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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색동~대청봉 구간···38년째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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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룰수 없는 환경부 결정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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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지구와 끝청 사이에 설치될 오색케이블카 조감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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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설악 오색지구인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산 위 끝청(해발 1480m)을 잇는 케이블카 사업.

설악산에서 두 번째가 될 이 오색 케이블카 설치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환경부가 이달 안에 마지막 남은 관문인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하고, 사업에 대한 동의 혹은 부동의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50년 전 첫 케이블카 설치부터 논란이었고, 두 번째 케이블카도 지난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섯 차례나 좌절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불씨가 되살아났다.

환경부도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논란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악산의 두 번째 케이블카는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왔을까. 왜 그렇게 논란이 됐을까.



49살 먹은 설악산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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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중순 단풍이 물든 남설악 주전골 계곡.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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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67년 지리산이 국내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보다 먼저다.

설악산은 70년에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 국내 5번째 국립공원이다.

60~70년대는 국립공원 지정은 보전보다는 개발을 의미했다. 관광객 유치로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다며 지역주민들이 먼저 국립공원 지정을 요구했다.

설악산이 개발·이용에서 보전 쪽으로 중심이 기울어진 것은 8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만큼 우수한 생태계를 제대로 보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더욱이 96년에는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2005년 백두대간보호법에 따라 백두대간 보호구역으로도 지정됐다.

그 사이 건설부가 맡고 있던 국립공원 관련 업무도 내무부를 거쳐 98년 환경부로 옮겨왔다.

결국 설악산은 국립공원·천연기념물·생물권보전지역·유전자원보호림·백두대간보호지역 등 5겹의 울타리로 보호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설악산의 자연 생태계는 보호 가치가 으뜸이라는 의미다.



첫 번째 케이블카는 특혜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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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운행을 시작한 설악산 케이블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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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는 48년 된 케이블카가 있다. 71년 8월부터 설악동에서 권금성 사이 1.1㎞ 구간을 운행 중인 케이블카다.

이 케이블카는 국립공원 지정 직전인 70년에 사업 허가가 났다. 사업허가를 받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고(故) 한병기 씨다.

주(駐)유엔대표부 대사를 지낸 한 씨는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첫 부인인 김호남 씨 사이에서 난 박재옥 씨와 결혼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허가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엄청난 특혜가 부여됐다.

사업 허가 당시 운영권 기간 제한이 없었고, 현재도 한 씨의 두 아들이 지분을 물려받아 운영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년 수십억 원의 흑자를 거두고 있지만, 공원관리 등과 관련해 별다른 부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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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케이블카. 2002년에 촬영한 사진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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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2018년 5월).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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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내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공원 구역을 점용하는 데 부담금 물리도록 하는 ‘자연공원법’이 80년 마련됐으나, 설악산 케이블카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한 해 70만 명이 케이블카를 이용하면서 탐방객 과잉 탓에 권금성은 나무와 토양이 사라지고 바위만 남을 정도로 황폐해졌다.



82년 시작된 케이블카 설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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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권금성. 환경단체에서는 케이블카를 이용한 탐방객이 몰리면서 권금성에는 풀이나 나무가 완전히 사라지고 황폐해졌다고 주장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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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 케이블카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강원도는 80년대 초부터 설악산에 제2 케이블카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강원도는 82년 오색약수터와 끝청을 잇는 케이블카와 장사동~울산바위를 잇는 케이블카 설치를 정부에 요청했으나, 그해 8월 문화재위원회는 이 신청을 부결시켰다.

2001년에도 강원도와 양양군은 오색동과 설악산 대청봉을 연결하는 4.5㎞ 구간의 케이블카 설치 허용 여부를 환경부에 문의했으나, 환경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7년 4월 양양군은 설악산 울산바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정치권에서는 ‘서해안·남해안 개발 특별법’을 만들어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를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당황한 환경부는 2003년 5월 학계와 재계, 민간단체가 참여한 ‘삭도(索道·케이블카) 검토위원회’에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발 특별법’안에서 케이블카 관련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타협안이었다.

환경부는 공청회를 거쳐 2004년 12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자연공원 내 삭도 설치 검토 및 운영 지침’을 확정했다.

케이블카는 기존 등산로나 도로를 폐쇄하거나 축소·제한할 수 있는 지역에만 설치할 수 있고, 산의 주봉(主峰)을 향해서는 안 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또, 녹지자연도 8~9등급이나 생태자연도 1등급 이상, 천연습지 천연기념물 서식지는 배제하도록 했다.



5㎞까지로 설치 규정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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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서 환경단체가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산양.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 제공=연합뉴스]


2008년 5월 강원도 양양 주민들은 오색~대청봉 4.7㎞ 구간에 케이블카 설치 추진위 구성했다.

이들은 케이블카 노선 길이를 2㎞ 이하로 묶은 자연공원법 규정을 5㎞ 이하로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환경부는 ‘자연 친화적 로프웨이 협의체’를 구성, ‘삭도 설치 지침’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환경단체와 산악인, 정치인 등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케이블카 설치 반대 퍼포먼스 진행하기도 하고,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환경부는 2년이 지난 2010년 10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고쳤다. 국립·도립공원 자연보전지구를 지나는 케이블카의 허용 길이를 2㎞ 이내에서 5㎞ 이내로 고친 것이다.

이때 상·하부 정류장의 건물 높이 제한도 9m이던 것을 15m까지로 완화했다.

양양군은 이 무렵 케이블카 종착지를 대청봉에서 관모능선 사이 4.73㎞ 구간으로 변경했다.

당시 사업 예산은 460억 원으로 추정됐는데, 민자 유치는 불가능했다.

백두대간보호법에 따라 백두대간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50% 이상을 출자한 공공기관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준 완화에 대해 환경단체는 격렬하게 반대했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는 설악산에서 오체투지(五體投地) 시위를 벌였고,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시민 모임도 결성했다.



2011년과 2013년 잇따라 쓴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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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중증지체장애인, 오색주민 등이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추진위원회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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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규정을 바탕으로 2011년 3월 양양군은 환경부에 설악산국립공원 계획 변경안의 승인을 신청했다.

환경부는 그해 11월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를 마련했고, 12월에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국립공원 삭도 시범사업 선정 절차’를 의결하는 등 케이블카 사업 허가 절차를 하나하나 준비했다.

지자체가 신청한 케이블카 사업을 환경성·경제성·공익성·기술성 등으로 나눠 평가하고, 민간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정밀 검토를 진행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2012년 2월 환경부는 국립공원 내 삭도(索道) 시범사업 검토 기준을 제시했다.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하더라도 공원 내 주요 봉우리 정상에서 거리를 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절차가 마련되자 2012년 4월 환경부 국립공원 삭도 검토 민간전문위원회 위원들은 설악산 케이블카 현장 확인했다.

하지만 상부 정류장이 대청봉에 너무 가깝고(직선거리 230m), 비용-편익 분석에서도 값이 0.915로 낮게 나와 경제성 떨어지는 것으로 환경부는 평가했다.

결국, 6월 26일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사업 부결시켰다.

2012년 11월 양양군은 이에 굴하지 않고 상부 정류장 위치를 변경해 재신청했다.

환경부 민간전문위원회 위원들은 12월과 이듬해 7월 두 차례 설악산 현장 실사했다.

2013년 9월 국립공원위원회는 또다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부결시켰다.



박근혜 정부 때 분위기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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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 노선도. [자료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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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산악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을 정부에 건의했다. 당시 전경련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신규 허가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산지관광특구제와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정부 정책과제에 포함했다.

9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중앙 5개 부처가 참여하는 비밀 TF팀을 구성한 것이다.

11월 양양군은 오색케이블카 노선을 서면 오색리 오색그린야드호텔 인근에서 끝청까지 3.4㎞ 구간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상부 정류장에서 대청봉까지의 거리는 1.6㎞로 전보다 멀어졌다.

해가 바뀌어 2015년 초 문체부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인프라 구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4월 말 양양군은 오색 케이블카 사업 계획이 포함된 국립공원 계획 변경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환경부는 케이블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비밀 TF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환경부 TF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자료인 민간전문위원회 보고서 작성에 직접 개입했다. 환경부가 비밀 TF 가동한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면서 “심판이 일방적으로 한쪽 팀의 편을 든 것”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이유다.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오색 케이블카 사업의 비용-편익을 분석한 결과, 1.214로 경제성이 높다고 밝혔다.

마침내 8월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7가지 사항을 보완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승인했다.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의원은 “KEI 사업의 경제성 검증 보고서가 사회적 비용 편익 분석이 빠진 재무성 분석 위주 보고서”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우 의원은 “양양군이 KEI 보고서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짜깁기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화재위원회에서 엎치락뒤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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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30일 집단 상경한 강원 양양지역 주민 200여명이 문화재위원회가 열린 경복궁 고궁박물관 앞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문화재현상변경안의 조속한 허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양군청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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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2015년 12월 사업자인 양양군은 환경부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제출했다.

2016년 8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한 원주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운영했으나 10월에 결렬됐다.

이 무렵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건의 주역인 최순실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도 개입했다는 논란이 벌어지면서 협의가 지연됐다.

2016년 11월 원주지방환경청은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통보했고,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과정에 대한 논란도 거세게 일었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국민행동)에서는 환경영향평가서 부실 작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케이블카를 설치할 때 잘려나갈 나무의 숫자와 종류 등을 빠짐없이 조사하는 매목(每木)조사에서 중간지주가 들어설 경우 나무 50그루가 훼손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서술했으나, 환경단체는 장비 진입과 진입로 정비로 343그루가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에서는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혐의로 환경부 장관 등을 고발하고, 감사원에 공익 감사 청구했다.

2016년 12월 28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 현상 변경안을 부결시켰다. 촛불 시위와 탄핵 정국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하지만 양양군도 그냥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2017년 3월 양양군은 문화재청의 부결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해 6월 15일 중앙행심위는 문화재청이 케이블카 허가해야 한다며 양양군 손을 들어줬다.

문화재위원회의 천연기념물 분과위원회 위원 10명 중 2명이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의 참가단체에서 이사장 등을 역임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문화재청은 중앙행심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단체 반대 소송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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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오색케이블카 백지화 촉구 설악~청와대 도보순례에 나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과 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 3개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6일 오전 양양군청 앞에서 출정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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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환경단체로 구성된 시민소송단은 문화재청을 상대로 ‘설악산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2월에는 동물권 연구 변호사단체에서 산양 28마리를 대리해 케이블카 취소 소송 제기했다.

3월에는 환경부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시설 환경부가 비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발표했고, 환경단체는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등을 고발했다.

하지만 2019년 1월 서울행정법원은 환경단체가 2015년 환경부를 상대로 낸 국립공원 계획 변경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산양 28마리를 대신한 소송도 각하했다. 산양을 소송 당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5월에는 문화재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환경단체는 패소했다.

이런 가운데 양양군청은 지난 5월 16일 환경부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를 제출했다.

보완 작업에 꼬박 2년 6개월이 걸린 셈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은 5월 말부터 환경영향평가 갈등조정협의회 다시 열었고, 지난 16일 마지막 회의를 열었다.

환경부는 산하 전문기관의 의견을 담아 이달 중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찬성 측 “경제 살리고 탐방로도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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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회가 23일 오후 도의회 세미나실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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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찬성 측에서는 관광산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가장 큰 사업 목적으로 내걸고 있다.

양양군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연간 90만 명이 이용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연간 1000억 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애인·어린이·노약자도 아름다운 설악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혜택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탐방객들로 인해 등산로가 훼손되는 것도 예방할 수 있어 설악산 생태계 보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당초 오색~대청봉 노선을, 오색~끝청 4.7㎞로, 다시 3.5㎞로 줄였고, 탐방객들이 상부 정류장에서 대청봉으로 가지 못하도록 차단한 만큼 생태계에 주는 영향도 덜하다는 입장이다.

산양 숫자도 너무 늘어나면 생태계 균형이 깨질 수 있는데, 현재 250마리로 적정 숫자 400마리에 육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풍속이 초속 15m 이상이면 운행을 중단할 것이기 때문에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반대 측 “전국 국립공원 훼손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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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사회선언'에서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가 케이블카 백지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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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들은 5겹으로 보호를 받는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환경보전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다른 국립공원으로의 도미노 현상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한다.

장애인·노약자를 위해 모든 산에 케이블카를 놓을 수는 없는 일이고, 설악산도 기존 케이블카가 있는 만큼 그걸 이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장애인· 노약자가 설악산까지 편하게 올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케이블카만 달랑 설치한다고 장애인 복지가 이뤄지겠느냐는 것이다.

또, 케이블카가 탐방로를 지킬 것이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일단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상부 정류장에서 대청봉 정상으로 가는 것이 결국에는 뚫리고 말 것이고,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삼겹살 불판까지 편하게 들고 오르면 대청봉이 권금성처럼 파괴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케이블카로 정상에 올라간 탐방객이 등산로로 걸어 내려오면 등산로 주변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약제를 통해 일부 탐방객에게만 등산로 이용을 허용한다고 해도 인원 통제가 쉽지 않을 것이고, 국립공원공단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는 설명이다.

공사와 운영과정에서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피해도 지적한다.

상부 정류장은 1% 안에 드는 산양 핵심 서식지이자 번식지라는 것이다.

산양은 특히 교란에 민감해 배경 소음이 3~10 데시벨(㏈)만 증가해도 번식에 영향을 받게 된다.

30~35㏈이 증가할 경우 다른 야생동물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게 반대 측의 주장이다.

공사 과정의 헬기 소음의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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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에서 보이는 경관.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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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환경영향평가 갈등조정협의회에서 각 위원은 동의, 부동의, 혹은 조건부 찬성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중 양양군에서 추천한 위원 4명은 조건부 동의 의사를, 환경단체 측에서 추천한 3명은 부동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중립적 위원인 동물·식물전문가 2명은 환경영향평가서 자체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소속 위원은 부동의를, 국립생태원이나 국립공원공단 소속 위원 2명도 준비 기간이 많았는데도 평가서가 제대로 보완이 되지 않고 미흡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사업자 측 위원 4명과 환경단체 측 3명을 제외해도, 나머지 5명 위원 모두가 환경 대책이 부실하거나 사업 자체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 이대로 사업을 추진하기가 곤란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이러한 의견을 존중한다면 환경부는 사업에 동의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환경부가 마지막으로 KEI나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등의 의견을 다시 듣는 절차가 있지만, 이들 기관이 의견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

환경부가 만일 사업에 동의하게 된다면 이들 기관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부동의하더라도 환경부는 강원도나 양양 지역 주민의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그렇다고 환경부가 독자적으로 이 지역에 다른 개발 사업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다.

환경단체에서는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며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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