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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으악! 서울 하늘에서 '애벌레 비'가 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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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흰불나방 유충 가로수 점령… 영등포구·마포구 등 피해 극심

조선일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버스 정류장 의자에 송충이들이 붙어 있는 모습. /독자제공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A아파트에 사는 심미선(53)씨는 집 밖을 나설 때마다 우산을 챙긴다. 장마 때문이 아니다. 단지 앞 정류장 근처 가로수에서 '애벌레 비(雨)'가 내리기 때문이다. 심씨는 "떨어지는 송충이에 맞았다가 간지럼증 걸렸다는 사람도 있고, 무섭고 징그러워 아예 우산을 들고 다닌다"며 "민원을 넣어도 계속 심해져서 영등포구의회 의장한테까지 전화했다"고 했다.

주민들이 '송충이'라고 부르는 이 애벌레는 '미국흰불나방'의 유충이다. 엄밀히 말해 '솔나방의 애벌레'를 가리키는 송충이와는 다르다. 주로 전남 영광, 전북, 광주 서구 등 농가에서 기승을 부리다 올해는 서울까지 퍼져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원인은 고온다습했던 올여름 기후다. 정보미 전남산림자원연구소 산림자원연구팀장은 "국내에서 미국흰불나방 유충 개체 수는 줄었다가 늘었다가 반복되는 추세인데, 이번 여름은 고온다습한 기간이 길었고 폭염이 심하다 보니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라고 했다.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20일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최근 2주 사이에만 애벌레 관련 민원 전화가 60여통 걸려왔다. 주민들은 "거의 재난 수준"이라고 했다.

양평동에서 생활용품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동섭(52)씨 부부는 "길 건너편 가로수에서 떨어진 송충이들이 1차로 일방통행 길을 횡단해서 가게 쪽으로 중공군 밀려오듯이 온다. 가게 물건 안으로도 들어와 바구니에 모아놓았다가 버렸다"고 했다. 주민 신윤정(21)씨는 "버스 내리면 비 오듯 송충이가 떨어져 다른 정류장에서 내려서 걸어온다. 정류장 의자도 송충이로 뒤덮였다"고 했다.

심각성은 영등포구가 가장 크지만, 이 벌레는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20일 오전 기준 서울시 전역에서 해충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된 가로수는 1037그루다. 강서구·구로구·금천구·강북구·광진구·용산구 등 9개 구에서 피해가 발생했는데, 특히 양천구(300그루), 영등포구(200그루), 마포구(200그루) 등이 피해가 크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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