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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카스트가 뭐길래... '천민' 사위 청부살인한 비정한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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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장인이 사위가 천민이라는 이유로 청부살해하는 일이 일어났다. ‘명예살인’을 주장한 장인은 풀려났고, 남편을 잃은 딸은 SNS(소셜네트워크)로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있다.

조선일보

프라나이 페루말라(왼쪽)과 암루타의 결혼식 사진. /TOI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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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 시각) 타임스오브인디아(TOI)에 따르면,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에 사는 바이샤(상인계급) 남성 마루시 라오(57)는 지난해 9월 불가촉천민 계급 ‘달리트’에 속하는 사위 프라나이 페루말라(23)를 청부 살인했다. 라오는 15만달러(약 1억8000만원)을 주고 암살자를 고용했고, 프라나이는 아내인 암루타(21)가 보는 앞에서 칼에 찔려 즉사했다.

프라나이와 암루타는 고등학교 시절 만나 오랜 기간 교제 끝에 지난해 1월 결혼했다. 결혼식에는 암루타 가족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암루타는 프라나이 가족이 있는 작은 마을로 이주해 가정을 이뤘다.

그러나 암루타 가족의 반대는 계속됐다. 장인인 라오는 3차례에 걸쳐 사위 프라나이를 살해하려 들기까지 했다. 부부는 고민 끝에 임신 중인 아이가 태어나면 캐나다로 이주하기로 결정했지만, 산부인과를 나오는 길에 괴한의 습격을 받아 프라나이가 목숨을 잃게 됐다.

경찰 수사 결과, 라오는 암루타에게 수차례 낙태를 종용했지만 딸이 이를 거부하자 사위를 청부살인 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오는 경찰 조사에서 "프라나이가 불가촉천민이라 살해했다"며 혐의를 인정하고 명예살인을 주장했다. 라오와 암살자 등 6명이 구속됐지만, 라오는 지난 4월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암루타는 지난 1월 남자아이를 출산하고 현재 남편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늘 불안했지만, 아버지가 그런 잔혹한 일까지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프라나이가 죽고 가족 중 아무도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암루타는 프라나이가 살해된 후 ‘프라나이를 위한 정의’라는 SNS 계정을 운영하며 명예 살인 금지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불가촉천민 계급 인권단체들도 암루타의 집을 방문해 투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암루타는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정당한 처벌을 받고, 인도 사회에서 신분제가 사라질 때까지 싸움을 계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명예살인이라며 라오를 위로하고 있다. 마루시 라오의 재판은 오는 9월 열릴 예정이다. 라오의 변호사는 "천민 남성이 다른 계급의 여성을 협박해 결혼했다"며 명예살인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에선 1948년 법령으로 카스트에 근거한 차별이 금지됐지만 뿌리 깊은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17년 9월 인도공립대 ISI 연구에 따르면, 인도 사회에서 서로 다른 계급끼리의 결혼은 전체의 5.8%에 머물렀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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