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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입시전문가 "조국 딸 스펙관리 보고 충격받아···자괴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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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가 누구인가에 따라 나의 노력의 결과가 결판이 나는 식으로 흐름이 바뀌어 나간다. 우리 사회의 가장 근원적 문제라고 본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6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그즈음, 그의 딸은 필기시험 한 번 없이 외고→명문대→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이른바 ‘금수저 전형’으로 내달렸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자기소개서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딸의 자기소개서엔 남다른 '스펙'이 보인다. 조 후보자 부부의 네트워크가 동원한 흔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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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딸을 둘러싼 의혹 등에 대해 "국민들 질책을 충분히 알고 있고 감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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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엄마의 정보력=딸 조씨가 고교 2년 때인 2008년 참여한 단국대 인턴프로그램은 그 해 한 차례만 열리고 사라졌다.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닌, 단국대 의대 장모 교수가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조씨가 참여하게 된 건 어머니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단국대 장 교수는 2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조씨의 엄마가 의대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아내에게 전달했고, 그것을 나한테도 말한 것 같다”고 했다. 장모 교수의 아들과 조 후보자의 딸은 당시 한영외고 동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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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일 조국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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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참여하게 된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딸 조씨는 인턴 2주 만에 확장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 급 병리학 논문 제1저자가 됐다. 특히 제1저자로 올리는 과정에서 조씨를 ‘의과학연구소’ 소속이라고 기재까지 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전국 대학을 상대로 한 ‘미성년자 공저자 끼워 넣기’ 조사에 적발되지 않은 배경이다.

이듬해 조씨가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어머니 정 교수가 등장한다.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모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면접 당일) 정 교수가 딸을 인사시킨 뒤 자리를 비웠고, 이후 면접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와 정 교수는 서울대 동문으로 학창 시절 동아리를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에 통과한 조씨는 같은 해 일본에서 개최한 국제학회에 참가했고, ‘일본 국제학회 발표문 요지록’에 제3저자로 기재됐다.

특히 공주대 인턴십 프로그램 시기는 한국물리학회 여성위원회가 숙명여대에서 연 ‘여고생 물리캠프’에도 참여한 시기와도 겹쳐 물리적으로 병행 가능한 스펙이냐는 의혹도 나온다. 조씨가 공주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국제학회에 간 시기는 2009년 8월 2~8일인데, 물리캠프 역시 같은해 7월 21일~8월 8일인 터라 시기가 겹친다.

②맞춤형 수시=조씨는 2009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1차 수시로 합격(10학번)했다. 그가 들어간 전형은 ‘세계선도인재’ 전형으로 1단계에서 어학(40%), 학생부(60%)로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선 1단계 성적(70%)과 면접(30%)을 합산해 합격자를 뽑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영역과 최저학력기준이 없다.

조씨는 당시 자기소개서에 “단국대학교 의료원 의과학 연구소에서의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되었다” 등 고교 때 얻은 각종 성과를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어린 시절 유학을 해 영어가 유창하다는 점에서 어학 분야도 무난히 통과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형은 외고 우대 전형이라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9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고려대는 이 전형으로 115명을 뽑았는데 그중 72명(62.6%)이 외고 출신이었다. 당시 권 의원은 “고려대가 뒷문 입시를 통해 외고생을 선발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당시 진보 언론들도 “교육기관의 기본을 망각한 고려대”, “부모의 집값이 자녀의 학벌을 결정하는 나라” 등 제목의 기사로 이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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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의 딸과 관련, SNS에선 이를 풍자하는 게시글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상류층들이 자녀를 의대에 보내기 위해 각종 권모술수를 쓰는 내용의 드라마 '스카이캐슬' 포스터와 함께, "서민들의 고군분투를 그려낸 휴먼드라마“라고 풍자하는 게시글. [SNS 캡처]


조씨는 2015년 부산대 의전원 입학 때도 수시전형으로 입학했다.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성적을 제출해야 하긴 하지만, 점수가 입시에 반영되진 않는 전형이다. 조씨는 입학 첫 학기 3과목 낙제해 유급했고, 2018년 2학기에서도 1과목 낙제해 유급했다.

입시전문가인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솔직히 이번 사건을 보면서 너무 충격을 받았다. 입시전문가로서의 가치관이 흔들릴 정도”라고 평했다. 이어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입시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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