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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도 병마도 막지 못한 이용마 기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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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 문화방송 기자 별세]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MBC 정상화 이끌다 부당해고

복막암 투병 중에도 투쟁 현장에

5년9개월 만의 복직 ‘마지막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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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시 뉴스 이용마입니다.”

2017년 12월11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에 휠체어를 타고 이용마 기자가 들어섰다. 2012년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실현을 촉구하는 170일 파업을 이끌다가 부당해고된 그가 5년9개월 만에 출근한 날이었다. “우리는 정의를 위한 싸움을 해왔기 때문에 반드시 오늘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병색이 완연한 얼굴에도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 출근이었다. 2016년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해온 이용마 기자가 21일 오전 6시44분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 암 진단 뒤 자연치료에 집중했던 그는 “생명의 불꽃이 조금씩 소진되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전해보겠다”며 2017년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으나 최근 병세가 악화해 치료를 거의 중단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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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뒤 <이용마의 한국정치>(국민라디오)를 진행하며 언론인의 길을 놓지 않았던 그는 암과 싸우면서도 공정방송과 언론개혁의 최전선에서 투쟁했다. 2017년 10월 야윈 몸을 이끌고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문화방송 파업콘서트’에 참여하고, 책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내는 등 올바른 언론과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2017년 12월엔 ‘제5회 리영희상’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용마 기자의 이름은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적었다.

날카로운 보도로 ‘권력 감시’ 소신
공영방송 독립 등 언론자유 염원
동료들 “그가 남긴 약속 지키겠다”

용기를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문화방송의 기나긴 투쟁에 꺼지지 않는 밑불이 됐다. 김민식 문화방송 드라마 피디는 “(3대 적폐청산에 언론이 포함됐던) 촛불집회 당시 문화방송을 촛불의 힘으로 정상화시켜달라고 하면 시민들이 야유를 보냈지만, 이용마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할 때는 귀 기울였다. 그걸 알기에 이용마 기자는 힘든 상황에서도 거리로 나왔다. 그것이 문화방송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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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1996년 문화방송에 입사한 이용마 기자는 사회부·경제부·문화부·정치부 등을 거치며 재벌 비리 보도 등 다수의 특종을 한 날카로운 현장기자였다. 그와 함께 기자 생활을 해온 박성제 문화방송 보도국장은 “뉴스가 조금이라도 권력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진다 싶으면 선배들에게 따져 묻던 원칙주의자였으나 후배들에겐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편안하고 선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비록 문화방송은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으나, 이용마 기자가 염원했던 공정방송을 위한 입법화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이용마 기자는 2017년 10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문화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공영방송 사장을 무작위로 추첨한 ‘국민대리인단’으로 뽑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사장 선임 절차 등을 개선하는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은 몇년째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먼지만 쌓이고 있다.

박 보도국장은 “어떤 정권이든 공영방송 사장을 마음대로 임명하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오랜 숙원이었다”며 “별세 소식을 듣고 달려갔더니 그는 완전히 눈을 감지 못하고 영원히 잠들어 있었는데 우리가 아직도 할 일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어 “촛불 광장에서 그가 말했던 ‘언론개혁’ ‘국민의 것을 국민에게 돌려줍시다’라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쇠약한 육신에 갇혀 있었지만 마지막을 앞둔 그의 마음은 사랑과 감사로 충만했다.

“제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복받은 사람이겠지요? 대신 제 마음의 부채가 너무 크네요. 어떻게 해야 다 갚을 수 있을지…. 다들 감사해요.”(6월17일 에스엔에스 글)

빈소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35호), 발인 23일 오전 7시, 장지 경기 성남 분당메모리얼파크.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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