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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지소미아 종료'에 자주국방 목소리… 軍 정보 수집 문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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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도움 없이 北 동향 감시 불가능 / 韓·美·日 정보공유 약정 따라 당장 큰 영향은 없어 / 정보 파악에 시간 걸려 긴박한 상황엔 한계

세계일보

북한이‘새 무기’라고 공개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동해상의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은 미국의 도움 없이 북한의 동향을 감시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 파기를 놓고, 이참에 자주국방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자주국방이 우리정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아직 그럴만한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군은 지소미아가 파기돼도 당장 정보 수집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군은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TISA)를 2014년12월29일 체결했다. 지난 2013년 2월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의 필요성이 커진 결과다. 이 조항에 따라 3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준 정보를 미국이 받아 상대방 측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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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이 약정은 여전히 유효하고, 이를 통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정보 파악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긴박한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분초를 다투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단발마의 시간에 결정난다. 북한이 동시다발 미사일 공격을 할 경우, 한국이나 일본 모두 대처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TISA 체결에 앞서 우리군은 오랫동안 미국의 정보에 의존해 왔다. 정보 자산 증가로 우리 군의 정보 수집 능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정보 수집을 논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대체적 견해다.

우리 군의 정보수집 강점으로는 대인 접촉, 전방 부대 이동 정보 수집, 즉각적인 발사체 포착 등이 꼽힌다. 하지만 북한 후방지역 또는 전역을 감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 군은 신호를 잡는 백두 정찰기와 영상 촬영용 금강 정찰기를 가지고 있으며, 고위급 탈북자, 접경 지대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북한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군사 위성은 1기도 없다. 이 때문에 후방 지역의 미사일 개발이나, 발사 준비 상황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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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23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외교부 공문을 받은 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최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중국은 30개가 넘고, 일본은 8개가 있는 데 우리는 정찰용 인공위성이 하나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군은 2023년까지 5기의 군사위성을 띄운다는 계획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2시간에 한번씩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뿐이다.

일본의 경우 8개의 군사 정보 위성이 한반도를 감시할 수 있다. 우리가 3척을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의 숫자도 8척으로 우세다. 이지스함에 실리는 이지스 레이더는 최대 1000㎞ 밖의 적 항공기나 탄도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다. 이밖에 70대 이상의 해상초계기와 1000㎞ 이상을 볼 수 있는 지상레이더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북한의 최초 미사일 발사 시점과 발사각 포착 등은 일본이 우리보다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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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을 이용한 미국의 정보 수집 능력은 한국과 일본을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최신 정찰위성인 KH-14은 스텔스 기술이 적용됐으며, 1∼4㎝의 물체까지 파악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인 미국의 총 정보 능력은 한·일과 비교할 수 없지만,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한편, 우리 군은 24일 오전 6시45분과 7시2분쯤 북한이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포착, 일본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정부가 종료 선언을 했지만, 아직 지소미아 기간이 남아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최대고도 97㎞, 비행거리는 약 380㎞, 최대속도는 마하 6.5 이상으로 탐지됐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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