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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천억대 말레이 조호바루 부동산 불법투자 자산가 146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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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짜리 페이퍼컴퍼니로 상가·아파트 사들여…불법 환치기도

연합뉴스

서울세관, 해외부동산 불법 취득 자산가 적발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1일 오후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1천억원대 해외부동산 불법 취득 고액자산가 적발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mon@yna.co.kr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환치기 등을 통해 몰래 말레이시아 휴양지 조호바루의 전원주택 등 고가 부동산을 사들인 고액 자산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말레이시아 경제특구 조호바루의 상가와 콘도미니엄, 전원주택 등을 구입하면서 외국 부동산 취득신고를 하지 않은 자산가 146명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세관은 범행을 주도한 알선업자 A(40)씨와 불법 송금을 도운 건설사 직원 B(51)씨, 10억원 이상 고액 투자자 15명 등 17명을 외국환거래법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투자자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A씨는 2015년 4부터 작년 6월까지 국내 투자자를 모집해 조호바루의 고급 부동산 매매를 알선하고 환치기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조호바루는 말레이반도 최남단 조호주에 있는 휴양 도시로 최근 개발 압력이 높은 곳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분양대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수차례 TV 방송과 국내 인터넷 매체에 말레이시아 부동산 광고를 내고 서울과 부산의 유명 호텔에서 투자 세미나를 여는 등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A씨는 말레이시아로 송금하려는 투자자들에게 국내은행에 개설된 환치기 계좌를 통해 부동산 대금을 입금하게 하거나 아예 국내에서 투자자들로부터 1억원이 넘는 현금을 받아 직접 밀반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A씨가 불법 송금한 액수는 108억원에 달했다.

A씨의 불법 송금대행은 말레이시아에서 진출한 건설사 직원 B씨의 공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내 중견 건설업체의 말레이시아 현지법인 부장인 B씨는 한국인 파견 노무자들의 급여를 현지에서 링깃화로 전달받아 A씨가 유치한 투자자들의 부동산 대금을 납부하고, 투자자들에게는 건설사 노무자들의 한국 급여계좌를 알려줘 입금받는 방식으로 15억원 상당의 환치기 송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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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부동산 불법 취득 자산가 146명 적발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1일 오후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1천억원대 해외부동산 불법 취득 고액자산가 적발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mon@yna.co.kr



투자자들이 계약한 해외 부동산의 취득가액은 1천억원에 이르고,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말레이시아에 불법 송금된 금액은 135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투자자는 말레이시아로 출국할 때 부동산 구입대금을 여행경비인 것처럼 속이려고 1천만원씩 나눠 갖고 나가기도 했다.

세관은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의사, 회계사, 세무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중견기업 대표, 대기업 임직원 등 자산가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조호바루에 신규 분양 중인 부동산을 매매차익이나 노후준비 목적으로 사들이면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A씨를 통해 구입 자금을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자녀 명의로 계약해 편법 증여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며, 말레이시아 현지에 설립한 위장회사(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기까지 했다고 세관은 설명했다.

국내 한 병원의 병원장으로 재직하는 의사 C씨는 개인 투자용으로 1채당 16억원에 달하는 5층짜리 상가건물 2채와 3억5천만원 상당의 아파트 1채를 구입하면서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 3억7천만원을 환치기 계좌를 통해 불법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기계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D씨는 말레이시아에 골프여행을 갔다가 16억원 상당의 5층짜리 상가건물 1채를 구입했다.

그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법인 명의로 상가를 취득했고, 상속에 대비해 법인 주주에 본인과 20대 대학생 딸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계약금 중 2천만원가량은 몰래 휴대 반출하고 1억2천만원은 국내에서 A씨에게 현금으로 전달했으며, 1억1천만원은 A씨가 관리하는 환치기 계좌를 이용해 지급하는 등 치밀하게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

정보통신업체 이사 E씨는 국내 인터넷 카페에서 말레이시아 부동산 투자 관련 글을 보고 직접 현지를 방문해 A씨를 만난 후 16억원 상당의 5층짜리 상가건물 1채와 1억6천만원 원룸 아파트 1채, 2억1천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상가는 자본금 2링깃(한화 540원)에 불과한 현지법인 명의로 취득하고, 부인과 20대 대학생 딸을 주주로 등록했다.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반출할 때는 금액에 상관 없이 사전에 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부동산 취득과 관련 없는 현금은 1만달러가 넘으면 신고 대상이다.

해외 부동산 취득이나 처분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고 외환 관리를 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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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부동산 불법 취득 자산가 적발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1일 오후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1천억원대 해외부동산 불법 취득 고액자산가 적발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말레이시아 경제특구 조호바루 지역의 상가, 콘도미니엄, 전원주택 등의 해외부동산을 취득하면서 외국부동산 취득신고를 하지 않고 구매한 고액자산가 14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mon@yna.co.kr



적발된 투자자들은 법령 위반금액의 1~4%를 과태료로 물게 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취득에 앞서 사전에 반드시 외국환은행에 해외부동산 투자신고를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 등을 받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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