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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시시비비] 무역전쟁은 쉽게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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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달 초 미ㆍ중 무역 협상이 결렬된 후 양국이 전선을 확대하자 주요 해외 언론은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무역 전쟁은 좋고 쉽게 이길 수 있다'라는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을 비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조치를 선언하자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를 용인하고 미국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했다.


무역 전쟁은 더 이상 언론의 상투적 문구가 아니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비난하며 시작된 무역 전쟁으로 현재 미국은 25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당초 공언한 3000억달러 가운데 다음 달부터 1110억달러에 대해 10%의 관세를 물리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오는 12월로 연기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1100억달러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대(對)중국 관세 부과가 미국 가계에 미친 부담을 조사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가구당 부담이 414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82달러는 관세 부과로 판매 가격이 오른 영향이며 나머지 132달러는 수입업체가 수입선을 제3국으로 변경해 발생한 구매 비용이다. 지난 5월 중국 수입품 2000억달러에 대해 25%로 관세를 인상한 것을 소급 적용할 때 가구당 부담은 연 831달러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는 중국 수출업체는 거의 부담하지 않으며 수입업체가 일부 부담하고 나머지는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중국도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주요 지표는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6.2%였다. 지난달 공장 가동률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정기 통계 발표 이래 가장 높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와 달리 소비도 위축됐다. 수출은 늘어나지 않고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무역 전쟁은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독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3국에도 파급 효과를 미치고, 이는 다시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이 경기 축소가 아닌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만기 30년 미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고 지난 5월 하순부터 본격화한 만기 10년물과 만기 3개월물 간 금리 역전은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반대로 지금까지 무역 전쟁은 나쁘고 이기기 쉽지 않았다. 증권시장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한 근거의 전제는 미국보다 중국이 잃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미국과 달리 침체 국면이고 대미 흑자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째 계속되는 무역 전쟁은 그 전제가 틀렸음을 말해준다.


반대로 이 전쟁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얻을 것이 많다고 전제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된다. 돈과 기술로 무장한 중국이 미ㆍ중 무역 전쟁을 '대국굴기(大國屈起)로 가는 관문'으로 인식한다면 많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물러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연초 파이낸셜타임스는 미ㆍ중 무역 전쟁이 중국에 전략적 선물이나 다름없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미국이 요구하는 지식재산권(IP) 보호는 중국이 선진화 과정에서 어차피 수용해야 할 과제였다. 무엇보다도 이 전쟁은 중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미국의 이념과 도덕적 가치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런던정치경제대학(LSE)의 한 중국인 교수는 "실제 내용에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은 외견상 승리를 얻으면 만족할 거래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의 자존심을 세워줄 '우아한 출구'를 만들어주면 그뿐"이라고 냉소했다. 처음부터 무역 전쟁은 쉽게 이길 수 없었다.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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