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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류 영토 넓힌 에어컨…국내 최초 설치 장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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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편집자주] 가전제품이 생활의 일부가 된지 오래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이 삶의 트렌드를 만들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머니투데이 전자팀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世上萬事)'을 '가전(家電)'을 통해 들여다봅니다.

[가전만사]세계 최초 개통 英런던 센트럴은 아직도 찜통 지하철…美엔지니어 발명 후 118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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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가전 명가' LG전자에서 매년 가동률이 100%를 넘는 생산공장이 딱 한 곳 있다. 올 상반기 가동률이 138.1%, 지난해와 2017년엔 각각 104%, 112.8%였다.

가동률(LG전자 기준)은 생산실적을 생산능력으로 나눈 값이다. 생산능력은 시간당 계획 생산수량과 하루 작업시간, 작업일수, 목표효율을 곱해서 산출한다. 가동률이 100%를 넘어섰다는 것은 애초 계획보다 생산량이 많았다는 것.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 얘기다.

매년 판매량(생산량)이 기대치를 넘어서는 이 제품은 바로 에어컨이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620만4000대의 에어컨을 만들었다.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850만대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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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에어컨은 여름에 많이 팔릴 것 같지만 최근엔 그렇지만도 않다. 한여름엔 구매 수요가 몰리면서 설치에 2~3주가 걸리다 보니 설치 대란을 피하려는 봄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대에 100만원, 트윈원 제품 기준으로 200만원짜리 에어컨을 사놓고도 설치가 안 돼 땀 흘려본 사람은 안다. '다음번에 에어컨을 살 때는 여름이 되기 전에 사야겠구나.' 이른바 '학습효과'다.

요샌 AS(애프터서비스) 수요에 대비해 에어컨 대리점에서 5월 중순이면 '시험가동해보라'는 문자도 보내준다.

이른 무더위도 에어컨 구매 시기를 앞당긴다. 올해 5월 서울 지역 한낮 최고기온은 33.4도까지 올랐다. 지난해보다 3도가량 높았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 5월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5월보다 2배가량 많았다(84% 증가).

'우산장수 짚신장수' 이야기처럼 에어컨은 전적으로 날씨에 울고 웃는 가전이다. 올 7월엔 장마가 끝난 뒤에도 국지성 호우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4% 줄었다(전자랜드 집계).

하지만 8월 들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뒷심을 발휘하는 중이다. 업계에선 올해 연간 판매량이 지난해 수준인 250만대를 넘어설지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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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전기요금 폭탄 걱정을 안 할 순 없지만 그나마 걱정을 덜게 된 것은 2011년 이후 본격적으로 생산된 에어컨에 인버터 기능이 달리면서부터다.

2011년 이전에 생산된 정속형 에어컨의 경우 냉매를 압축해 더운 공기를 차게 식히는 컴프레서(압축기)가 가동시간 내내 최대로 돌아가지만 인버터 에어컨은 실내 온도가 정해놓은 온도에 이르면 컴프레서 작동 속도를 늦춰 전기를 상대적으로 덜 쓴다.

집에 있는 에어컨이 인버터형인지 확인하려면 실외기에 인쇄된 표기를 확인하면 된다. 에너지 효율 등급 표시가 1등급이면 대부분 인버터형, 5등급 이하면 정속형이다.

최근엔 냉매를 압축하는 장치인 실린더가 2개인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로 한 번에 더 많은 냉매를 압축해 에너지 효율을 기존 인버터 제품보다 15%, 정속형보다 63%까지 높인 제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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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왼쪽)와 에어컨을 바라보는 시민 /사진=위키피디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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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1902년 엔지니어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당시 25세·1876~1950)가 발명했다. 지금도 에어컨과 냉장고로 유명한 브랜드 그 캐리어다.

뉴욕의 한 인쇄소가 여름철이면 고온과 습기 때문에 인쇄용지가 변질돼 고민하는 것을 보고 해법을 찾기 시작한 게 동기였다고 한다. 캐리어는 뜨거운 공기를 채운 코일 사이로 공기를 통과시키는 기존의 난방 시스템의 원리를 뒤집어 냉매를 채운 코일 사이로 공기를 보내 차가운 바람을 만드는 방식을 고안했다.

1920년대부터 에어컨이 널리 보급되면서 인류의 생활권은 빠르게 확장됐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싱가포르는 없었을 것"이라는 싱가포르 국부 고(故) 리콴유 전 총리의 에어컨 찬사는 유명한 일화다.

그는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에만 일할 수 있었던 싱가포르에 에어컨은 인류 최고 발명품"이라고도 말했다. 리콴유 전 총리가 1965년 취임한 뒤 맨먼저 한 일이 건물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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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들의 에어컨에 대한 반응을 묘사한 삽화. /피츠버그 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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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잦은 미국 남부와 서부에 휴스턴, 라스베이거스, 댈러스, 뉴올리언스, 피닉스 같은 대도시가 등장하고 1년 내내 고온에 시달리는 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두바이, 홍콩, 방콕, 리우데자네이루 등 도시가 나타난 배경에도 에어컨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인류가 우주 개척에 나설 수 있는 것 역시 에어컨 덕이다.

에어컨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60년대다. 당시 청와대에도 없던 에어컨을 석굴암 결로 방지용으로 일본에서 수입했다. 1960년대 말 센츄리와 금성사(현 LG전자) 에어컨이 나왔다.

서울 지하철엔 2호선이 순차적으로 운행하기 시작한 1983년부터 에어컨이 달리기 시작했다. 1974년 개통된 1호선엔 1989년에야 에어컨이 들어갔다. 미국 뉴욕 지하철에 에어컨이 설치된 1950년보다 30~40년 늦었다.

지하철이 세계 최초로 개통된 영국 런던에서 노선 길이가 70여㎞로 가장 긴 센트럴 선은 여전히 에어컨이 없는 찜통 지하철로 유명하다. 개통 당시부터 열차 외부 터널에 여유 공간이 없어 에어컨 실외기를 달 수가 없기 때문에 교통 당국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최근 전용 속옷에 붙여 입는 웨어러블 에어컨을 선보였다. 전압을 가하면 온도조절이 가능한 특수 반도체를 이용해 피부 표면의 온도를 차갑게 할 때는 23도까지, 따뜻하게 할 때는 40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가로 5㎝, 세로 11㎝, 두께 2㎝로 정장 양복 속에 입어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직장인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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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웨어러블 에어컨 '레온 포켓'. 목 뒷면에 디바이스를 넣는 포켓이 달린 속옷을 착용하고 스마트폰 전용앱으로 조작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사진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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