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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DLS·DLF ‘원금손실 폭탄’ 금융사 경영진 책임론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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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금리 하락하는 상황인데도

손익구조 한 방향 쏠리게 설계

재가입 수수료 노려 초단기로 판매

금리 급락에 만기 닥치자 속수무책

은행노조 “내부선 4월부터 대책요구

경영진이 책임 전면에 나서야” 주장



한겨레

'> 주요국 금리가 지난해 말 이후 하락하는 상황에서 초고위험 파생상품인 금리 연계 디엘에스(DLS)·디엘에프(DLF)를 국내 금융사들이 판매사 수수료를 늘리려고 초단기 투자상품으로 찍어내고, 상품의 손익구조가 한 방향으로 쏠리도록 해서 위험관리를 놓쳤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은행권 노조는 “은행 내부에서 4월부터 대책 요구가 있었다”며, 상품설계와 판매 과정 전반에서 최고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디엘에스 발행액 가운데 3개월 이하 초단기 상품이 24.4%로 가장 많다. 만기를 짧게 쪼개 조기상환받은 고객을 새 상품에 지속해서 가입시키는 흐름이 보인다. 3개월 만에 상환되면 약정된 수익률이 연 4%일 경우 고객이 손에 쥐는 수익률은 실질적으로 투자원금의 1% 수준이다. 하지만 판매사는 상품을 팔 때마다 선취수수료를 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판매수수료는 1~1.2%, 증권사들의 발행수수료는 평균 0.2% 수준이다. 주식형펀드 판매수수료는 온라인으로 가입할 경우 0%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창구에서만 가입이 가능해 수수료율이 높다. 은행들이 디엘에프 판매에 집중한 배경이다. 앞서 2012년에도 3개월 이하 디엘에스가 전체 발행물량의 절반을 넘어서자 금융당국이 초단기 상품 발행을 제한했던 전력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은행의 독일국채 금리 연계 상품은 이번에 상품설계 단계에서 만기를 4~6개월 초단기로 잡고 금리 급락 사태를 맞아 투자자들이 원금을 모두 날릴 처지가 됐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이 판매해 50%대 손실이 예상되는 영국과 미국의 금리 교환(CMS) 연계 상품은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의 차이가 축소되거나 뒤집히지 않아야 수익을 얻는 구조다. 즉, 5년이나 7년짜리 국채금리가 3~6개월짜리 리보금리보다 일정 수준 높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이들 나라에서는 장기채(10년) 금리가 단기채(3개월, 2년) 금리를 밑도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전문가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장·단기 금리 차가 계속 줄어들면서 현지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투자하는 상품이 많이 발행됐다”며 “우리도 시장의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디엘에스 상품의 손익구조가 설계되는 과정도 논란이 됐다. 디엘에스는 증권사가 기초자산에 연동되는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손익구조를 만든다. 국내에서는 외국계 증권사가 만든 것을 복제(백투백)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도 제이피(JP)모건 등과 파생거래를 맺고 이들 상품을 판매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외국계가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의 위험을 효율적으로 헤지(분산)하기 위해 디엘에스를 팔았다고 주장한다. 파생상품은 제로섬 게임이어서 국내 고객이 손실을 본 만큼 외국계나 반대 방향으로 거래한 제3자가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하나은행지부는 성명을 내어 “금리 하락 추세가 심각함을 감지한 프라이빗뱅커(PB·자산관리 직원)들이 올해 4월부터 고객이 손절매할 수 있도록 환매수수료를 감면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수수료 수익 극대화를 위한 상품설계와 판매 과정에 대한 책임 전면에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광덕 박수지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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