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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조국 딸 논문 특혜 입시의혹, 형사책임은 묻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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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로 참여한 게 사실인 이상 적극적으로 ‘속였다’고 보기 힘들어

2010년 대입, 위계 업무방해 공소시효 7년 지나…기소 자체 불가능

헤럴드경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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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 모(28)씨가 고교생 신분으로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의학 논문을 사용해 고려대 수시전형에 지원했더라도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2010년 고려대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딸 조 씨의 경우 시효가 완성이 돼,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기소 자체가 불가능하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혐의가 성립될 여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범죄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측은 절차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위계란 사실이 아닌 것을 속이는 것”이라며 “논문 자체에 조 씨가 1저자인 것은 사실인 것이고, 조 씨가 과연 1저자로 인정받을 만큼의 능력이 있느냐는 책임저자인 A교수의 판단 몫”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판사는 또 “조 씨를 1저자로 등재해준 교수가 지금에 와서는 ‘부적절 했다’고 말하지만, 당시에는 자신의 판단으로 올려준 것 아니냐”며 “이 사안은 윤리적으로 비판가능성은 크지만 위법성은 없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통상적으로 지원자가 기재한 정보가 허위가 아닌 사실임을 검증하는 것은 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는 적극적인 기망이 있어야 하고 쉽게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해야 하는데, 과연 조 씨의 나이가 그렇게 알아내기 어려운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입사 목적 자체를 숨기는 위장취업 사건에선 위계 업무방해죄가 쉽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업무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은 당시 문과 고등학생인 조 씨가 의학논문의 1저자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조 씨 스스로 본인이 1저자로 인정받을 만큼 기여를 하지 못했던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고려대 입학을 위해 논문을 사용했다면, 학교 당국을 적극적으로 속이려는 의도(위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변호사는 “고등학생이 단 2주만에 의사논문의 1저자가 된다는 것은 처음부터 이행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위험범’에 속한다. 실제 그 논문이 입시과정에 작용해 조 씨가 다른 지원자를 밀어내고 합격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위험성’만 있어도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형사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우리의 김정철 변호사는 “업무방해가 발생할 위험성만 있으면 혐의가 성립된다”며 “위계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착오를 일으키는 것인데, 이 경우 학교는 조 씨가 진짜로 논문을 작성한 것으로 착오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학교의 업무를 방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례는 숙명여고 A 교무부장 사건이 있다. 1심은 A씨가 시험문제를 빼돌려 학생인 자신의 딸들에게 알려주고 딸들이 마치 자신의 실력에 따라 답안을 기재하는 것처럼 속여 학사 행정을 방해했다고 인정했다. 최순실 씨도 서울특별시승마협회장과 대한승마협회장 명의로 된 허위 공문을 이용해 정유라 씨의 생활기록부를 작성 하고, 출석을 관리하는 청담고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인정됐다. 최 씨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또, 2017년에는 목동의 한 학부모가 청소년 발표대회에 자신의 아들 대신 다른 학생을 출전시킨 사건도 있었다. 이들 모자는 대회 우승 성과를 사용해 서울의 한 사립대 한의예과 진학에 성공했지만, 사건이 알려지면서 아들은 결국 자퇴했고 학부모는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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