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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해외 축구 인사이드] 1600억도 안 아깝다… 원더 키드, 펠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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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호날두'로 불리는 주앙 펠릭스, 포르투갈 국적·19세때 1군 데뷔… 유로파리그 역대 최연소 해트트릭

AT마드리드 거액 이적료 논란 데뷔전부터 실력으로 잠재워… 정작 닮고 싶은 선수는 '카카'

지난달 4일 포르투갈 벤피카 소속 유망주 주앙 펠릭스(20·포르투갈)가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마드리드)로 이적했을 때 세계 축구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를 데려오기 위해 AT 마드리드가 낸 돈이 무려 1억2600만유로. 23일 환율로 따지면 약 1680억원에 달했다. '축구 시장이 미쳤다' '1600억짜리 로또에 구단 미래를 걸었네' 같은 의견이 줄을 이었다. 이 유망주의 가치가 이적료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반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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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약 50일 만에 여론이 뒤집혔다. 펠릭스가 프리 시즌에 3골 4도움을 올린 데 이어 정규리그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거품 논란'을 자기 힘으로 잠재웠다. 특히 지난 19일 헤타페와 치른 프리메라리가 데뷔전이 결정적이었다. 선발로 나선 펠릭스는 후반 10분쯤 수비 진영에서부터 드리블로 약 70m를 전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수비수 3명이 달라붙었지만 공을 가랑이 사이로 빼고 발바닥으로 긁는 펠릭스의 기술에 줄줄이 농락당했다. 지난 한 주간 이 장면이 득점보다 더 화제가 됐다.

펠릭스는 수없이 나왔던 '제2의 호날두' 중 진짜 호날두에 가장 가까운 선수가 돼 가고 있다. 국적이 같고 10대 시절 활약상과 경력, 플레이 스타일까지 흡사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도 포르투갈 스포르팅에서 17세 때 1군에 데뷔했고, 한 시즌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 진출했다. 현재는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뛰고 있다.

펠릭스는 명문 유스팀을 2곳 거쳤다. 아홉 살 때 FC포르투 유소년팀에 입단했다가 몸이 너무 말랐다는 이유로 2014년 방출됐다. 그러자 곧바로 또 다른 명문팀 벤피카가 펠릭스를 붙잡았고, 펠릭스는 2016년 벤피카 B팀(2군) 최연소 출장 기록을 세웠다. 19세인 지난해 1군 선수가 돼 올해 4월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최연소 해트트릭 기록을 쓰는 등 총 20골을 넣고 한 시즌 만에 스페인 무대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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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카카와 형제? - 지난 1일 펠릭스가 연습장에 찾아온 '롤모델' 카카와 기념 촬영을 한 뒤 인스타그램에 '또 다른 꿈이 이뤄졌다. 고마워요 나의 우상'이라고 썼다. 둘이 친형제처럼 닮았다. /펠릭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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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181㎝로 펠릭스가 호날두(187㎝)보다 조금 작지만, 수비수를 가볍게 제치는 드리블이나 양발로 때리는 슈팅 능력 등이 닮았다는 평가다. 호날두가 전형적인 공격수라면, 펠릭스가 좀 더 미드필더에 가까운 선수라는 점은 다르다. 펠릭스는 호날두보다 이타적인 성향을 띠고 수비 가담 능력도 갖춘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비록 연습 경기긴 하지만 '제2의 호날두' 펠릭스가 진짜 호날두를 넘어선 적이 있다. 펠릭스는 지난 11일 유벤투스와 친선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려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별다른 활약 없이 짜증만 내다 물러났던 호날두는 최근 이런 말을 남겨 펠릭스를 인정했다.

"요즘 선수들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몸값이 1억유로나 한다. 주앙 펠릭스만 빼고."

국내외에서 '제2의 호날두'로 불리지만 정작 펠릭스는 닮고 싶은 선수로 히카르두 카카(브라질), 후이 코스타(포르투갈)를 꼽는다. 자신과 같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다. 특이하게도 둘 다 장발에 턱이 갸름한 미남형 얼굴이 펠릭스와 닮았다.

'수퍼 스타' 자질을 갖춘 펠릭스에게 세계 축구계가 환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리오넬 메시(32·바르셀로나)와 호날두가 10년 이상 벌여온 '메호 대전' 다음 세대를 가늠해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프랑스 국적 1998년생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가 독보적이었다. 팬들은 펠릭스가 가세해 '음펠 대전'을 치러주길 기대한다. 음바페는 2018년 모나코에서 파리로 옮기면서 역대 10대 선수 이적료 1위(1억8000만유로·만 나이 기준) 기록을 세웠다. 2위가 바로 펠릭스다. '메호'를 이을 라이벌 대전은 어쩌면 벌써 총성이 울렸는지도 모른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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