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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트럼프를 힐링하는 남자' 폼페이오, 2024년 백악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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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트럼프 안티 세력이었던 폼페이오

후보시절 "권위주의적 대통령 될 것" 공격

이젠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차기 꿈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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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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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애하는 장관 1순위로 거론되는 인물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19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을 분석한 기사에서 '트럼프 장관(Secretary of Trump)'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에 착안해 폼페이오가 트럼프에게 충성을 다하는 인물임을 표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선 트럼프 후보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뉴요커와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19일 폼페이오 장관이 당시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반대하는 연설을 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그해 3월 캔자스주(州) 위치토 시에서 열린 코커스(당원대회)에 나와 트럼프 후보의 경쟁자였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당시 폼페이오는 위치토 시 소속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트럼프 후보가 얼마전 ‘내가 군인에게 전쟁 범죄를 저지르라고 하면 그 군인은 그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헌법을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대통령을 4년간 더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권위주의적이기 때문에 그의 당선에 반대한다는 뜻이었다. 뉴요커는 폼페이오 장관이 군 출신이기에 트럼프 당시 후보의 발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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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난 6월 주한미군 격려 행사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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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코커스엔 트럼프 후보 역시 자리했다. 이전까지 폼페이오와 일면식이 없던 트럼프 후보는 폼페이오의 루비오 지지 연설을 듣고 “저 사람은 누구냐”고 측근들에게 물어봤다고 WP는 보도했다. 폼페이오가 그때부터 트럼프의 시선을 끌었던 셈이다.

폼페이오는 야심가다. 의회에서 처음 두각을 드러낸 건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였다. 그는 당시 미국 정계에 막대한 로비 자금을 뿌리는 것으로 유명한 기업 코크 산업(Koch Industries)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코크 산업을 이끄는 두 형제인 찰스와 빌 코크는 위치토를 기반으로 기업을 키워냈고, 이 곳의 하원의원인 폼페이오는 이 점을 충실히 활용했다. 신문에 ‘코크 형제를 그만 괴롭혀라’는 제목의 칼럼까지 기고했을 정도다. 코크 형제는 그에게 후원금으로 보답했고, 폼페이오는 이를 바탕으로 워싱턴에서 기반을 다졌다.

폼페이오는 곧 자신이 내심 제일 희망하는 상임위원회로 진출했다. 정보위다. 당시 정보위에서 함께 활동했던 의원들은 뉴요커에 폼페이오에 대해 “정무적 감각이 탁월(politically shrewd)했다”고 밝혔다. 이후 폼페이오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 업무용이 아닌 개인 e메일로 기밀 정보를 취급했다는 비판을 주도한다. 힐러리와 각을 세워온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도 ‘폼페이오’라는 이름 넉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을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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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모두의 표정이 굳은 가운데 폼페이오(오른쪽에서 두 번째) 장관만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며 환히 미소 짓고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사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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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상원의원이 대선 레이스에서 탈락하면서 폼페이오는 자연스럽게 트럼프 지지로 선회한다. 트럼프와 폼페이오의 오작교 역할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지명자가 맡았다. 뉴요커는 “펜스 부통령 후보의 토론회 준비를 돕는 데 폼페이오가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성실파인 펜스는 폼페이오를 트럼프에게 믿을만한 인물로 소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폼페이오는 트럼프에게 이렇게 승부수를 던졌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후보님, 저는 중앙정보국(CIA) 국장 아니면 육군성 장관(Secretary of Army) 자리를 희망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를 CIA 국장으로 임명한다.

국무부 사정에 밝은 국내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만 보면 ‘힐링이 된다’고 한다더라”며 “폼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때 ‘트럼프 반대론자’였던 폼페이오는 이렇게 ‘트럼프의 남자’가 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건 북한을 통해서다. 평양에 직접 들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담판을 하며 북ㆍ미 비핵화 협상의 얼굴로도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한ㆍ미 외교가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핵 협상에서 발을 빼려고 한다”는 소문도 돈다. 한 소식통은 “북한 비핵화 협상이 동력을 잃으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젠 다른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워싱턴에 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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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폼페이오 장관. [사진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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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경엔 폼페이오 장관의 야망이 작용한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백악관 입성이 그의 최종 목표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지난 7월 워싱턴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언젠가 대선 출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부인하지 않았다. 당시 그의 답변은 “내가 다음에 뭘 하게 될지 예상할 수 없다”였다. 이어 그는 “내가 미국을 위해 하지 않을 일은 없다”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대권욕을 드러낸 셈이다.

폼페이오가 그리는 청사진은 내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후 차기 공화당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그 사이엔 캔자스 주지사에 출마해 행정가로서의 경험과 이미지를 쌓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올해 중반부터 부쩍 캔자스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국무부를 출입하는 한 미국인 기자는 익명을 전제로 본지에 “폼페이오의 꿈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라며 “그 목표를 향해 북한 비핵화 협상을 거쳐 내년 캔자스 주지사를 시야에 두고 뚜벅뚜벅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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