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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두 세대 뒤처진 한국 LCD…중국은 10.5세대, 국산은 8.5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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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LCD패널 가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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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물량 공세에 한국산 액정(LCD) 디스플레이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공장 내 8.5세대 LCD 생산라인 가운데 일부(L-8-1라인)를 조만간 가동 중단한다. LG디스플레이도 최근 경기도 파주 공장에 있는 같은 세대 LCD 라인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패널 가격이 원가 대비 낮은 상황에 직면한 국내 기업이 내린 선택이다.



삼성, LCD라인 일부 조만간 가동중단



최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조사 결과, TV용 65인치 LCD 패널 평균가격은 지난달 기준 185달러(약 22만3500원)로 전년 같은 기간(245달러) 대비 24% 떨어졌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가동률까지 조정했지만 LCD 가격의 대세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며 “중국 업체들이 여전히 대규모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도 패널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 1위 업체 BOE는 지난해 말 10.5세대 LCD 라인을 본격 가동한 이후, 한국 기업 대비 낮은 원가로 월 12만장의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BOE는 두 번째 10.5세대 공장인 ‘B17’, 중국 TV업체 TCL의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도 10.5세대 LCD 생산라인 ‘T6’을 연내 가동한다.

삼성·LG가 8.5세대 LCD 생산 중단까지 검토하는 이유도 중국의 10.5세대와 비교해 경쟁력 차이를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10.5세대는 현재 가장 큰 사이즈(가로 2940㎜, 세로 3370㎜)의 LCD 기판인데,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숫자가 더 큰 세대일수록 더 큰 사이즈의 패널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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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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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인치 패널’ 중국 10.5세대에선 8개, 한국 8.5세대선 3개



예를 들어 65인치 TV 패널을 제작할 때 한국의 8.5세대에선 3개 생산할 수 있지만, 10.5세대에선 8개까지 나온다. TV가 대형화될수록 10.5세대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중국 업체가 국내 업체 대비 유리하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정부 보조금과 금융 기관 지원 등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를 쏟아부어 예상보다 빨리 한국을 추월했다. BOE만 하더라도 10.5세대 라인 건설에 들인 투자비용(460억위안ㆍ약 7조8200억원) 가운데 자체자금이 6.5%(30억 위안)에 불과하다. 허페이시 산하 공기업이 45.5%(210억 위안), 공공투자펀드가 13%(60억 위안)을 투자했다. 특정 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은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사항이나 중국 당국이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 기업 밀어주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BOEㆍ차이나스타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LCD 경쟁력을 키우자 한국 업체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출구 전략을 찾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당초 계획과 달리 파주 P10 신공장을 LCD가 아닌 10.5세대 OLED 라인으로 직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LG디스플레이의 최대 과제는 TV용 OLED보단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의 수율(완성품 대비 결함 없는 제품의 비율)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올 상반기 기록한 5000억원대 영업 적자를 줄이려면 결국 큰 고객인 애플 잡기가 급선무다. 애플은 OLED를 처음 탑재한 ‘아이폰 X’ 때부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모바일 패널을 사실상 단독 공급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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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가운데)이 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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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용 중소형 OLED가 ‘캐시카우’인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 진입을 놓고 계열사 간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를 대체하기 위해 퀀텀닷(QD) OLED를 연구·개발하고 있지만, 모회사인 삼성전자는 LCD 패널에 퀀텀닷 필름을 덧댄 QLED TV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은 대형 OLED, LG는 소형 OLED에 기술적 약점



올 상반기 QLED TV 판매량이 190만대로 OLED TV(130만대) 대비 60만대가량 많이 팔린 것도 모 회사인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는 수치다.

OLED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는 창사이후 처음으로 기존 LCD 생산라인에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때 전 직원의 6% 수준인 20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희망퇴직을 재차 검토 중이다. 삼성 역시 TV 시장이 브라운관에서 PDP를 거쳐 LCD로 전환된 이후, 옛 삼성전관인 삼성SDI를 배터리 제작 업체로 전면 구조조정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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