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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스타그램은 사진·영상 SNS인데… 유명인들이 입장 발표에 애용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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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인스타그램 사과문' 유행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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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는 구혜선 인스타그램, 2위는 안재현 인스타그램이었다. 이혼 문제로 논쟁 중인 구혜선·안재현 부부가 서로에 대한 폭로, 성명서 발표 등을 사진·영상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뿐만이 아니다. 최근 유명 인사들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거나 논란에 휩싸일 때 사과문이나 입장문을 인스타그램에 발표하고 있다. 과거 팬 카페에 글을 올리거나, 소속사에서 보도자료 형태로 언론에 배포하던 것과는 변화된 모습이다. 연예인뿐 아니라 화장품 기업 'DHC코리아'와 의류회사 '유니클로'도 최근 한국인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한 사과문과 해명 자료를 인스타그램으로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소셜미디어 유행은 '싸이월드→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으로 변해왔다. 속한 집단에 따라 주부들은 카카오스토리, 직장인은 네이버 밴드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그런데 왜 유독 '인스타그램 사과문'이 두드러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먼저 인스타그램이 다른 소셜미디어보다 사적인 공간 같은 느낌이 드는 반면, 접근성은 더 쉬운 오픈형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은 뉴스 피드 느낌이 강한 페이스북보다 '은밀한 일기장'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싸이월드, 카카오스토리보다는 접근하기 쉽다. 안재현이 정신과 치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구혜선이 신체 부위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효과는 '자필 사과문'을 올릴 때 극대화된다. 팬 입장에서 직접 사과 편지를 받는 느낌이 다른 수단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가 역사 교육 논란에 대해 자필 사과문을 올렸을 때 "진정성 있어 보인다"는 반응도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이런 자필 사과문은 수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임지현이 '호박즙 곰팡이' 논란에 대해 자필 사과문을 올렸을 때는 펜으로 그어 수정한 부분이 "성의 없어 보인다"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분위기 있는 사진이나 무늬가 없는 색채 사진을 올리고 그 아래 설명란에 사과문이나 해명글을 올리는 게 트렌드다. 회사들의 경우엔 보다 공식적인 입장문처럼 보이게끔 타이핑 한 사과문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둘째 이유는 빠른 전파와 실시간 피드백이다. 과거에는 대중의 반응을 확인하려면 사과문을 보도자료로 발표하고, 기사화 시킨 후, 댓글 등을 통해 여론을 파악하는 과정을 길게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좋아요' 수와 댓글로 여론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혜선·안재현 사건처럼 실시간으로 상대방 의견에 반박도 가능하다. 페이스북·트위터 등의 사용자 수가 줄어드는 반면, 인스타그램은 사용자가 늘고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텍스트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성명서와 달리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영상을 함께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셋째는 편집의 어려움이다. 인스타그램 사과문은 대부분 캡처 형태로 전파되기 때문에 다른 수단과 달리 전파 과정에서 편집의 위험이 적다. 보도자료가 기사화될 경우 지면 등의 제한으로 내용이 잘리는 경우가 많은데, 인스타그램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인스타그램이 사진·영상 중심의 소셜미디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진 캡션 수정 기능, 한 번에 여러 사진을 올리는 기능 등을 추가한 것도 이런 현상에 한몫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확산이 정보를 발표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의 중간 매개체를 없애버리고 있다"며 "연예인은 팬들에게,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자신들이 가진 생각을 바로 전달하면서 정보 유통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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