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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밤잠 못 이루는 염경엽… 감독의 WAR, SK 선두질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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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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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염경엽 SK 감독은 경기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나중에 나오는 지도자다. 대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점심시간 때쯤 경기장에 도착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경기 후 코칭스태프 미팅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퇴근은 가장 늦다.

적막한 경기장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어쩔 수 없이 야구와 함께 한다. 대부분은 선수단 운영 계획과 경기 복기, 데이터 분석으로 시간을 채운다. 스타일상 잠을 길게 자지 못하는 성격인데 생각할 게 많으니 늘 수면 부족이다. 그래도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SK의 전략과 전술을 상당 부분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 선수보다 크지 않다. 어느 날은 작전 하나 없이 경기가 흘러가기도 한다. 아무리 오더를 잘 짜도 선수들이 못하거나 상대가 잘하면 도리가 없다. 반대로 아차 싶은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번뜩이는 재능으로 경기를 책임질 때가 있다. 하지만 개입할 때의 성공여부는 경기 승패를 직접적으로 가른다. 염 감독은 개입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더 신중하다.

예를 들면 SK는 타 팀에 하나씩은 있을 법한 그린라이트가 없다. 도루 사인은 다 벤치에서 나온다. 염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성공 확률을 높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선수들이 감과 능력도 있지만 결국 도루는 퀵모션과 스타트의 싸움이다. 벤치에서 상대 투수 투구폼까지 캐치해 사인을 준다. 그리고 변화구가 들어올 타이밍에 승부를 건다.

경기에 집중하기 바쁜 선수들이 모든 데이터와 세밀한 움직임까지 속속 다 들여 보기는 어려운 법이다. 염 감독은 “모든 데이터와 상황을 분석해 사인을 줬는데 스타트를 뺏겨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모든 팀들이 다 그렇다”면서도 “실패해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실패하면 그건 벤치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SK 선수들이 도루 실패 후에도 벤치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 이유다.

투수 교체도 마찬가지다. 불가피한 상황이나 루틴대로 나가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나머지는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다. 상대 타자 전적, 구종에 따른 전적, 상대 타자의 스플릿, 투구 수에 따른 피안타율까지 철저하게 분석한다. 역시 성공 확률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불리한 상황에서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올 시즌 SK 불펜이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이런 코칭스태프의 노력이 한 몫을 거든다.

21일 인천 롯데전에서도 이런 장면이 잘 드러났다. SK는 이날 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1회 노수광, 5회 최항이다. 두 선수 모두 상대의 변화구 타이밍에 뛰었다. 포크볼을 던질 것으로 예상하고 벤치가 지시를 내렸는데 선수들이 스타트를 잘 끊었다. 예상대로 공이 원바운드로 들어오면서 비교적 여유 있게 살았다.

투수 교체도 전적과 스플릿, 그리고 그날 상대 전적에 맞게 이뤄졌다. 투구 수가 78개에 불과했던 선발 소사지만, 이날 채태인에게 고전한 것을 고려해 미련 없이 바꿨다. 22일 불펜데이가 예정된 상황에서 과감한 선택이었다. 이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물론 지나치게 벤치 지시에 함몰되거나 벤치의 전략에서 안주하게 되면 선수들의 창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적절한 수준에서의 개입이라면 그것은 선수들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다. 선수들의 가치는 상대에게 뭔가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 이미지는 결정적인 순간 큰 힘이 되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SK 코칭스태프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가 얼마인지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염 감독도 "KBO리그는 MLB보다 아무래도 벤치의 비중이 더 크다. 하지만 경기는 선수가 한다는 것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그러나 그것이 선수들의 향후 WAR을 높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성공 체험을 하는 동시에 실패에서 배우는 것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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