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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도심의 열…바람길로 날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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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등 열섬 완화 효과 있지만

도시 둘러싼 산에서 만든 찬 공기

바람길로 끌어들이면 ‘녹색에어컨’

국토 63% 산림인 한국, 여건 좋아

산림청, 올해 바람길숲 11곳 선정

주택·빌딩이 바람길 막지 않게

도시계획 추진 때부터 고려해야

기상과학원, 빌딩 영향 규명 나서

“찬 공기 보전지역 등 지정 필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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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1일 강원 홍천의 일 최고기온이 41도를 기록했다. 이로써 대구는 76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라는 유명세에서 벗어났다. 기상기후학적 원인이 우선이지만 폭염을 완화하려는 대구시의 노력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권용석 대구경북연구원 스마트공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기상청 소식지 ‘하늘사랑’에서 대표적인 대구시 폭염 대책으로 쿨루프, 쿨링 포그, 클린로드, 가로수 식재사업을 들었다.

쿨루프는 지붕의 색깔을 밝은색으로 칠하는 것으로 지붕 온도는 10도 이상, 건물 실내 온도는 1~3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부터 대규모로 가로수를 심기 시작한 대구시는 가로수의 폭염 완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자 2021년까지 1천만 그루를 목표로 식재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 조경시스템공학과 연구팀은 학술지 <환경영향평가> 최근호에서 “가로수는 도심 열섬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며 “특히 한 줄로 심는 것보다 두 줄로 심는 것이, 또 야간에는 키 큰 교목보다 키 작은 관목을 두 줄로 심는 것이 온도변화에 더 민감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수차나 쿨링포그의 경우 실제로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쿨링포그는 수돗물을 빗방울의 1000만분의 1 크기의 인공안개로 고압 분사하는 장치다. 기상청은 최근 도심 빌딩숲이 폭염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살수차나 쿨링포그의 폭염 완화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국립기상과학원과 한국외국어대 대기환경연구센터 등은 지난 5~7일 서울 광화문 주변 도로와 인도 등지에서 이동형 기상관측차량과 보행자 맞춤형 모바일관측시스템을 동원해 기상 관측을 했다. 6일은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오후 2시50분 36.8도까지 치솟아 올 여름 들어 가장 더웠던 날이다. 하지만 이 기온은 종로구 송월동(법정동·행정동은 교남동)에 있는 기상관측소에서 지표 1.5m 안팎 높이의 온도 측정기로 잰 수치이다. 박문수 한국외대 대기환경연구센터장은 “광화문 주변 도로와 인도의 지표면, 0.5m, 1.5m, 2.5m 등 다양한 높이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1.5m 높이에서는 기상청의 공식 기온에 비해 0.5~1.5 정도 높고 0.5m 높이에서는 1.5~3도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지표면 온도는 50도 이상. 아스팔트는 60도 이상이 측정됐다. 공동연구팀은 측정 자료를 정밀 분석해 10월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 만 도심 열섬 완화 효과가 입증된다 해도 살수차나 쿨링포그의 경우 한시적 수단이라는 한계가 있다. 도심 열섬과 열대야를 완화할 항구적 방법으로는 최근 도시 바람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산림청은 도시를 둘러싼 산지에서 차고 신선한 공기가 바람길을 따라 도시로 이동해 열대야를 완화하는 ‘녹색에어컨’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도시 바람길숲 11곳을 선정하고 3년 동안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엄정희 경북대 산림과학·조경학부 교수는 “바람길은 차고 신선한 공기가 발생하는 곳에서 열섬현상이 일어나는 도심 등까지 찬 공기가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바람길이라는 개념과 용어를 처음 도입한 곳은 독일이다. 독일 남서부 슈투트가르트시는 풍속이 느리고 대구처럼 분지형 도시인 데다 공업도시로 오염물질 배출이 많아 도심 열섬현상이 악화됐다. 슈투트가르트는 바람길 개념을 도시계획에 반영해 도시 중앙부에 150m 폭의 녹지를 조성하고 구릉지의 건물들은 바람의 흐름을 고려해 방향을 결정하게 했다. 도시 안 52개 주요 도로 노선도 바람의 흐름을 고려해 결정했다.

찬 공기는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전환, 곧 복사 냉각 때문에 만들어지는 낮은 온도의 공기를 말하는데, 보통 구름이 없는 맑은 밤에 잘 생긴다. 찬 공기는 교목이 많은 숲에서보다는 들판이나 목초지에서 잘 발생하지만 산림지역은 찬공기가 비탈을 타고 마을로 내려올 수 있어 바람길로 이용하기에는 더 적합하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63%가 산림인 데다 대부분 도시가 산지 주변에 있어 바람길을 이용해 도심 열섬과 열대야를 완화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도시계획에 바람길 조성이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 엄정희 교수 연구팀이 경기도 북부 중랑천 유역의 의정부시와 남쪽 안양천 및 양재천·탄천 유역의 과천시의 바람길을 분석해보니, 찬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 오히려 복합문화융합단지, 공공주택지구, 지식정보타운 등 대규모 공공·주택시설이 들어설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전주시의 경우에도 남고산 일대 계곡지형 등 찬 공기가 흘러내려 오는 곳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었다. 연구팀은 산지를 가로막는 대형 주택단지나 공공시설 건설을 지양하고 도시계획을 추진할 때 바람길 활용방안을 추가로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엄정희 교수는 “바람길은 대기오염, 폭염, 열대야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도시의 오염된 공기와 열환경을 대기 혼합 효과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친환경적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며 “찬 공기 생성이 활발한 산림지역 일대를 ‘찬 공기 보전지역’으로, 원활한 찬 공기 흐름을 위해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찬 공기 관리지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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