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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상반기 최악 ‘어닝쇼크’, 성장·고용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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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1%, 순이익은 42.9%나 줄어들었다. 순이익 감소율은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최악의 ‘어닝쇼크’다.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74곳(금융회사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 기업의 상반기 매출은 988조24억 원으로 작년보다 0.83%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55조581억 원으로 37.1%, 순이익은 37조4879억 원으로 42.9% 쪼그라들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도 작년 8.93%에서 5.57%로 떨어져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수출 주력상품인 반도체 부진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락이 전체 상장사 실적을 끌어내렸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상반기에 58%, SK하이닉스는 88.6% 감소했다. 두 회사가 상장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3%에 이른다. 그동안 반도체만 호황을 보였고, 자동차·철강·정유·화학·조선 등 다른 주력산업은 줄곧 쇠퇴해 왔다. 버팀목인 반도체마저 가라앉으면서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앞으로의 실적 전망도 어둡기 짝이 없다. 더 바닥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기업 실적이 회복되려면 수출부터 살아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7월까지 8개월째 마이너스다.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1%나 줄었다. 주력품목인 반도체·석유제품·자동차, 주력시장인 중국·미국·일본에 대한 수출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중 무역분쟁은 환율전쟁으로 번져 글로벌 교역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수입수요도 갈수록 줄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에서의 한국 배제에 따른 불확실성은 한국 산업 전반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들 외부 요인 탓만도 아니다. 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고, 노동시장 경직성이 생산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비용부담만 키워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만연한 규제가 성장과 신산업의 싹을 자르고 기업들의 새로운 기회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의 노동 편향 일변도 정책 또한 노조의 과격 투쟁을 부추기고 기득권만 강화해 기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의 근간인 기업들의 수익 감소는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고용시장에도 위기신호다. 기업들의 어닝쇼크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정부는 몇 차례 투자·수출·소비 활성화를 위한 경기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다. 기업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비상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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