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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아이 때 보던 만화, 아이와 함께 또 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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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애니메이션 열풍

동아일보

만화 ‘검정고무신’(왼쪽 사진)과 ‘짱구는 못 말려’.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애와 우정 등을 다루며 세대를 초월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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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보라고 틀어놨는데 이젠 제가 더 많이 찾아봐요.”

김준성 씨(39)는 요즘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에 푹 빠졌다. 우연히 TV에서 재방영하던 작품을 본 뒤로 아이도 같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 해당 채널 시청을 시작했다. 김 씨는 “매주 방영시간을 체크할 정도로 아이보다 제가 더 빠져들었다”며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지금 시점에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네 살, 일곱 살 아이를 둔 이수지 씨(37)도 최근 ‘짱구는 못 말려’ 팬이 됐다. 여느 드라마 못지않은 명대사가 매력 포인트란다. 특히 “짱구가 블록 집을 무너뜨리는 동생을 보면서 ‘집 대출이 32년이나 남았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웃픔(웃음+슬픔)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올드보이’ 캐릭터들이 속속들이 브라운관으로 귀환하고 있다. 그런데 주시청자가 어린 시절 만화를 보며 성장한 30, 40세대들. 작품 속 캐릭터와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고 있다. 만화·애니메이션 업계도 메인 타깃을 영·유아층에서 30∼49세 중년층까지 확장하는 전략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클래식 만화들은 주로 전문채널에서 재방영한다. 투니버스는 ‘검정고무신’ ‘짱구는 못 말려’ ‘안녕 자두야’ 등을 편성했다. 애니원이나 애니박스, 애니맥스 등도 ‘도라에몽’ ‘원피스’ ‘명탐정 코난’ 등을 재방송해 인기를 끌고 있다. 1983년에 처음 방영한 원조 초통령(초등학생의 대통령)인 ‘아기공룡 둘리’도 디즈니 채널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전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1990년대 전후에 등장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중년에 들어선 캐릭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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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만화 ‘뿌까’가 3D 애니메이션 ‘뿌까 NEW 에피소드’로 재탄생해 어린이, 성인 시청층을 사로잡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뿌까’(왼쪽)와 ‘가루’. 앞서 ‘뿌까’는 인형, 장난감 등 캐릭터 상품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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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좋다 보니 새롭게 에피소드를 제작하는 사례도 생겼다. 2000년 인터넷 플래시 애니메이션에서 시작된 ‘뿌까’는 현재 3D 애니메이션인 ‘뿌까 NEW 에피소드’로 재탄생했다. ‘뿌까’의 새 에피소드에서 더빙을 맡은 한 성우는 “20년 전 탄생한 고전 애니메이션을 참고하며 새롭게 목소리를 입히느라 저 역시 추억에 잠겨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이렇듯 추억의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건 의미심장하다. 요즘 세대에게도 인기란 건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방증이겠지만, 30대 이상의 만화채널 시청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AGB닐슨이 올해 1월부터 8월 20일까지 자녀가 있는 30∼49세 주부 시청률 순위를 분석한 결과, 250여 개 채널 가운데 투니버스가 6위, 니켈로디언이 20위에 올랐다. 특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청하는 프라임 시간대(오후 6∼9시)는 투니버스 시청률이 0.672%로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 채널을 앞지르고 2위를 기록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채널들도 새로운 편성전략을 구상한다. 하나영 CJ ENM 애니메이션사업부 콘텐츠편성팀장은 “최근 부모와 자녀 세대의 동반 시청률이 88%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연령을 아우르는 ‘제너럴 타깃 애니메이션’의 수요가 높다”며 “어린이 채널의 메인 타깃을 30∼49세까지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옛날 애니’는 핫한 콘텐츠다. 유튜브에서 17만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 ‘카툰버스’는 1980, 90년대 만화를 유통하고 있다. ‘짱구는 못 말려’ ‘은하철도 999’는 유튜브에서 큰 인기다. 넷플릭스도 올해 4월 ‘울트라맨’을 3D로 제작해 공개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 만화를 보던 세대가 중년이 되면서 애니메이션은 가족 콘텐츠가 됐다. 단순한 추억을 넘어 옛 콘텐츠를 재해석한 결과물은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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