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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홍콩, 폭우 속 아이들과 평화행진…5년 전 ‘우산혁명’ 되살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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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평화시위는 이렇게” 가족들이 나왔다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의 젊은 부모와 아이들이 18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뒤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홍콩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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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도심 도로는 차량 대신 형형색색의 우산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18일 홍콩 시내에는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지만, 11주째 이어진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시위 열기를 막지 못했다. 홍콩 매체들은 이날 145만명 안팎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들은 서로를 독려했다.

2014년 ‘우산혁명’ 때 좌절됐던 민주화 열망이 다시 피어난 것이다. 5년 전 접혔던 우산이 이날 다시 펴졌다는 말도 나왔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민전)은 이날 오후 2시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시위 강경진압을 규탄하는 ‘검은 폭력과 경찰의 난동을 멈춰라’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가 평화·이성·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가 될 것이라고 했고, 시민들도 중국 당국의 무력 경고 등을 의식한 듯 질서 있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시위대와 경찰의 대규모 충돌 여파로 주중 홍콩국제공항 폐쇄로까지 이어졌던 일주일 전 주말과 비교하면 이날 시위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10만명 수용 빅토리아 공원

시위대 수십분 머물다 가는

‘유수’식 방식으로 집회 진행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빅토리아 공원은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검은 옷 차림의 시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오후 2시45분쯤에는 더 이상 입장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원이 가득 찼고, 인근 글러스터로드까지 인파로 채워졌다. 시민들은 ‘경찰의 폭력진압 중단’ 등이 적힌 푯말을 들고 홍콩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상공에서 본 공원과 그 주변은 우산으로 뒤덮였다. 시위 도중 폭우가 쏟아지자 시민들은 오히려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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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 아이를 안은 엄마 등 가족 단위 시민들이 많았다. 8살짜리 아들과 함께 빅토리아 공원에 나온 30대 여성은 현장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6월9일부터 주말 집회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 홍콩 경찰이 홍콩인들을 때리는 일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형과 함께 참여한 텐 신(31)은 “캐리 람 행정부가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에는 전혀 답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민전은 집회에서 송환법 완전 철폐,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 행태에 관한 독립적 조사, 보통선거 실시 수용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경찰의 폭력진압 중단도 요구했다. 범민주파인 민주당 입법회 의원 린줘팅(林卓廷)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현 홍콩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발생한 위엔룽(元郞) 지하철역 백색테러 사건 당시 오른팔을 다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민전은 ‘유수(流水·흐르는 물)식’ 시위를 내세웠다. 빅토리아 공원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수십분간만 공원에 머무른 후 ‘물이 흐르듯이’ 순차적으로 공원을 빠져나가도록 한 것이다.

가족 단위 참여자들 북적

“경찰, 시민 폭행해선 안돼”

폭력 진압 중단 등 요구도


시민들은 애드미럴티에서 완차이, 센트럴로 행진했다. 평화적이고 질서 있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일부 시민은 직접 만든 손팻말을 나눠주고, 자원봉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물을 전달했다. 유수식 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빅토리아 공원을 떠난 시민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빠져서는 안된다’ ‘자유 홍콩’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걸었다. 홍콩 경찰은 3000여명의 경찰과 100여명의 폭동진압경찰을 투입했지만,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경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위 현장에선 긴장감이 돌았다. 이날 집회가 폭력으로 번질 경우 중국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위대 사이에서 ‘풀 기어’(완전무장) 등 내부 공지가 돌면서 경찰과 충돌 가능성이 거론됐다. 시민들이 행진하는 길에 위치한 정부청사, 입법회,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행진이 끝나는 지점인 센트럴 차터로드에는 경찰 수십명이 대기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센트럴까지 행진한 뒤 자진 해산했다.

홍콩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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