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기획; 女기상캐스터①] ‘뉴스의 꽃’ 기상캐스터를 향한 달라진 시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사진제공=SBS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 함상범 기자] 기상캐스터는 뉴스의 꽃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기상청에서 하루에 네 번씩 전하는 예보를 뉴스 말미에 전달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언제부턴가 기상캐스터의 역할이 확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날씨에 대한 해석, 전망까지 기상캐스터가 담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수년 전부터 모바일 등에서 손쉽게 정보를 접하면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됐다.

때문에 이제는 기상청에서 전달한 정보를 읽는 수준을 넘어서 기상청이 제공한 정보의 수치와 상황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하는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용 불안이 공공연히 알려진 기상캐스터의 입지가 줄어드는 건 기상캐스터의 전문성이 과학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헤럴드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상캐스터 몸매만 보는데?”…기상캐스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최근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오늘에서 기상캐스터가 MBC에 발탁됐다가 교육 중에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한 기상캐스터가 4주 교육을 받던 중 MBC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했다는 것이다. 양 쪽 주장을 뒤로 하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의 내용이다.

대부분의 댓글이 기상캐스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남성 기상캐스터가 존재하지만, 인식의 대상은 주로 여성 기상캐스터였다. 필요성 유무부터 외모만 부각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여기에 여성 기상캐스터들을 비하하는 내용도 있다.

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기상캐스터 파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을 포함한 각 지역 방송사의 기상캐스터들의 정보라고 올라온 것은 주로 사진이다. 예보 전달력이나 기상에 대한 이해도에 대한 언급은 없다.

기상캐스터 준비생들을 가르치는 웨더 커뮤니케이션즈의 맹소영 대표는 기상캐스터의 전문성이 과거보다 더 결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04년 울산MBC에서 기상캐스터를 시작해 기상 관련 다양한 직무를 경험한 그는 현재 기상캐스터는 어쩌면 가장 빨리 사라져야 하는 직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맹 대표는 “미디어오늘 기사 댓글보고 정말 놀랐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상캐스터는 필요없다’고 말한다. 이게 대중의 시선이다. 그러면 전략을 잘 세워야 하는데, 기상의 지식을 채우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외모가 수준 이상인 사람들이 이 직업을 하려고 한다. 외모로만 밀어서는 이 직업을 할 수 없다. 이미 외모의 영역은 상향평준화가 됐다”며 “기상과 관련된 지식과 소프트웨어를 쌓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전문성은 계속 결여된다”고 말했다.

이어 “외모만 내세워서 기상을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되면 이 직업은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다. 날씨가 얼마나 비전이 있고, 대다수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실무에 있는 사람들이 전문성을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기상캐스터 존재해도 다시 전문 인력 섭외”…고용 불안을 겪는 이유

기상캐스터의 고용불안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역 방송사의 경우에는 불안감이 덜하지만 종편 채널이나 지상파 방송사는 경쟁이 심한 편이라 불안감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런 고용불안은 단순히 정규직 여부 때문은 아니다. 앞서 맹 대표가 지적했듯이 기상 지식이 부족한 전문성 결여 때문이다.

JTBC의 경우 현재 김세현 기상전문기자가 존재한다. 타 뉴스프로그램에서는 기상캐스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상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김세현 기자가 등장한다. 기상캐스터는 단순한 정보 전달과 날씨와 관련된 현장의 분위기만 전하는 정도다.

헤럴드경제

사진제공=JTBC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방송관계자는 “기상캐스터가 방송사에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앵무새처럼 읽는데 그친다. 미디어 산업의 형태가 급변하게 변화하고 있어서, 모든 방송 종사자들이 변화에 맞춰 죽기 살기로 부딪히는데, 기상캐스터가 정규직을 원하는 건 그저 자기 영역만 고수하겠다고 말하는 셈이다. 기상캐스터가 변화하지 않으면, 방송사에서 가장 먼저 내쳐지는 직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맹 대표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일부 매체에 매주 칼럼을 쓰는 것과 동시에 기상기사 자격증 서적을 집필하며 날씨에 관해 전문가로 평가받는 맹 대표는 날씨 이슈가 터질 때 이곳저곳에서 부름을 받는다.

일부 방송사에 고정적으로 출연한다고 밝힌 그는 “기상캐스터가 없는 방송사도 있지만, 기상캐스터가 3명이나 되는 곳도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자사에 근무하고 있는 캐스터로 대체할 수 있으면 훨씬 편할 텐데, 그들이 그런 능력이 되지 않아 나 같은 사람을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캐스터의 전문성 결여, 방송사도 책임 有

기상캐스터의 전문성이 결여된 이유를 기상캐스터 개개인만의 문제로 볼 수만은 없다. 국내 방송사들의 기상과 관련된 실무진도 전문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누구 하나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JTBC를 포함해 규모가 큰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기상전문기자가 근무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있을 때는 빠르게 대응이 되는데 반해,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의 경우에는 기상캐스터에 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기상캐스터가 전문성이 결여돼 상황에 따라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방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한 방송사의 관계자는 “부정확한 정보 전달이나 방송사고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VOD로 확인하긴 어렵다. 잘못을 빨리 캐치하고 새롭게 녹음을 떠서 문제가 없는 VOD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방송사의 책임론 중 하나가 채용 기준에 날씨 관련 직무 능력을 따져보는 절차가 전무하다는 데 있다. 맹소영 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방송사에서는 오롯이 카메라 테스트만 한다. 대기과학적인 지식을 물어보는 방송사는 없다. 직업을 구하고자 하는 준비생들 중에 누가 날씨 관련해서 소프트웨어를 쌓겠냐”라고 말했다.

<기사 ②>로 이어짐

culture@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