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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QM6 LPe의 '구장일단(九長一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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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주행성능 눈높이만 낮춘다면… '가성비 높고 안락한' 장점 많은 패밀리 SUV [비즈니스워치] 윤도진 기자 spoon504@bizwatch.co.kr

솔직히 의심부터 들었다. 액화석유가스(LPG) 엔진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가져야할 매력을 소화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그런데 웬걸. 직접 타보고 나니 예상은 적어도 90% 정도는 깨졌다. 100% 틀렸다기엔 조금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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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QM6 LPe' 전조등 부위/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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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강원도 태백에서 양양을 들러 서울로 돌아오는 350km 구간의 공도에서 르노삼성자동차의 '더 뉴(THE NEW) QM6 LPe'를 타봤다. 이 차는 르노삼성이 지난 6월 QM6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처음으로 내놓은 국내 유일 LPG SUV 모델이다.

과거에 LPG차를 꽤 몰아본 적 있다. 2000년 전후 연식의 기아자동차 11인승 미니밴 '카니발'이었다. 사실 그때도 LPG라 차가 힘이 부친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다. 무척 추운 겨울 시동 걸기에 애먹은 적 있다는 정도의 기억은 있다. 되짚어 차량 정보를 찾아보니 그 차는 2656cc 엔진이 달렸었다. 최고출력 161마력(hp), 최대토크 25.0kg·m였다.

하지만 배기량 1998cc LPG 엔진을 올린 QM6 LPe는 최고출력이 140마력, 최대토크는 19.7kg·m다. 덩치가 훨씬 작은 기아차 소형 SUV '셀토스' 가솔린 모델(1.6 터보엔진)도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7.0kg·m이다. 단순 비교해도 동력 계통이 차체 하중 부담을 이겨내기가 간단치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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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삼척 구간을 달리는 '더 뉴 QM6 LPe'에서 본 외경/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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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동승석에 몸을 실었다. 해발 1000m의 태백에서 삼척을 넘어 동해까지 가는 국도 38번 길이었다. 내리막이 많았지만 오르막도 꽤 있고, 또 심한 굽이까지 많은 난코스였다. 그래서 솔직히 이 LPG SUV가 허덕거리는 모습을 꽤 보겠다 볼 수 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QM6 LPe는 이 코스를 속도감 있게 빠져나가는 데 별 무리가 없었다. 같은 목적지로 가던 'SM6' 가솔린 모델이나, 다른 여러 디젤 SUV, 심지어 이 지역 택시들과도 어렵지않게 보조를 맞췄다. 운전을 맡은 기자가 워낙 베테랑급 운전실력을 가졌다지만 기본적으로 차의 동력성능이 모자라지는 않아보였다.

이 코스를 운전했던 기자는 "LPG라 기대가 적어선지 생각보다 잘 나간다"고 했다. 물론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거나 추월을 위해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야 할 때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다. 엔진소리가 높아지도록 밟아도 확 치고 나가는 추동력이 덜한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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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중 동승석에서 본 '더 뉴 QM6 LPe'/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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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에서 서울로 오는 약 200km 구간에서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동해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주로 달려왔는데, 직접 체험한 고속주행은 썩 괜찮았다. 램프에서 진입해 3000rpm(엔진회전수) 정도로 가속 페달을 쭉 밟으니 10초도 채 되지 않아 제한속도를 넘겼다. 속도계 바늘이 올라가는 게 더디긴 했지만 속도는 꾸준히 올라갔다.

서울에서 태백까지 오는 길에 같은 차를 몰고 온 어떤 기자는 "이 차는 4000rpm 이상 밟아줘야 가속력이 발휘되더라"며 "밟는 만큼 속도가 났다"고 했다.

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러웠다. 동승한 40대 남성 둘을 인제터널서부터 설악나들목(IC)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꿀잠' 재웠을 정도다. LPG 차라 엔진음이 가솔린보다도 더 잔잔했고, 바람이 차체에 부닺는 소리(풍절음)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노면이 아스팔트일 때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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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QM6 LPe' 전면부/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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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에서 광주로 넘어오는 산길을 운전할 때도 운전이 편안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충격저감 성능이 적당해 안락한 느낌을 유지했고, 급한 커브에서도 차가 휘청대거나 차내에서 몸이 쏠리는 게 적었다. 다만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등 첨단주행보조장치(ADAS)가 거의 탑재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외관이나 실내도 꽤 만족스러웠다. 중앙부에 태블릿 PC를 연상시키는 8.7인치 화면의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및 공조조절 장치가 대표적이다. 화면 터치로 송풍강도 등을 조절해야 하는 게 불편하다는 지적도 더러 있었지만, 시승자가 아닌 소유주라면 금세 익숙해질 만하겠다 싶었다. 대시보드에서 문으로 이어지는 선상의 목재 느낌 장식도 고급감을 더했다.

이외에도 시동을 걸면 전자식으로 위치를 잡고 차문을 열면 뒤로 빠지는 운전석, 앞좌석의 통풍시트, 뒷좌석 등받이를 기울일 수 있는 기능 등 가족들이 나들이 하기에 편한 기능들이 곳곳에 있었다. 적재공간도 후방에 있는 LPG 도넛탱크 트렁크 때문에 바닥이 살짝 올라와 있지만 용량은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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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QM6 내장/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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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쟁력 있는 가격은 만족감을 증폭시켰다. 시승한 차는 QM6 LPe 중 최상위인 'RE 시그니처' 트림(2946만원)이었는데 풀옵션을 포함한 값이 3233만원이었다. 다른 국산 완성차 메이커의 중형 SUV뿐 아니라 웬만한 준중형 SUV보다도 비싸지 않은 수준이다.

이 차 공인 복합연비는 ℓ당 8.9km인데 돌아와 보니 ℓ당 평균 8.5km가 찍혀 있었다. 산간지방인 강원도를 다녀온 거 치곤 준수했다. LPG 가격을 생각하면 유지비도 괜찮다.

직접 타보니 "LPG로 무슨 SUV냐"고 깎아내리던 주변의 '차잘알(차 잘 아는 사람들)'들에게 "일단 한 번 타보고 얘기하라"고 호기롭게 대꾸할 만큼의 느낌은 확실히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도시에서, 또 주말 가족 나들이용으로 몰고 다닐 SUV로 장점이 많은 차라고 판단했다. SUV라면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달릴 수 있어야하는 거 아니냐고 고집하는 이가 아니라면 충분히 권할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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