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자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몇 마디 문답 처리로 돌려보냈다는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당직 근무자가 “무엇 때문에 자수를 하러 왔느냐”고 물은 것이 고작이라고 한다. 이에 피의자가 “강력계 형사와 만나고 싶다”고 답변하자 더 묻지도 않고 “가까운 종로서로 가라”고 안내했다는 것이다. 피의자가 그렇게 안내실에 머무른 시간이 1분 남짓이었다는 사실에서도 당직자들의 안일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그야말로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나 등장할 법한 소재다.
그나마 당사자가 곧바로 택시를 타고 종로서 형사과를 찾아 자수했기에 망정이지 행여 도중에라도 마음이 바뀌어 도주했다면 한동안 피의자를 쫓느라 온통 떠들썩했을 것이다. 더구나 숙박비 4만원과 반말로 인해 범행이 저질러졌을 만큼 피의자가 충동적 성격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관서마다 한밤중에도 당직자가 돌아가며 근무하는 것이 범죄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서울경찰청은 피의자를 가려서 받는다는 얘긴지 모르겠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이용표 서울청장이 새로 임명된 지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서울경찰청 내부의 전반적인 근무 태도를 짐작하게 된다. 서울 경찰이 이런 실정이라면 지방 경찰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수사권 독립이니 자치경찰이니 하는 얘기를 꺼낼 엄두가 나는지 경찰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범죄단속과 치안유지에 있어서는 한눈을 팔면서 자기 권한을 챙기겠다는 태도라면 단호한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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