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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청와대가 지소미아 깨기로 한 네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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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끝내겠다는 청와대 발표는 다수의 예측을 뒤엎는 결정이었다. 연장을 하되, 정보교류를 하지 않는 일종의 조건부 연장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당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직전까지도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지소미아를 조건부로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연장 '종료' 결정이 내려진 것과 관련 여권 핵심관계자는 23일 “지소미아를 연장해놓고도 한국이 정보 교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일본이 반발할 빌미를 줄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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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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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효용=청와대 내부에선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한 단계부터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6년 11월 지소미아가 체결된 뒤로 양국간 정보교류가 이뤄진 횟수는 29회다. 이 가운데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정보의 양이 극히 적다는 불만이다. NSC 관계자도 전날 “2018년도에는 사실상 정보 교류 수요가 없었고,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서 일본 측이 우리에게 요구한 안보 정보 교류 수요가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가 지소미아 연장 여부와 관련해 “정보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해온 것도 이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로 한국의 정보 가치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에서 도발이 있을 경우 한국은 인접해서 포착을 하지만, 일본은 위치와 거리상 발사단계 부분을 포착 못한다”며 “뿐만 아니라 한국이 대북 휴민트(인적 정보)도 많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에 파열음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에도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우리로서 손해 볼 게 적다는 인식에서라고 한다.

다수의 전문가들과 거리가 있는 인식이다.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정보 공유 면에서 한국은 휴민트에 강하지만 일본은 더 정교한 정보수집능력을 갖고 있다”며 “협정 종료로 한국이 (대북 억제에 있어) 더 잃을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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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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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2014년 체제로도 무리 없다=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2014년 12월에 체결된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약정(TISA)이 지소미아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NSC 관계자가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해서 마치 한·미·일 3국간 안보 협력이 와해되거나 일본과의 정보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한 맥락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도 23일 “미국을 매개로 한 3국 간 정보공유 채널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와 티사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티사에서는 반드시 미국을 경유해서 일본과 간접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소미아나 티사 모두 2급 비밀까지 다룰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미국에 정보를 주면 그 정보를 일본과 공유할지 여부는 미국이 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티사 체결 이후 미국의 강한 요청에 의해 한·일이 지소미아를 체결한 사실을 도외시한 결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③국민정서=국내에서 반일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전날 “정무적으로는 국민들의 의사가 어떠신지도 파악하기 위해서 거의 매일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종료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뜻이다.

민주당 외교통으로 꼽히는 한 중진 의원은 “최근까지도 지소미아는 안 건드린다는 기류가 많았는데 최근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국내에서 일본 불매 운동도 일어나고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수도 급감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 감정과 함께 가기로 입장이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④주도권=일각에선 지소미아를 연장하면 지소미아를 카드로 쓸 수 없게 되는 만큼 미국이 반대하더라도 카드로 쓰고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고 한다. 일종의 ‘자주적’ 결정인 셈이다. 여권 중진 의원은 “외교부에 ‘미국에 잘 설명해라. 미국과 정보공유 여전히 잘 할 거고 일본과 문제 풀리면 지소미아 회복할 거라고 잘 설명해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강하게 부인하지만 일부 외교안보 전문가 중엔 “24일이 시한인데 굳이 22일 결정을 한 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변수가 없다고 보기 어려울 듯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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