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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아프간 결혼식장서 자살폭탄 발생…63명 사망 '올해 최악의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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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범행 자처…아프간서 단계적 철수 논의 중인 미국 강행할까

세계일보

사진=AFP연합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결혼식장(사진)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63명이 목숨을 잃고 180명 이상이 다쳤다.

현지 매체 등은 올해 아프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라고 전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는 이날 오후 10시 40분쯤 카불 서부의 ‘두바이 시티’ 웨딩홀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생겼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통상 이런 결혼식에는 400명이 넘는 하객이 참석한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이번 결혼식에 1000명 이상이 초청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처참하게 부서진 결혼식장 내부와 희생자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숨진 희생자의 가족 등은 맨손으로 땅을 판 뒤 시신을 묻는 등 참담한 장면이 연출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목격자인 굴 무함마드는 현지 언론에 결혼식장 연주자 무대 인근에서 테러범이 폭탄을 터트렸다면서 ”거기에 있던 젊은이들과 어린이들, 모든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부상자 중 1명인 무함마드 투판도 “하객 중 다수가 희생됐다”고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전했다.

신부의 아버지는 현지 톨로뉴스에 가족 1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이번 사건이 올해 들어 카불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결혼식장은 이슬람 2대 분파인 시아파 내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의 거주지역에 있으며, 이 지역에선 지난 2년간 이슬람 1대 분파 수니파 소속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거듭 발생했다.

AFP 통신은 특히 아프간 결혼식장은 보안 검색이 종종 느슨해지는 탓에 손쉬운 테러 대상이 돼 왔다고 설명했다.

카불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결혼식장에서 열린 이슬람 성직자 회의에서 폭발이 발생, 40여명이 숨졌다.

실제로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의 현지 연계 세력은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IS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사 중 1명이 스스로 폭탄을 터트렸고, 치안 병력이 도착했을 때 다른 이들이 폭발물이 실린 차량을 터트렸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아프간에 본격 진출한 IS는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최근에도 민간인을 겨냥한 각종 공격을 벌였다.

외신들은 이번 폭발이 미국과 수니파 무장 정치조직인 탈레반이 18년간 이어온 아프간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아프간을 지배했는데, 2001년 9월11일 미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의 배후자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국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 조직인 알 카에다를 숨긴 채 미국에 인도하지 않은 결과 미국과 영국 등 동맹국의 공격을 받았다.

같은해 10월7일부터 시작된 미군과 영국군의 합동공격에 밀려 11월 탈레반 정권은 무너지고, 살아남은 이는 파키스탄과의 접경지역으로 도피하기도 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최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8차 평화협상을 마쳤으며 조만간 평화협정 초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일 미국이 탈레반과 휴전을 맺는 대가로 현지 병력 1만4000명을 8000~9000명으로 감축하는 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프간 국토 절반 이상을 장악한 탈레반은 지난 7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아프간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부군 등을 겨냥한 공격을 계속하는 등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탈레반은 이번 폭발과 어떤 연관성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일보

사진=AP연합


미국에서도 아프간 철군 논의가 한창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이 지난 16일 행정부 각료 및 고위 국가안보 보좌관들과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 문제를 논의했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 리조트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 장관,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을 만나 아프간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동석했다.

회의에서 이들은 할릴자드 특사의 외교활동 결과와 아프간에서 미군의 단계적 철수 개시 계획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 ”아프간에 대한 아주 좋은 회의가 막 끝났다”며 “19년 전쟁에서 반대편에 섰던 많은 사람과 우리는 가능하면 거래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2016년 대통령선거 전부터 아프간에서 철군해 미국의 가장 오래된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은 탈레반과 지난해부터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미국과 탈레반은 내달 28일로 예정된 아프간 대선에 앞서 9월1일까지 평화협정 체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AP 통신 등은 보도한 바 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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