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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이에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까? 믿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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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성애] 요즈음 부모님들을 상담하면서 기대와 믿음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대는 무엇일까요?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사람들에게서 실망을 하고 약이 오르거나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일 겁니다. 믿으니까 실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대의 태도나 환경 때문에, 실제로는 상대에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내 아이에게 화가 많이 난다면 내 아이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지금 한 번 점검을 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법륜스님의 유튜브를 가끔 봅니다, 상담을 해주는 내용을 들으면 원칙이 분명합니다. 즉 스님의 개념이 확실하기 때문에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명쾌하게 정리를 해주시죠. 질문들 중 주제의 하나는 자식들에 대한 질문입니다.

자식들의 행동 때문에 못마땅한 부모들에게 말합니다. 왜 못마땅한지, 무엇 때문인지. 대부분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녀들에 대한 질문들입니다.

기대하지 마라,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하지 마라. 단 그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관점을 바꾸라고 말합니다. 그 말은 무조건 믿으라는 의미입니다. 그 아이의 선택을, 행동을 그리고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마음을 강하게 가지라고 말합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이 '기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부모의 기대는 아이들에게는 외부의 자극입니다. 외부의 자극이나 명령은 아이의 내적변화를 가지는 데 방해물이 됩니다. 단 자극이 아이의 내면의 힘을 건드려주거나 촉발하게 하는 코치의 터치라면 다르게 될 겁니다.

우리가 가진 기대 역시 외부에서 온 것입니다. 사회통념상 만들어 놓은 일정한 것이라고만 설명하기로는 좀 부족하지만 어쨌든 남들에게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이미지(像)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들 보기에~" 이런 말이 바로 기대라는 말과 함께하지 않는가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기대’는 비교에서 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이야기했습니다. 인간 심리 중 '비교’라는 감옥이 가장 무서운 감옥이라구요.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 한 사람이 가진 고유한 존재의 가치가 상실됩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나 혹은 그 사람이 성취한 것에 도달하기 위해 나를 잃어버리도록 만드는 것이 비교입니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우리는 비교의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유아들의 발달단계는 몇 개월 즉 월 단위로 나뉘어지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평균 등을 쉽게 비교하곤 합니다. 그리고 무언가 부족해보이는 내 아이에게 은연중에 기대를 품은 말을 합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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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와 믿음을 분리하면 아이의 행동도 다르게 보일 것

세상을 살면서 기대를 안 할 수는 없습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타인들의 이야기와 나 자신을 두고 나의 현재 위치를 가늠하기도 하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한 기능보다는 빨리 그 자리에 도달하고 싶은 욕망이 앞선다면 보채거나 안달이 날 수밖에 없죠.

아이들에 대한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인 자신이 아이에게 바라는 기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셔야 하죠. 그것은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인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고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빠르고 높은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기대는 줄어들 겁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에 대한 기대라면 우리는 언제나 실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아이와 동행하는 부모로서 우리는 어떤 기대를 나와 아이에게 하고 있는지 점검을 해 보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반면에 믿음은 조건이나 계산이 필요 없습니다. 그러므로 화를 낼 이유도 없고, 기다리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나는 내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잘 하기 때문에 아이를 사랑한다는 말과는 다릅니다.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축복이며 그 아이의 삶도 축복입니다. 귀한 축복의 장에 비교대상이 있어서는 안 되며, 기대에 저버렸다고 불평을 하거나 실망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인간세상의 잣대로 아이를 평가하는 말은 삼가야 합니다.

"뭐가 될래?"

"하는 일마다 왜 그 모양이냐?"

"도대체 잘 하는 것은 뭐니?"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누구 좀 봐라."

기대를 빼버리고 믿음만 가지고 있으면 이런 말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온전히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사랑이 되도록 부모인 우리는 함께 겪어가면서 적절한 때에 코치해주고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올바른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책을 같이 읽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기대와 믿음이 혼돈이 되기 때문에 '자식에게는 욕심이 있어서 화를 낼 수밖에 없다'는 어리석고 정체불명인 말을 하곤 합니다. 기대와 믿음을 분리하면 아이도 아이의 행동도 다르게 보일 겁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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