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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미군과 한몸으로 가는 자위대…美 스텔스기, 日 항모서 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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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미 F-35B 이·착륙, 일본이 요청"

이즈모급 2척 항모화와 F-35B 도입 시간차 발생

항모 전력 강화하는 중국에 맞설 전력 절실

"한반도 유사 시 자위대 함정에 미 전투기 실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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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가 2017년 5월 1일 미 해군 보급함 보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코스카 기지를 출발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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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최초의 전투기는 미군기가 될 것이다.’

일본이 전후 처음으로 갖게 될 항공모함에 당분간 미군의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할 계획인 것으로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같은 방안은 일본 측이 미국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항모로 개조되는 해상자위대 이즈모급 호위함을 놓고 일본 측이 지난 3월 미군 수뇌부에 미군기의 선행 이용 계획을 전달했다”고 21일 전했다.

이는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공언과 다른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3월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일본 국회의 2019년도 예산안 심의 때 야당 측으로부터 자위대 항모에서의 미군기 이·착륙 가능성을 질문 받자 “능력적으로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현 시점에서 검토나 조정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긴급 시 (미군기가) 내릴 수 있는 활주로가 없을 경우도 있다”며 “절대로 미군 F-35B를 호위함에 실어선 안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일본은 ‘긴급’ 꼬리표가 없는 평시에도 자위대 항모에서 F-35B의 이·착륙 훈련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에 따르면 이런 계획은 지난 3월 26일 로버트 넬러 당시 미 해병대사령관이 방일했을 때 협의됐다. 일본 측이 넬러 사령관에게 이즈모급 호위함 2척(이즈모함·가가함)의 항모화 계획을 설명한 뒤, “개조 후 이즈모급 호위함 갑판에서 이·착륙하는 최초의 전투기는 미군 F-35B가 될 것이다. 갑판 위에서의 전투기 운용 요령 등에 대한 협력과 조언을 바란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넬러 사령관도 “가능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미 미 해병대는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에 F-35B 전투기를 실전 배치한 상태다. 항모화 이후엔 미·일 연합훈련 등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미군 F-35B가 이즈모급 호위함에서 뜨고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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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5일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에 미국 해병대 제121 전비행대대 소속 F-35B 스텔스 전투기가 도착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전략 자산으로 꼽힌다.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 페이스북=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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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는 일본과 미국 모두 각자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일본은 항모화 일정과 항공자위대의 F-35B 도입 사이에 발생하는 시차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해상자위대는 5년 주기로 각 함정의 정기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를 이용해 이즈모급 호위함의 항모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즈모함의 경우 2020년, 가가함은 2022년에 각각 개보수 작업(갑판 내열성 강화, 정비고 확충, 전원 공사 등)을 벌일 예정이다.

반면 항공자위대가 총 42대 도입을 계획 중인 F-35B는 예산 편성 이후 배치까지 통상 5년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전 배치는 2024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그사이 미군기를 운용해 최대한 경험치를 축적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F-35B와 같은 수직 이·착륙기(STOVL)를 항모에서 운용하기 위해선 고도의 훈련이 요구된다. 실제로 중국 인민해방군은 첫 항모인 랴오닝함을 도입하기에 앞서 지상에 모의 시설을 만들어 함재기 이·착륙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역시 미군기를 통해 직간접적인 훈련 효과를 얻으려는 목적이 있다는 풀이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도 이런 자위대 항모의 조기 전력화에 부응한다. 미군은 인도·태평양전략을 위한 양국의 하이브리드 군사 운용이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항모전단을 강화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랴오닝함에 이어 첫 국산 항모인 올해 진수시켰고, 2022년까지 3척의 항모를 운용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대에 핵 추진 항모를 비롯해 6척의 항모전단 체제를 갖춘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미 해군 제7함대는 사실상 항모를 1척(요코스카 기지의 로널드 레이건함)만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그만큼 자위대 항모와 합동 운용이 절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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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다롄항에 정박 중인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 지난 6월 10일 중국 인민해방군은 전단을 꾸려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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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은 미군 지휘부의 발언에도 묻어난다. 지난달 취임해 주일 미군 기지 방문차 일본을 찾은 데이비드 버거 신임 미 해병대사령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간부들과 여러 의견을 나눴다"며 "자위대 정비사들이 미군 항공기를 정비하는 등 자위대와 미군이 하나가 돼 움직이는 정말 멋진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 사령관은 자위대의 F-35B 도입과 관련해선 "함께 같은 훈련을 한다는 의미가 중요하다"며 "잠재적인 적에 잘 대응해 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자위대 항모와 미군 전투기 조합은 집단적 자위권 발동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자위대의 한 간부는 아사히에 “항모화를 검토한 발단에 (안보법제 상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는) 존립위기사태나 중요영향사태 때 함께 행동하는 미군 지원을 위해 이즈모급 호위함을 활용할 수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 급변사태 등 한반도 유사 시 자위대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아베 정권이 당사국 동의 없이는 타국 영해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면서도 “그러나 중요영향사태에 해당하는 한반도 유사 시엔 해상자위대 함정이 미군과 함께 한반도 주변 해역에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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