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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다리 절단 사고' 난 이월드 "법 위반 없다"는 말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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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놀이기구 관련법 곳곳 도사리는 맹점

트랙에 안전 센서 없어도, 혼자 놀이기구 맡아도

전문가들 "관련규정 준수에만 초점 맞춰선 안 돼"

중앙일보

19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동의 놀이공원 이월드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놀이기구 사고현장에서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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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아르바이트생이 근무 중 롤러코스터에 끼어 다리가 절단된 사고가 발생한 대구 이월드. 경찰이 운영상 문제점이 없었는지 조사에 나서자 이월드는 “법을 위반한 사항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고를 당한 아르바이트생 A씨(22)에 대한 치료 지원도 업체 측의 과실 때문이 아니라 도의적 차원에서 부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월드 측이 초지일관 내세우고 있는 “법 위반 사항은 전혀 없다”는 말은 놀이기구 관련법 곳곳에 맹점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맹점① “롤러코스터 트랙에 안전센서 없어도 위법 아냐”







사고가 난 ‘허리케인’ 옆에는 다른 롤러코스터 ‘부메랑’이 있다. 부메랑은 지난해 9월 탑승객을 태운 채 운행하던 중 갑자기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놀이기구에 설치된 안전센서가 강풍에 날아온 낙엽에 반응해 롤러코스터를 긴급정지시킨 것이란 추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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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월드에 있는 롤러코스터 '허리케인' 모습. [사진 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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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허리케인은 사람의 다리가 끼어 절단 사고가 벌어질 때까지 긴급정지를 하거나 비상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1분여 동안 470m 구간을 모두 돌고 승강장에 돌아왔다. 함께 일한 동료 B씨(20)는 롤러코스터가 승강장에 돌아오고 난 뒤에서야 A씨가 부상 당한 사실을 알고 119에 신고했다. 경찰과 관할구청에 따르면 허리케인에는 안전센서가 설치돼 있지 않다.

롤러코스터에 안전센서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유기시설 또는 유기기구 허가 전 검사 기준’에는 안전센서 설치에 대한 내용이 없다. 국내외 주요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일부는 안전센서가 설치돼 있지만, 자율적으로 설치한 장치다.



맹점② “아르바이트생 혼자 대형 놀이기구 조작해도 위법 아냐”



16일 오후 6시52분쯤 A씨가 롤러코스터에 다리가 끼는 사고를 당할 당시 A씨는 B씨와 함께 일하고 있었다. A씨가 롤러코스터에서 하차하지 않은 상태에서 B씨가 롤러코스터를 작동시켜 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평소에는 아르바이트생들이 혼자 놀이기구를 가동해 왔단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A씨 역시 이날 오후 롤러코스터 ‘허리케인’을 맡아 탑승객들이 안전바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확인하고 롤러코스터를 가동하는 일을 했다. A씨는 이월드에서 일한 지 5개월째였다. 놀이기구 3개를 담당하는 매니저나 놀이기구 전체를 관할하는 어트렉션팀장은 사고 당시 현장에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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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6시52분쯤 대구 달서구 두류동 이월드에서 20대 아르바이트생이 롤러코스터에 오른쪽 다리가 끼어 무릎 아래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난 놀이기구는 현재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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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부족한 아르바이트생이 대형 놀이기구를 혼자 담당했다는 사실이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위법이 아니다. 관광진흥법에 유원시설업을 하면서 해야 할 의무가 나열돼 있는데, 여기엔 놀이시설 안전성 검사나 안전관리자 지정에 대해서만 규정돼 있다. 구체적으로 몇 명이 놀이기구를 담당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월드 관계자는 “(허리케인은) 한 명이 돌릴 수 있는 기종”이라며“한 명만 있었던 것이 마치 매뉴얼에 어긋난 것처럼 나오는 경우가 있던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맹점③ “위험 여부 감시하는 CCTV 설치 안 해도 위법 아냐”







허리케인 시설 안팎엔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A씨가 사고를 당한 장면이나 A씨가 롤러코스터 뒤에 매달렸다는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유일하게 현장에 있었던 B씨의 증언만 있을 뿐이다.

문체부 고시 기준엔 CCTV와 관련해 ‘CCTV가 있는 경우 견고하게 부착돼야 하며 파손이 없고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CCTV가 없을 때보다 CCTV가 설치돼 있을 경우에 지켜야 할 사항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익명을 원한 테마파크 전문가는 “CCTV가 있을 경우 트랙 위에 이물질이 쌓이는 등 위험 요소가 발생했는지를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낙엽이 많이 날리는 북미 지역 놀이공원에선 CCTV를 많이 활용한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CCTV가 있으면 사고 원인을 밝히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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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동의 놀이공원 이월드에서 경찰과 국과수의 놀이기구 안전사고 현장감식을 앞두고 경찰이 통제선을 설치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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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법 규정만 맞춰 준수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법은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하고 탑승객 안전을 보장해야겠다는 목적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형준 건국대 전 건축대학장은 “놀이공원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재발을 막기 위한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그에 앞서 유원시설 운영자들이 법 규정을 떠나 탑승객들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할 수 있는 장치들을 갖춰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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