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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동아시아 격랑’ 불똥… 일본ㆍ홍콩ㆍ중국 시장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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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에 日연습생 데뷔 무산… 다국적 아이돌그룹 기획 차질

홍콩시위에 갓세븐ㆍ강다니엘 공연ㆍ행사 연기… MAMA 행사장 미정

한국일보

홍콩에서 격화되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 반대 시위로 K팝은 직격탄을 맞았다. 아이돌그룹 갓세븐(맨 위 사진)과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오른쪽 아래)은 이달 예정됐던 공연과 팬미팅을 모두 연기했다. 2012년부터 홍콩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음악 시상식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의 올해 연말 홍콩 개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1. 대형 K팝 기획사 한 곳은 새 아이돌그룹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일본인 연습생 두 명의 합류를 최근 백지화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제외 결정으로 국내 반일 감정이 고조된 데다 양국 갈등 장기화 조짐에 내린 결정이었다. 정치 갈등과 문화는 별개라지만 대중 정서에 살고 죽는 콘텐츠 기획사 입장에선 당분간 ‘극일(克日)’이 국내 화두가 될 상황에서 일본인 멤버를 K팝 그룹으로 데뷔시키는 데 부담이 컸다고 한다. 이 기획사는 내년 다국적 아이돌그룹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일본인 연습생의 데뷔를 미룬 기획사 관계자는 “데뷔 멤버로 새 연습생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룹 데뷔 시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 홍콩에선 K팝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됐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의 시위가 거세진 후폭풍이다. 아이돌그룹 갓세븐은 31일부터 내달 1일 이틀 동안 홍콩에서 열기로 했던 공연을 연기했다. 워너원 출신 가수 강다니엘도 지난 18일 개최 예정이었던 홍콩 팬 미팅을 결국 뒤로 미뤘다.

‘잘나가던’ K팝이 아시아 시장에서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한ㆍ일 갈등의 격화로 일부 K팝 기획사는 다국적 K팝 아이돌그룹 기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세 불안으로 홍콩에선 K팝 행사에 비상이 걸렸다. 2016년 본격화된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중국 공연 시장이 막힌 데 이어 일본과 홍콩에서까지 대형 악재가 발생하면서 K팝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한ㆍ일 관계의 급속한 냉각은 K팝 전략까지 흔들었다. 트와이스(멤버 9명 중 일본인이 3명)가 일본에서 제3세대 한류를 이끌면서 여러 K팝 기획사가 다국적 K팝 아이돌 그룹 기획에 경쟁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이젠 신중론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K팝 기획사 입장에선 ‘일본 리스크’를 처음부터 안고 가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ㆍ일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가 일본 가수 혹은 기획사와의 신곡 합작 연기 같은 단발성 프로젝트(본보 8월 6일 자 11면ㆍ“NO 재팬” 명탐정 코난도 예외 없다)를 넘어 K팝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 아이돌그룹을 이미 선보인 한 중소 K팝 기획사의 고위 관계자는 “내년 새 아이돌그룹의 데뷔를 준비 중인데 국내 반일 여론과 양국 관계 변화 등을 더 지켜본 뒤 일본인 연습생을 멤버에 포함시킬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공연 시장에서도 K팝은 난기류에 휩싸였다. 여러 K팝 기획사 관계자들은 “중국에서도 한한령으로 제대로 활동 못 하는 데 일본까지 막히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한한령으로 막힌 중국 공연 시장 대신 일본에서 숨통을 틔웠는데, 양국 갈등 장기화로 일본 시장까지 위축되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아시아 최대 K팝 시장인 중국은 방탄소년단도 뚫지 못한 공연 시장이다. 지난해 8월 25일부터 시작돼 올해 8월 29일까지 이어질 방탄소년단 세계 순회공연은 중국에서는 열리지 않는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어권 활동을 돕는 에이전시 관계자는 “(한한령으로) 중국 공연 신청을 해도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콩에서도 당분간 한국 아이돌그룹의 공연이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K팝 팬들은 본토의 규제를 피해 마카오나 홍콩에서 한국 아이돌그룹의 공연을 주로 관람했다. 홍콩이란 ‘중국 우회 시장’까지 막히면서 K팝 공연의 중국어권 입지는 당분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면초가에 놓인 K팝의 현실은 올해 20년을 맞은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서도 알 수 있다. CJ ENM에 따르면 매년 11~12월에 열렸던 MAMA는 아직 행사장을 잡지 못했다. 한ㆍ일 관계 악화에 홍콩 시위까지 겹쳐서다. MAMA는 2012년부터 홍콩에서 메인 시상식을 열고 2017년부터 일본을 공동 개최지로 추가했으나 현재로선 양쪽 다 행사 진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K팝 주요 소비인 동아시아 시장에서 악재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K팝 산업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서 새 음반 홍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 활약을 국내에 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반응을 내세워 세를 넓혀왔던 전술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주시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