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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돌출입수술을 받으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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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어느 구직자가 면접에서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치자.

-저는 이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와 같은 진부한 답변을 한다면, 면접관은 속으로 ‘또 똑같은 소리군’ 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그 답변 때문에 입사 불가 판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에

-저는 돈이 급합니다

라는 돌직구 답변을 한다면 면접관은 아마 이 솔직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답변 때문에 이 사람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돌출입수술이나 얼굴뼈 윤곽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와 필자와의 관계에 대입해 보자면 환자가 면접관이고 필자가 면접을 당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런데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가’와 유사해 보이는 “왜 돌출입 수술을 하려고 하나요?” 라는 질문은 의사가 환자에게 하게 된다. 보통은 묻지 않아도 환자가 먼저 돌출입수술이나 얼굴뼈 수술을 하려는 속사정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 자체가 환자에게는 일종의 환기(ventilation) 과정이 될 수 있고, 어찌보면 치유의 시작이기도 하다.

20년 가까이 마음속 응어리로 자리 잡기 쉬운 돌출입을 가진 환자를 수술해오면서 수술을 원하는 아주 다양한 이유를 들어왔다.

의사 입장에서 수술을 원하는 가장 흔하고도 적절한 이유는 단순히 예쁘고 멋진 외모를 갖고싶다는 동기다. 너무 단순하고 영혼없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나, 이게 진실이다. 성형수술의 가장 본질적이고 합목적적인 이유는 외모의 개선이다. 물론, 많은 성형수술 분야 중에서도 특히 돌출입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의 저변에 깊고 많은 상처가 자리잡고 있다. 돌출입이라는 외모는 어린 시절 놀림감이 되었거나, 외모에 대한 자의식 때문에 자신감이 결여되거나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사진찍기 싫어하거나 크게 웃지 못하는 등의 컴플렉스로 자리잡은 경우를 자주 본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사실 ‘저는 예뻐지고 싶어요’ ‘저는 잘생겨지고 싶어요’ 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외모가 ‘별로다’ 라는 것을 마음속에서부터 인정해야만 한다. 이런 인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쿨하고 진솔하다. ‘내 돌출입은 정말 별로야’ 하면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수술 후 아름다워진 얼굴에도 더 행복해한다.

반면에 어떤 환자들은 다른 이유를 댄다.

예를 들어 돌출입 때문에 발음이 좋지 않아서 라든지, 돌출입 때문에 씹을 때 불편하다든지, 별로 돌출입은 아니지만 사진에서는 그렇게 나온다든지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답변해드린다. 첫째, 발음은 돌출입수술로 전혀 좋아지지 않는다 둘째, 돌출입 때문에 씹는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기능상으로 보면 원시인들의 돌출입이 더 날고기를 뜯어먹기 좋다. 즉 돌출입수술로 씹는게 더 편해지는 것이 아니다 셋째, 사진은 실물을 반영한다, 가령 사진에서는 예쁘게 나오고 실물이 합죽이라면 재앙이다.

보통 자기애가 더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외모의 부족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데, 이렇게 설명을 해주면 그제야 끄덕이며, 어찌되었건 돌출된 입을 넣어서 아름답게 만들어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와같이 돌출입이라는 것 자체를 직시하고, 수술로 개선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이해한다면 수술에 별 문제가 없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돌출입 수술을 원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방송인이거나 공연 무대에 서거나, 개인방송 등을 하는 분들이다. 이들에게는 사실 아름다운 외모가 수입과 직결된다. 가끔 돌출입수술 후 발성이나 성량, 목소리 톤, 발음, 소리의 공명이 바뀌는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돌출입수술 그 자체로 혀와 성대, 그리고 울림통이 변하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케이스들도 있다.

몇 년 전, 어느 남성 환자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너무 잘 해보이는 게 싫어서’ 돌출입수술을 원한다고 한다. 잘하게 보이면 좋은 일 아닌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남자는 소위 ‘타짜’였다. 그냥 평범한 일반인처럼 보여야 하는데, 너무 강한 인상 때문에 선수 티가 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환자는 고등학생임에도 자신이 수술비를 모아서 어렵게 수술한다고 파격적(?)인 할인을 부탁했다. 대견하기도 해서 최대한 배려를 해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특정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대한민국 랭킹 1위의 개인방송인이었다. 수입이 나이에 비해 어마 어마(?)한 편이었는데, 수술비를 조정하는 필자와의 게임에서도 그가 이긴 셈이다. 그 이후로도 방송으로 더 잘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한편, 집나간 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돌출입수술을 원한다는 환자와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데 형사의 눈을 피해 동생 행세를 하겠다는 환자는 수술을 해주지 않았다.

인생은 매순간이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데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이며, 돌출입수술을 비롯한 성형수술의 필요충분한 이유다.

모든 수술은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주의해야 함은 물론이지만, 일생일대의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당당하고 단순한 이유가 가장 명쾌한 이유다. 발음이 좋아지려고 수술하겠다는 것보다, ‘솔까말’ 예쁜 입 되고 싶어 수술한다는 것이 가장 건전한 이유가 된다. 이쯤 되면, 면접에서 ‘돈이 급해서 취직을 원합니다’가 더 건전한 이유는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한상백 서울제일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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