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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중국판 GPS망, 세계 130개국서 미국 압도…中 우주굴기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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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분의 2 국가 상공에서 가장 많이 가동

GPS에 없는 송신 기능 갖춰 '특정지역 정보 무력화'등 안보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이 미국의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GPS·위성항법장치)에 대응해 개발한 중국판 GPS 위성이 작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3분의 2가 넘는 국가의 상공에서 가장 많이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중국판 GPS에 대응하는 스마트폰과 자동운전용 수신기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 인프라를 확충해 위치측정 데이터 사업의 주도권을 잡으려는중국의 야심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위치확인 시스템의 원조는 미국의 GPS이지만 유럽연합(EU), 러시아, 인도, 일본 등도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중국은 민간과 군사 영역에서 필수적인 위성항법 서비스를 미국 GPS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북두칠성에서 이름을 딴 '베이더우(北斗)' 위성을 2000년에 처음 발사한 후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 왔다. 일본과 유럽 이외에는 군사목적이었으나 민간에 개방해 스마트폰과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물론 항공기와 선박, 농기계, 광산기계의 감시 및 제어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시창(西昌)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되는 베이더우 위성
신화통신 사진 캡처



유럽위성항법시스템기구(GSA)는 이 분야 시장이 내년에 1천800억 유로(약 241조 원)에 달하고 수신단말기는 80억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유수의 수신기 메이커 트림블이 보유하고 있는 위성궤도 데이터를 토대로 어느 국가의 위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중국은 작년에 한꺼번에 베이더우 위성 18기를 쏘아 올려 올해 6월 말 현재 가동중인 위성이 35기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 GPS의 31기 보다 많은 것이다. EU의 위성은 22기, 러시아는 24기, 일본은 4기, 인도는 6기였다.

유엔 회원국인 바티칸과 팔레스타인을 합해 195개국 상공에서 가동중인 위성현황(6월28일 현재)은 중국 위성이 전체의 3분의 2인 130개국에서 하루 최대 관측 수가 미국 GPS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본토의 경우 대략 20기 이상이 관측됐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가 베이더우 위성 이용을 촉진하는 강력한 무대가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대일로에 참가하고 있는 137개국중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100개국에서 베이더우의 관측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파키스탄은 군대의 위치확인 시스템에 베이더우를 도입했고 튀니지에서는 올 4월 수도에서 무인트랙터 주행 실연회가 열렸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포함, 30개국 이상이 이미 베이더우 시스템을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에서 베이더우가 표준으로 채택되면 중국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차세대 기술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도 서서히 확산하고 있다. 뉴욕과 런던의 베이더우 위성 관측 수는 10기 전후로 아시아 지역보다는 적지만 GPS나 EU 위성에 맞먹는 시간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상공의 경우 자체 위성 4기와 GPS 위성 10기 정도를 조합해 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베이더우만도 최대 20기 이상이 관측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 미중경제안전보장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위성위치확인 시스템 구축 투자 규모는 1994년부터 2020년까지 누계로 최대 10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앞으로도 베이더우 위성 10기 정도를 더 쏘아 올릴 계획이다. 관측 위성 수가 많을수록 위치의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몇년 후에는 베이더우의 정확도가 선진국을 따라 잡을 것"(구보 노부아키 도쿄해양대학 교수)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 파급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제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은 베이더우에 대응하는 표준기능을 갖추고 있고 외국기업도 따라가는 추세다. 베이더우에 대응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퀄컴은 베이더우를 수신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일찍부터 공급했으며 애플을 제외한 주요 기업들이 최신 기종에 탑재하고 있다. 스위스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2015년 차량용 반도체에 베이더우를 채택했다.

미국에서는 안보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위치확인 위성은 미사일 유도와 군부대 전개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것인 만큼 주도권을 빼앗길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크다.

게다가 미국 GPS 등은 지상으로 신호를 보내기만 하고 수신한 단말기의 위치는 특정하지 못하지만 베이더우는 메시지를 송수신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신호를 받은 쪽에서 위치정보를 송신할 수 있어 특정 지역에 한해 위치정보를 마구 흐트려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기능이 사이버 공격 등에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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