 세척하고 있다. 2주마다 항공기 점검 및 습식 세척을 반복한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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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병은 험프리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아파치 공격헬기 조종사인 코인(KOENNE) 상급 준위는 “2015년에 복무했을 때보다 규모가 커졌다”며 “새로 생긴 PX와 면세점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앳킨스(ATKINS) 상병은 “워리어 존(오락시설)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쇼핑센터인 ‘X EXCHANGE’에서는 국내외 가전제품과 각종 의류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대형 할인 마트에 백화점을 더한 형태와 같다. 이동주 지배인은 “매장 크기는 13만 5천 스퀘어 피트(약 4천 평) 규모”라면서 “미군 장병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제품은 32인치 TV와 비디오 게임 콘솔(PS4, Xbox)”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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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점에서는 군복과 각종 장구를 구매할 수 있다. 영상캡처=박용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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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센터 안에 마련된 군장점 ‘X MILITARY CLOTHING’에 들어서자 각종 미군 전투복과 예복 및 계급장이 전시돼 있었다. 미군은 군복을 개인 급여로 구매한다. 쇼핑센터 직원은 한국인 240명과 미국인 70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인 직원은 기존 부대 근무자와 평택 인근 거주자이며 미국인은 험프리스 주둔 미군 배우자 또는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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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부대에서도 BTS 한류 열풍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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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센터 입구에는 방탄소년단(BTS) 기념품도 진열돼 있다. 한국을 찾은 미군과 가족들이 BTS ‘굿즈’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미군 부대에서도 한류 열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당가 ‘X FOOD COURT’에는 치킨ㆍ타코ㆍ피자 등 미군이 선호하는 외식 매장이 줄지어 있다.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미국 현지 매장도 여럿 포함됐다. 점심시간이 되자 미군 장병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각자 원하는 매장에서 구매한 음식을 들고 둘러 앉아 자유롭게 식사했다. 평범한 쇼핑센터 식당가와 다르지 않았다.



‘운동 좋아하는 미군, 체력검정 실전 연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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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병사 식당에서 밥ㆍ감자ㆍ빵ㆍ스테이크를 맛봤다. 5달러 40센트(약 6500원) 현금을 내고 쿠폰을 구매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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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미군 병사식당 ‘PROVIDER GRILL’에 다녀왔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함께 방문해 식사했던 곳이다. 쿠폰을 구매한 뒤 자유롭게 식사하는 뷔페 형식인데 달러로 현금만 받는다. 신용카드는 거절이다. 5달러 40센트(약 6500원)를 내고 밥ㆍ감자ㆍ빵ㆍ스테이크 등 마음껏 골라 먹었다. 소고기 보리 수프는 처음 맛본 음식이다. 총각김치는 한국 일반식당과 다르지 않았다.

미군과 한국군 장병이 모두 이용하기 때문에 한국군도 다수 보였다. 카투사는 ID카드를 보여 준 뒤 식사할 수 있다. 여느 미군 식당처럼 빈 테이블이 하나 마련돼 있다. 미군은 전사했거나 실종된 전우를 위한 자리를 별도 마련해 희생을 추모한다. 생활 속에 녹아있는 보훈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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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전사했거나 실종된 전우를 위한 자리를 별도 마련해 희생을 추모한다. 험프리스 병사 식당 계산대 앞에 마련된 자리. 박용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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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나본 몇 명의 미군 장병은 ‘슈퍼 짐’이라 불리는 운동시설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아파치 공격헬기 비행을 관리하는 구스타브(GUSTAVE) 병장은 “험프리스 기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슈퍼 짐(체육관)인데 시설이 매우 크고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헬기 세척을 하던 데이비스(DAVIS) 일병 역시 “좋은 시설이 여럿 있는데 슈퍼 짐이 최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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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장병은 험프리스 시설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슈퍼 짐’이라 불리는 운동시설을 최고라고 강조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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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취재 일정에 없었던 슈퍼 짐을 찾았다.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위한 각종 장비가 마련돼 있었다. 스쿼시ㆍ수영장ㆍ농구장ㆍ트랙 등 시설도 갖춰져 있다. 웬만한 시설 여러 개를 합쳐도 나오기 쉽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였다.

교육 강좌도 알차게 마련돼 있다. 김영일 지배인은 “크로스핏을 하는 강사들이 아침과 저녁에 강습하는데 비용은 별도로 받지 않는다”며 “미군과 가족 그리고 여기에 근무하는 한국군도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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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전투즉응력검정 실험 종목에는 타이어뒤집기ㆍ마네킹 끌기ㆍ모래주머니 쌓기 등이 포함돼 있다. ‘슈퍼 짐’에서 타이어뒤집기 연습도 가능했다. 기자도 시도해 봤는데 들어올리기 매우 어려웠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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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10명 중 6명은 한국인과 이웃주민’



미군과 군무원을 위한 숙소도 부대 안에 마련돼 있다. 지난 6월에 완공한 아파트를 찾았다. 건물에 들어서자 새집 냄새가 물씬 났다. 아파트는 자녀 수 등 가족 규모에 따라 47평(침실 3개)ㆍ50평대(침실 4개)ㆍ60평대(침실 4개) 중 하나를 배정받는다. 내부 시설은 모두 미국식으로 꾸며 있다. 벽에는 전압 120V 형식 콘센트가 매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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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프리스 곳곳에서 미국 우편국이 설치한 우체통을 발견할 수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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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숙소는 가족을 동반한 경우에 제공되는 아파트와 대령급 이상 단독주택, 독신자 숙소 등 다양하다. 평택 시민과 '이웃주민'으로 살기도 한다. 주둔 미군 40%가 부대 안 숙소에 거주하고 60%(5500세대)는 부대 밖 평택 민간 임대 주택에 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부대 근처에서 부동산 중개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부대 관계자는 “부대 외부에는 임대 주택 건물이 과잉 공급돼 현재는 공실도 많다”고 전했다.

험프리스는 기지 스스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거주 여건을 갖췄다. 자체 취수장은 물론, 병원도 마련돼 있다. 부대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큰 불편 없이 기본 생활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평택과도 연결돼 있어 생활 여건이 더욱 편리하다. 아파치 조종사 이시현 중위는 “기지 안에 식당도 많고 영화관도 있고 군인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지만, 부대 밖 평택 시내에도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즐비하다”며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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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기지에 있던 미 8군사령부는 2017년 평택 험프리스 기지로 이전하면서 사령부 앞에 서 있던 워커 장군 동상도 함께 옮겨갔다. 박용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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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예산 18조 원을 투입해 험프리스를 조성했다. 한국은 기지 조성과 이전 비용 중 94%를 부담했다. 미군 요구에 따라 침수 위험이 높은 285만 평을 3m 높이로 흙을 쌓아 지반을 돋웠다. 완전히 새롭게 땅을 만든 셈이다. 미국은 평택에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 기지를 마련했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해외 미군기지여서 전략적 가치도 매우 크다.

험프리스는 ‘굳건한 한미동맹 상징’으로도 불린다. 지난 7월 ‘한미동맹 상징 조형물’도 설치됐다. 조만간 한ㆍ미 연합군사령부(미래사)도 이곳으로 지휘부를 옮길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한·미 군 지휘부를 만나 “한미동맹은 결코 한시적인 동맹이 아니라 영원한 동맹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한·미 장병은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며 함께 땀 흘리고 있었다.

평택=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영상=강대석·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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