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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제 AI뱅킹이 대세"…코딩 배우는 은행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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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4차 산업혁명, 핀테크 시대 도래로 외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영입에 나섰던 은행들이 최근 들어 '디지털 뱅커(banker)' 직접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 인력 수요 증가로 외부 인재 영입이 말처럼 쉽지 않고, 은행 업무와 신기술 간 벽이 무너지면서 이제 특정 분야뿐만 아니라 은행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인적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디지털 업무 담당 부서를 신설·확대해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직접 키워 조직의 '소프트웨어' 강화에 나선 것이다.

산업은행은 연수 제도부터 뜯어고쳤다. 과거 MBA 중심으로 구성됐던 해외 연수도 이제는 데이터 사이언스나 프로그래밍 과정만 갈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바꿨다. 이와 별도로 본점 일부 부서에서는 코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부터 시작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는 평소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transformation)을 강조해 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이제는 은행원도 "'디지털 마인드(mind)', 즉 디지털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몇 년간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기업·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5~10년 안에 한국 경제가 원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금융산업 종사자들도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타 시중은행들도 내부 디지털 인재 키우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디지털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경력개발제도(CDP)를 시행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발한 직원을 일정 기간 디지털 신기술과 관련된 연수를 보내주고 해당 분야 업무에 배치하는 제도다.

KEB하나은행은 직원을 위한 코딩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 1년에 두 차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뉘어 진행되는 코딩교육 과정은 초급자를 위한 기초교육 프로그램과 중급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초급 과정에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개발한 운영 프로그램 '스크래치'를 활용해 간단한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을 직접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중급 코스에서는 파이썬 프로그램을 통한 본격적인 코딩교육을 실시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스스로 생각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디지털 뱅커를 양성하기 위한 움직임은 신입 행원 채용 단계에서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 사업을 추진하던 내부 디지털 전문가를 채용팀장으로 선임하고 수시채용 방식의 '디지털·ICT 신한인 채용위크' 를 신설하기로 했다. 디지털 분야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이를 통해 디지털·ICT 전공자뿐 아니라 관련 직무 경험을 보유한 경력직,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등을 필요 직무별로 적기에 채용할 계획이다.

디지털 인재 양성과 확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화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글로벌 은행의 디지털 인재 확보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들도 기존 은행 직원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디지털 인재로 전환하는 전략을 이미 시행 중이다. 싱가포르 OCBC은행은 미래 은행 업무에 요구되는 7개 전문 영역을 정의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JP모건은 2017년 전체 임직원 25만명 중 정보기술(IT) 인력이 5만명(20%)을 돌파했다. 국내 금융사는 같은 해 4.0%에 불과했다.

다만 조수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사도 약 76%가 최근 조직 내 새로운 IT 역할을 창출했지만 절반 이상은 적절한 디지털 역량을 보유한 인재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조 수석연구원은 "은행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운영 방식이 디지털 인재가 선호하는 회사나 업무 환경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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