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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낭랑 18세 클릭에… 저고리가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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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무슨 옷이야?"

지난해 12월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8년 멜론뮤직어워드'에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등장하자, 관객석이 웅성거렸다. 그의 의상 때문이었다. 이날 지민은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부채춤을 췄다. 전통 한복에 슬랙스(서양식 바지) 스타일을 융합해 만든 지민의 옷은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이후 이 옷을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전북 전주 소재 생활한복 전문업체 리슬엔 주문 전화가 폭주했다. 이후 같은 그룹 멤버 정국 등이 최근 생활한복을 공항 패션으로 선보이며 이 옷을 만든 중소업체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비싸고 입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전통한복에 대한 수요가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2030세대 사이에 생활한복이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루한 이미지로만 각인됐던 생활한복이 세련된 패션 아이템이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생활한복을 찾는 젊은 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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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한복 브랜드 리슬이 출시한 '자연애 저고리'. /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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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리더들 사이에서 주목

통계청에 따르면 한복 제조업체 수는 지난 2005년 4506곳에서 2014년 3054곳으로 32.2% 줄었다. 한복 시장이 이처럼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상에서 생활한복이 인기를 끌면서 생활한복이 한복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스타그램에서 '#한복'이란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만 150만 건이 넘는다. 한복은 최근 궁궐 주변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 유행이 되면서 젊은 층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 같은 트렌드를 간파한 생활한복 업체 대표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미(美)를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을 더한 생활한복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인스타그램 댓글엔 "한복이 이렇게 현대적일 수 있다니 놀랍다" "해외 명품 옷과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 세련됐다" 등 2030 네티즌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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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슬의 황이슬 대표는 지난 2006년 '손짱'이라는 브랜드로 처음 한복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의 전통미(美)를 살리면서도, 입기 편하게 실용성을 중시해 만들어 '한복은 불편하다'는 편견을 깼다. 월 2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소셜미디어 사용 인구가 늘어나면서 2013년 연매출이 1억2000만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엔 1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최근에는 무신사, 아이디어스 등에도 입점했다.

2017년 론칭한 생활한복 브랜드 무릇의 강나래 대표는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려면 무조건 온라인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전통한복은 체형과 1~2㎝만 달라져도 옷맵시가 안 살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반면, 생활한복은 우리가 매장에서 보는 일반 기성복과 비슷한 패턴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옷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릇은 2년 전보다 올해 매출이 두 배 이상 늘면서 지난 2월 홍대에 쇼룸까지 갖추게 됐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모금 마감 이틀을 남기고 목표액 1597%를 달성하기도 했다. 2015년 오프라인 편집숍으로 시작한 한복 브랜드 하플리는 아티스트와 협업해 한국적 포인트를 옷에 많이 녹여내면서도 실루엣은 대중에게 익숙한 양장식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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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 지난 2015~2016년 크루즈 컬렉션에서 선보인 한복풍의 분홍색 드레스. 영화 '옥자'의 주인공 틸다 스윈턴이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왼쪽 사진). 조선 호랑이 프린팅이 돋보이는 한복 브랜드 하플리의 '황선비 자켓'. /샤넬·하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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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플리의 조선호랑이 자켓은 디자이너 다이노와 협업한 하플리 최초의 남성복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와 협업해 출시한 '하플리X마리몬드' 라인업도 나오자마자 완판됐다. 하플리의 이지언 대표는 "2017년 매출은 1억원대 후반이었고, 올해는 매출이 5억~6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열광하는 한복…더 이상 무거운 전통 아닌 즐거움의 대상"

젊은 세대가 이처럼 한복에 열광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한복이 더 이상 무거운 문화로만 인식되지 않고,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재이자 개성 있는 패션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복진흥센터 박선영 팀장은 "(젊은이들이) 이전에는 한복을 낡아빠진 것, 어른들이 입는 옷처럼 인식하다가 한복을 입고 사진 찍어 올리는 등 한복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일상에서도 늘어나면서 한복 입기가 즐거움의 대상으로 변했다"며 "특히 BTS 등 글로벌 스타들이 대중들에게 꾸준히 한복 패션을 선보이고 한복 입기가 관광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한복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복은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샤넬의 디자이너 고(故) 칼 라거펠트는 지난 2015~16년 크루즈 컬렉션에서 한복에서 착안한 드레스를 선보였다. 영화 '옥자'의 주연배우 틸다 스윈턴이 클라이맥스 신을 촬영하며 이 의상을 골라 화제가 됐다.





김선엽 기자(edward@chosun.com);유종헌 인턴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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