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조국, '사회환원' 승부수 통할까? 의견 분분…딸 관련 의혹 언급 無 [일상톡톡 플러스]

댓글 2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 후보자 법무부 장관 임명해달라 vs 후보직 사퇴해야…엇갈린 여론

세계일보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23일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에 항의하며 각각 캠퍼스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서울대생들은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후보직 사퇴를, 고대생들은 조 후보자 딸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조 후보자의 모교이자 현 직장인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 등 5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이날 오후 8시30분쯤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공터 '아크로'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법무부 장관 자격 없는 조국 교수는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개인 자격으로 이번 집회를 주도한 김다민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조국 교수님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 제1저자로 등재된 인턴 논문과 대학·대학원 입시, 장학금 수혜 등 숱한 의혹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정부는 본인들이 이야기하던 이상과 원칙을 무시한 채 의혹이 난무하는 사람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총학생회장은 "정부의 정책을 이행해나갈 만한 전문가가 조국 후보자 한 명뿐이라면 무능이고,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기만"이라며 "국민들의 참담함과 배신감에 공감하고, 공직 후보자 자리에서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내려오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집회를 함께 주도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대학원생 홍진우 씨는 "대학원에 입학하고 저소득층 수업료 50% 면제 장학금을 받았지만, 등록금 200만여 원이 부족해 대출을 받았다"며 "자산이 수십억대에 이르는 조국 교수님 자녀가 2학기 연속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는 것이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뿔난 학생들 "자산이 수십억대에 이르는 조국 교수 자녀, 2학기 연속 전액 장학금 받는 게 말이 되냐"

이날 집회에는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도 참석해 발언했다.

서울대 법학과 91학번 조준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집회에 참석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하지만 정치성향을 떠나 고3 학부모이자 교수, 그리고 시민으로서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참석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존경하고 믿었던 그분(조 후보자)이 자신이 비판한 기성세대와 어떻게 똑같을 수 있나 하는 실망과 배신감이 들었다"며 "더는 내로남불, 적폐란 비판을 받지 말고,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일부 일반 시민들도 함께 참석했다. 삼각대로 스마트폰을 고정하고 집회 상황을 유튜브에 생중계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세계일보

주최 측은 이번 집회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 세력과 관계가 없는 집회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법무장관 자격 없다", "학생들의 명령이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납득 불가 장학 수혜, 지금 당장 반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오후 10시쯤 해산했다.

◆촛불집회 주최측 "특정 정당·정치세력과 무관"

조 후보자 딸 조모(28)씨가 졸업한 고려대 소속 재학생·졸업생 약 500여명도 이날 오후 6시20분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본관 앞 중앙광장에서 조씨의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대학 측에 "조 후보자 딸의 입학 당시 심사 자료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며, 자료가 폐기됐다면 문서 보관실 실사 또는 데이터베이스 내역을 공개하라"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 후보자 딸의 입학 취소처분도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외부세력을 배제한다"며 "조 후보자 딸의 입학 의혹에 대해서만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철저하게 학교 내부의 문제로 처리해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을 지양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명백한 진상규명', '자유·정의·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진상규명 촉구하라, 입학처는 각성하라", "정치 간섭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본관 주변을 행진했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집회를 주최한 집행부 소속 이일희 씨는 "조 후보자 딸의 부정입학 의혹이 나왔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한 학기 동안 같은 수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눈 적 있는 또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나보다 부유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보면서도 그 사람의 복이고, 능력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다독이고 하루하루 노력해왔다"며 "그런데 그게 사실은 부정한 편법의 결과였다면, 노력이 보상받을 거라 믿으며 살아온 우리의 삶은 무엇이 되느냐. 우리는 대체 무엇에 기대고, 무엇을 믿으며 살아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세계일보

두번째로 발언한 박민준 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이 말한 대로 모든 일이 잘 매듭지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해가 지자 촛불 대신 준비한 휴대전화 플래시를 흔들며 호응했다. 자유발언 사이사이에는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한 채로 고려대 응원가를 함께 큰 소리로 부르기도 했다. 집회는 오후 8시50분쯤 종료됐다.

◆조 후보자 사회환원 발표문, 여론 가장 분노하고 있는 딸 관련 의혹 설명 없어

조 후보자가 사모펀드와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일종의 '승부수'를 던지면서 야권의 사퇴압박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가운데, 130억원 규모 웅동학원의 경우 조 후보자 동생이 보유한 채권 등 부채도 상당해 법인을 이전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조 후보자는 2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자녀들 명의로 돼 있는 펀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법인에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에 정씨와 자녀들이 실투자한 금액은 10억원 상당이다.

그의 모친 박정숙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웅동학원의 경우 박씨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가족 모두가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사회 구성원들도 대부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동학원을 개인이 아닌 국가나 공익재단이 운영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이사회 개최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하겠다는 취지다. 조 후보자는 공익재단 등으로 이전시 자신의 가족들이 출연한 재산과 관련해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웅동학원은 총자산 130억 가운데 처분이 까다로운 기본 자산을 제외한 수익용 자산은 70억 가량으로 알려졌다. 웅동학원을 국가나 공익재단으로 넘길 때 수익용 자산을 처분하고 남는 돈이 있더라도 이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 웅동학원은 조 후보자 동생 부부로부터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변론을 포기하면서 2006년 기준, 51억원 채무를 떠안은 상태다. 이 채무는 현재까지 지연이자를 계산하면 100억원대로 추산된다.

공사대금 청구소송의 발단은 1996년 조 후보자 부친과 동생이 각각 웅동학원의 16억대 공사 수주(고려종합건설)와 하도급 공사(고려시티개발)를 맡다가 IMF 외환위기로 공사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 부도가 난 것이었다.

이후 조 후보자 동생 부부는 2006년 코바씨앤디라는 건설사를 설립한 뒤 51억원 가량의 고려시티개발 채권(공사대금 16억과 지연이자)을 인수했다고 주장하며 웅동학원에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웅동학원은 변론을 포기, 51원의 채무를 지게 됐다.

이에 동생 조씨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웅동학원을 상대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과거 공사 부도로 인한 지급보증 책임을 떠안은 기술신용보증에 대한 채무 42억원을 변제하는데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씨는 변제하고 남는 채권도 모두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블루코어밸류업1에 정씨와 두 자녀는 펀드 총규모인 100억1100만원의 74%에 달하는 74억여 원을 투자 약정했는데, 이는 조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보다 18억원 가량 많아 논란이 불거졌다.

세계일보

여기에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의 실질 오너가 조 후보자의 오촌조카 조모씨이고 부인 정씨가 남동생에게 3억원을 빌려주며 펀드에 투자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해당 펀드가 편법증여용으로 조성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연일 터지면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히기도 전 야권을 중심으로 조 후보자와 그 일가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조 후보자가 이날 내던진 '사회환원'이란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사회환원 발표문에는 정작 여론이 가장 분노하고 있는 딸의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한 설명이나 입장은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드시 해주십시오" 국민청원 20만명 이상 동의받아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드시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3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지난 21일 게시된 '청와대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반드시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23일 오후 9시30분 기준 20만3996명의 동의를 받았다.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제296기 졸업생들에게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을 시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청원종료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청원인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속한 청문회와 장관임명을 청원한다"라며 "무엇보다도 권력기관 구조 개혁, 검찰개혁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국민들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지난 6월15일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 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행정부 스스로 실현할 수 있는 과제를 앞으로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이행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말씀하셨다"라며 "국민들은 대통령님의 의지와 더불어,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그동안 사법부의 쌓이고 쌓인 적폐가 청산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박근혜 (최순실) 정권이 촛불로 활활 타버리게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우병우, 양승태, 김기춘 등으로 연결된 사법 적폐에 있음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라며 "사법 적폐를 청산하도록 대통령께서 명령하셔도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 오랜 집단 이기주의, 제 식구 감싸기, 기수문화 등 썩을 대로 썩어버린 사법 적폐는 이미 제 머리를 깎을 수 없는 상태에 있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사시를 보지 않은 검찰, 법원 등을 거치지 않은 법률 전문가인 조국 법무부 장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라며 "다시 한번 간청드린다. 국민을 믿고, 그에게 재조산하의 초석을 놓을 수 있는, 사법적폐 청산의 대업을 이룰 기회를 달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