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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자수 거부' 여론 따가운데…정작 일선경찰은 "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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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은 이해한다'면서도…온정론 지배적

"자수하러 왔다고만 하면 어찌 받아주냐"

"평소 보내는 일 잦아, 이상한 사람 많아"

외부 시선은 냉랭…"수사 권한 줘도 되나"

민갑룡 "국민께 송구…근무실태 일제 점검"

뉴시스

【고양=뉴시스】이경환 기자 = 지난 17일 오전 경기 고양시 방화대교 남단에서 어민들이 '한강 몸통 시신'의 머리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현장을 차단하고 있다. 2019.08.17.(사진=독자 제공) lk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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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경찰이 자수를 하러온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38)씨를 다른 경찰서로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억울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뉴시스 취재 결과 일선 경찰관 상당수는 이번 논란에 대해 '비판은 이해하겠다'면서도 연루된 이 사건 당직자에게 "억울할 수도 있겠다"면서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주로 경찰이 야근 상황에서 취객이나 악성 민원인 등을 대응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그럴 수 있었겠다'거나 '어쩔수 없었을 것'이라는 온정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횡설수설하고 자수하러 왔다고만 하면 어떻게 경찰이 그것을 판단하고 받아주겠나. 경찰 입장에선 억울한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뭘하지 않는 이상 잡지를 못한다. 그런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경찰관은 "서울경찰청에서 일선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은 평소에도 빈번하다. 특히 이번 경우에는 자수 내용을 물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던 터라 당직자가 직접 나서거나 처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순찰차를 요청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쉽고 비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면서 "통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난 상황에 대해 합리적으로 융통성 있게 처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또 다른 경찰관은 "솔직히 당직 근무를 서다보면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온다"면서 "그 사람이 범죄자인지 단순히 이상한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은 형사의 감"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간부급 경찰은 "민원실에 있었던 사람이 그런 사건이 있었던 것을 모를 수도 있고, 자수한 사람이 내가 그 사건 피의자라고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면 신빙성에 의문이 들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그런(늦은 시간에 찾아오는) 분들이 장난식이거나 취객이 많아 그랬던 것 같다"며 "매뉴얼이 있어도 기능과 분야가 많다보니 모든 경찰이 숙지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억울하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의 인식과 달리 이 사건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상당히 차가운 편이다.

일례로 시민들은 온·오프라인에서 "그냥 귀찮았던 것", "교도소도 택시타고 개인적으로 가라고 하겠다", "범죄율 낮춘다고 사건 접수 안 받느냐", "경찰이 아니라 그냥 공무원", "경찰에 수사권을 줘도 되겠는가" 등의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이 시민과 밀착된 일에는 소홀하면서도 테이저건 사용 등 진압 강도를 높이거나 수사 권한을 손에 쥐는 일에만 선택적으로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견해를 내비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19.08.20.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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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담당자가 훈련이 전혀 안 돼 있었다고 본다", "경찰 내부 업무분장에 따라 이뤄진 일이었겠지만, 국민도 그렇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관련 규정도 있고 언제, 어떤 상황이든 자수받은 경찰관이 즉시 처리해야 하는 것이 경찰의 본분에 마땅하다"며 "지당한 지적"이라고 통감했다.

또 "(본분에) 어긋난 행위가 있어 감찰 조사해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며 "전국에 이같은 행태가 없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이같은 사례도 파악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민 청장은 이어 같은 날 오후에 '강력범 자수 부실 대응 관련 후속조치 방안'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전국 대민접점 부서의 근무실태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해 현장 문제를 면밀히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경찰 조직의 풍토와 문화를 전면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은 지난 12일 경기 고양 마곡철교 남단 부근에서 팔, 다리가 없는 남성 시신이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 피의자 장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1분께 서울경찰청 정문 안내실을 찾았다. 당직을 서던 경찰은 구체적 자수 내용을 물었으나 장씨는 "강력 형사에게 이야기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당직 경찰은 장씨가 재차 물음에도 구체적 내용을 답하지 않자 인근 일선서인 서울 종로경찰서를 가라며 혼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경찰청 당직실에서 야간에 형사를 찾으며 자수하겠다고 찾아온 사람을 홀로 내보냈다는 점이 지탄받고 있는 대목이다.

당시 정문 안내실에는 비수사부서의 경사급 당직근무자 1명, 의경 2명이 야간 당직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20일 오후 장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죄의 잔혹성과 중대성 등을 감안해 장씨의 신상을 일반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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