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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조국 가족 사모펀드, 환매수수료 0원… “사실상의 개인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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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링크PE서 언제든 출금 가능… 펀드업계는 운용 전략에 차질 불가피
한국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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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가 사실상 이들의 ‘가족 펀드’처럼 운영된 정황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편법 증여 의혹을 조 후보 측이 반박하는 과정에서 이번엔 해당 펀드에 ‘환매 수수료’ 조항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업계에선 “환매수수료도 없는 펀드라면 사실상 조국 가족의 개인금고나 다름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70억원 넘는 ‘출자 약정액’이 정관상 납입 의무가 없는 상황도 이런 평가에 힘을 싣고 있다.

◇“환매 수수료 없는 펀드 보기 드물어”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간 조국 후보자 가족이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를 통해 투자한 ‘블루코어밸류업1호’를 두고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돼 왔다. 편법 증여 의혹의 핵심은 환매수수료다. 대부분의 사모펀드에는 투자자가 중간에 출자금을 뺄 경우, 출자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남기게 한다. 이를 환매수수료라고 부르는데, 이는 펀드에 남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출자 비율대로 돌아가게 된다.

이 펀드에는 조 후보자 부인이 9억5,000만원, 딸과 아들이 각각 5,000만원씩 출자했다. 환매수수료가 있는 통상적인 펀드라면 조 후보자 부인이 출자금을 빼면 환매수수료가 조 후보자 아들과 딸에게 돌아가게 된다. 즉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조 후보자 부부의 돈이 두 자녀에게 흘러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심이었다.

하지만 이 펀드에는 환매수수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펀드 정관에는 환매수수료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코링크PE 측도 “환매수수료가 없는 펀드”라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조 후보자 부인이 출자금을 빼더라도 남은 자녀들에게 돌아갈 환매수수료가 없어 편법 증여는 성립할 수 없는 셈이다.

사모펀드 업계에선 이를 두고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매수수료가 없는 펀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사모펀드 자산운용역은 “환매수수료는 일종의 위약금과 같은 것인데, 이 조항이 없는 펀드는 본 적이 없다”며 “출자금이 일정기간 묶여 있어야 안정적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펀드들은 거의 환매수수료 조항을 집어넣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렇게 환매 수수료가 없는 펀드 구조는 코링크PE에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펀드는 조 후보자 가족의 출자금으로 기업 지분을 사들였는데, 갑자기 출자금을 빼겠다고 하면 애초 운용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출자금을 내어주기 위해 원하지 않는 시점에 지분을 팔거나, 현금을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조국 가족은 한번 출자한 돈은 일정기간 빼기 힘든 다른 펀드와 달리, 언제든지 펀드에서 돈을 뺄 수 있는 이점을 누리게 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투자는 약정기간 동안 사실상 출자금 뺄 수 없는 게 기본”이라며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펀드는 출자금도 대부분 조 후보자 가족 돈인 걸 고려하면 사실상 개인금고 같은 성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관상 출자 의무, 조 후보 가족에겐 무의미… “이럴 거면 왜 74억 약정하나”

여기에 조 후보자 가족이 출자하겠다고 ‘약정’한 금액과 실제 출자한 금액이 크게 차이 나는 상황도 개인금고 비판에 힘을 싣는다. 조 후보자 가족은 100억원 짜리 규모 펀드에서 총 74억5,500만원을 출자하겠다고 한 뒤 실제로는 10억5,000만원만 넣었다. 나머지 64억500만원은 납입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출자 약정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펀드 정관에는 출자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부과되는 벌칙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관을 보면 △내지 않은 출자금에 지연 이자(연 15%)가 발생하고 △지연 기간이 30일이 넘으면 펀드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미납 출자금’을 나머지 64억500만원이라고 한다면, 조 후보자 가족이 출자금을 약정한 2017년 7월 31일부터 지금까지 쌓인 지연이자는 무려 18억7,000만원 가량이 되고, 이미 2017년 9월부터 펀드에 투자자로 남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코링크PE 측은 “정관에 있는 출자금은 ‘출자 요청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최초 출자액 외에 추가 출자를 요청한 자금을 뜻한다”며 “조 후보자 가족에겐 최초 10억5,000만원 출자 이후 추가 출자 요청을 하지 않아 정관상 출자금 납부 의무가 발생하지 않아 벌칙 또한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관에는 출자 의무에 대해 ‘지정납입일에 출자 약정액 중 출자 요청금액’을 납입하기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사모펀드 업계에선 “정관상 출자금은 출자 요청금액이 맞다”고 확인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이 또한 이 펀드가 조 후보자 가족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따르지 않으면 벌칙까지 부과하는 추가 출자 요청을 하지 않는다면 정관상 출자 의무는 조 후보자에겐 결국 무의미하다”며 “애초에 10억5,000만원만 받을 거라면 왜 굳이 74억5,500만원 출자 약정을 해 다른 투자자로부터 출자 받을 여지를 줄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결국 이런 구조 덕에 펀드 대부분이 조 후보자 가족 돈으로만 구성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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