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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강남署 '금주령' 끝나자마자 술 취해 부하 때린 강남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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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1파출소 회식 자리에서 파출소장이 2차 가자며 난동… 수서署 경찰도 술 취해 주먹다짐

술과 관련된 논란 이어지자 강남署 이번엔 '회식 자제 운동'

서울 강남권에서 또다시 경찰관 비행(非行)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강남경찰서 등 강남권 경찰서들은 작년 말 '버닝썬 사태'를 시작으로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소속 경찰관들이 줄줄이 휘말리자 지난달부터 금주(禁酒) 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자정(自淨) 캠페인을 벌여 왔다. 그럼에도 이런 사건이 재발하자 강남경찰서가 이번에는 "저녁 회식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지난 7일 강남경찰서 산하 논현1파출소 회식 자리에서는 파출소장이 술에 취해 부하 직원의 뺨을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금주 운동이 끝난 지 일주일 만이었다. 파출소장 A경감이 직원들과 술을 마신 뒤 "회식을 더 하자"고 졸랐다. 직원들이 "그만 드시고 집에 가시지요"라고 만류하자 A경감은 직원 두 명의 뺨을 때렸다. 맞은 경찰관이 상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강남경찰서는 A경감을 대기발령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벌어진 논현1파출소는 강남서가 자정 운동까지 벌이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던 곳이다. 이 파출소 경찰관들이 지난 6월 성폭행 피의자의 머리카락을 봉투에 담는 대신 손으로 집어들고 가 '부실 수사' 비판을 받았고, 강남서는 지난달 금주 운동을 벌이면서 순경·경장급 직원을 상대로 '논현1파출소를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교육도 진행했다. 당시 박영대 신임 서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서장인 나도 금주령을 지키기 위해 저녁에 술 약속을 잡지 않는다"고 했었다.

논현1파출소만이 아니다. 강남서 교통과에서는 경찰관이 교통사고 조사를 받으러 온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감찰 끝에 최근 중징계 처분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강남서에 '교통사고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B경장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B경장은 "서로 합의해서 맺은 관계"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도 B경장이 술을 마시다 벌어진 일이다. 당시 강남서는 "둘 사이에 오해가 있었고 보도된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청은 감찰을 거쳐 B경장을 지난달 말 중징계 처분했다.

이달 초에는 마찬가지로 강남구 일부를 관할하는 수서경찰서 교통과 소속 C경위가 술을 마시다 지인과 주먹다짐을 벌여 폭행 혐의로 수갑을 차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5시쯤 술에 취해 지인과 몸싸움을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초경찰서 경찰관에게 체포됐다.

강남권 경찰서들은 지난달 하순부터 잇달아 반(反)부패 토론회를 열었는데 수서서도 그중 한 곳이었다. 수서경찰서 측은 "서초서로부터 조사 결과를 받아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강남서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저녁 회식 자제' 운동이다. 저녁에 술을 마시며 하는 부서 회식은 지양하자는 내용이다. 부서 단합을 위한 식사는 점심 식사로 갈음하기로 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저녁 회식을 아예 하지 말자는 건 아니고, 가급적 자제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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