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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 성락원 복원 ‘제논에 물대기’였나…소유주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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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성락원 복원 계획 세울 때

소유주 정미숙 가구박물관장 참여

“개인재산 불려주나” 지적 나와

나무 등 식생 부실복원 정황도

구청 “성락원 잘 알아서 참여시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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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서울 성북구 성락원을 조선시대 전통정원으로 홍보하며 56억원을 들여 복원하는 과정에서 애초 복원 계획을 세운 성북구가 사실상 성락원 소유자인 정미숙 한국가구박물관장을 문화재 자문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해관계가 있는 실소유주 가운데 한명을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켜 성락원을 복원해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의 성락원 복원 작업이 부실하게 진행된 정황도 포착됐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성북구가 2005년 12월에 연 성락원 복원화기본계획 중간설명회에 정미숙 관장은 문화재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정 관장은 1950년 성락원을 사들인 고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의 며느리로 현재 성락원 소유주 30여명 가운데 한명이다. 정 관장은 1992년 성락원이 사적으로 지정된 이듬해 한국가구박물관을 개관한 뒤 지금까지 성락원을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 보존과 복원은 지방정부 등 관리단체 업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관리단체가 복원계획을 문화재청에 보고하면 문화재청이 사업 적정성, 문화재 보존가치 등을 따져 국고를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성북구가 문화재 정비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그 소유주를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켰다는 점이다. 복원 기본계획을 세우는 단계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소유주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자문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문화재 복원 과정에 실질적인 소유자를 자문위원으로 앉혀놓으면 더 많은 돈을 들여 문화재를 복원해야 한다는 온갖 논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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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관장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2005년에 정비계획이 세워지고, 2008년부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2008년은 성락원이 명승으로 재지정된 해다. 2007년까지 7억7100만원이 들어간 예산은 2008년에 지형복원 명목으로 9억6천만원이 들어갔고, 2009년에는 수목 식재, 담장 정비를 위해 5억원이 쓰였다. 2013년에는 성락원에 있는 송석정 보수정비에 7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엔 토지 매입 비용으로 25억원이 책정돼 현재 토지 매입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지만 성락원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경매 시장에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성락원 입구 쪽 주차장 터가 경매로 팔리기도 했다. 국고를 들여 정비를 해주면서 사적 재산의 가치만 올려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성락원 복원 과정에서 심은 나무나 식물 등 식생도 역사적 검증이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시대 서울 지리를 기록한 <동국여지비고>와 조선 정조 때 정승을 지낸 채제공이 쓴 ‘유북저동기’에는 성락원 일대에 복숭아나무가 많았다고 기록돼 있지만 2005년 수립된 성락원 복원화 기본계획에는 복숭아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은 나오지 않는다. 소나무, 개나리, 느티나무, 참나무, 살구나무, 작살나무, 매화나무 등이 제시될 뿐이다.

실제로 당시 기본계획을 담당한 연구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경 전문가에게 자문을 얻어 나무를 심었다”며 “문헌에 근거해서 자문받은 적은 없다. 문헌 조사는 <환경과 조경> 잡지에 나온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과거 문헌도 성락원 일대에 복숭아꽃이 많았다는 것일 뿐, 성락원에 복숭아나무가 있다고 나온 것은 아니다. 성락원에 꼭 복숭아나무를 심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성북구청은 정미숙 관장이 구 문화재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정 관장이 성락원을 잘 알아서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켰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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