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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로비에 돗자리도…‘대국민 수강신청’ 추석 열차표 예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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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추석 열차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하상윤 기자


스마트폰 보급과 통신 기술의 발달로 명절 열차표 예매가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가능해지면서, 수십년 전 서울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를 이제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고향 가는 표는 직접 만지겠다는 생각에서인지 추석을 앞두고도 많은 이들이 서울역을 비롯해 판매처를 찾고 있다.

◆고향 가는 설렘으로 가득…아이 손 잡고, 부부도 예매 행렬

경부·경전·동해·충북선 예매가 진행된 전날(20일)에 이어 호남·전라·강릉·장항·중앙선 승차권 예매가 진행된 21일 서울역은 아침 일찍부터 표 구매를 위해 대기줄에 늘어선 이들이 가득했다.

지난해까지는 오전 9시부터 명절 열차표 현장 예매가 시작됐지만, 로비에 돗자리를 깔고 전날부터 자리 쟁탈전을 벌이는 이들이나 기타 불편을 겪는 고객을 고려해 코레일은 추석 열차표 현장 예매 개시를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겼다.

서울역 예매 창구에는 아이 손을 붙잡고 나온 엄마나 함께 온 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서울역 관계자 10여명과 국토교통부 소속 철도경찰관들도 곳곳에서 예매를 위해 나온 이들을 돕고 있었다.

◆열차표 예매는 ‘대국민 수강신청’…성공과 실패에 엇갈린 희비

스마트폰과 PC를 총동원해야 할 만큼 명절 열차표 온라인 예매는 대학교 수강신청처럼 빠른 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또 다른 ‘대국민 수강신청’으로 불린다. 일각에서는 대학교 수강신청은 경쟁자가 수백명에 불과하지만, 열차표는 더 많은 인원과 겨룬다면서 비교할 게 못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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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전라·강릉·장항·중앙선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2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김동환 기자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탓에 온라인 대신 현장 예매를 선택한 이들 사이에서도 성공 여부로 희비가 엇갈렸다.

전북 익산이 고향인 김모(54)씨는 “표를 구하지 못할까 봐 조마조마했다”며 “무사히 표를 샀으니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9월12일 출발하는 노선을 예매한 송모(35)씨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도 많이 하지만, 직접 와서 눈으로 표를 보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예매하자마자 밝은 표정으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미션 성공’을 알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고향 가는 표를 구하지 못해 현장에 있던 서울역 관계자들에게 추가 구매 방법을 묻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역 근처에서 일한다는 20대 여성은 “스마트폰보다 현장 예매가 나을 것 같아서 나왔는데, 벌써 표가 다 나갔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줄줄이 뜬 매진 공지…첫날 예매율 49.0% 기록

길었던 대기줄이 줄어드는 만큼 창구 위 전광판에 매진 공지가 이어졌다. 9월11일, 12일 ‘용산↔익산’ 일부 노선 매진 소식이 떴으며, 12일 오전 5시10분 용산에서 출발하는 노선도 매진으로 나타나 예매가 치열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14일부터 시작되는 귀경길 노선 일부 매진 공지도 전광판에 올랐다. 서울역의 한 관계자는 “열차표 예매하러 나오신 분들은 오늘보다 어제가 더 많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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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열차 승차권 구입 신청서. 김동환 기자


코레일에 따르면 첫날 추석 열차표 승차권 예매율은 전체 공급 102만석 중 50만석이 팔려 49.0%를 기록했다. 인터넷 예매는 80만4000석 중 47만1000석이 팔려 예매율 58.5%로 나타났으며, 창구 예매는 21만6000석 중 2만9000석이 팔려 13.3%의 예매율을 보였다. 온라인에서 예약한 승차권은 21일 오후 4시부터 25일 자정까지 결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예약이 자동 취소돼 대기 신청자에게 우선권이 넘어간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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